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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caso, Carribbean Sea-캐리비언의 큐라사오 다이빙

캐리비언의 큐라사오 다이빙
Curacaso, Carribbean Sea
레이스를 닮은 촉수를 가지고 있는 화려한 갯민숭달팽이

아주 오래 전, 꿈 많던 젊은 시절에 ‘허리케인’ 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에메랄드 초록빛 푸른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서 고기 잡이와 수영을 하며 천국에서와 같은 생활을 하던 젊은 커플이, 어느 날 불어 닥친 허리케인에 무참히 부서져 가는 그들의 보금자리를 하릴없이 바라본다. 어느덧 천국은 지옥으로 변하고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던 두 커플은 끝까지 살아남아 다시 평화로워진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영화였다. 허리케인이라는 자연의 거대한 재앙 앞에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형언할 수 없는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색에 빠져들게 한 영화이기도 했다.

큐라사오의 항구 풍경

한국이나 동양에서는 태풍이 분다고 얘기 하지만, 미국이나 캐리비언에선 허리케인이 온다고 얘기를 한다. 보통 9월 초의 캐리비언은 고약한 허리케인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지난 십 수년간 캐리비언을 강타한 수많은 허리케인은 항상 9~10월에 일어났으며, 설사 허리케인이 아닐지라도 툭하면 치는 천둥, 번개 때문에 이 시기에 캐리비언 다이빙 여행을 미리 예약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 할 수 있다. 멕시코 코주멜로 다이빙을 가고픈 필자도 그런 이유로 하여 매일 매일 일기예보를 쳐다보며 기회를 노렸지만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화창한 날씨를 1주일간 기대하기는 역시 무리였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캐리비언 북서쪽엔 허리케인이 휘몰아 치며 천둥번개를 동반한 호우 주위보가 떨어졌다. 더운 날씨와 무료함에 지쳐있던 지라 그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에 허우적거리던 8월의 마지막 주, 문득 떠오른 곳이 전에 두 번 가봤던 큐라사오였다.

리조트 앞 해변, 비치다이빙으로 광각, 마크로 촬영 모두 가능하다

큐라사오는 캐리비언의 최남단, 베네주엘라의 북쪽에서 65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보통 허리케인의 영향권에는 들어가지 않은 섬이다. 기후가 건조하여 식물들은 작고 말라 비틀어졌지만 키 큰 선인장들이 눈에 많이 띈다. 수온은 28~29℃이며, 다이빙으로 유명한 보네어(Bonaire)의 바로 옆 섬으로 같은 종의 산호와 물고기, 물속 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보네어가 다이빙 왕국을 내세우며 일찍이 수중공원으로 지정하여 많은 물고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중 경관이나 산호, 수풀, 스폰지 등은 큐라사오의 북서쪽이 훨씬 더 아름답다. 큐라사오는 캐리비언에 현존하는 6개의 네덜란드령 섬 중의 하나이며 섬의 면적은 444Km2, 인구는 150,000명이다. 17세기 네덜란드가 점령하다가 19세기에는 영국령으로, 그 후 다시 네덜란드로 반환된 섬. 주민 대부분은 남아프리카에서 온 흑인의 후예들 이거나 유럽인들과 혼혈인들로 검은 피부색을 띄고 있으며 언어는 네덜란드어, 빠삐아만투어, 영어이다.

내방 발코니에서 바라본 큐라사오의 저녁 노을

흔히 남 캐리비언의 섬 3개를 A B C 아일랜드라는 명칭으로 부르는데, A는 아루바(Aruba)로 바다 밑에 흰 모래가 많아 물색이 에머랄드 빛으로 아름답고 카지노가 번성되어 있다. B는 보네어(Bonaire)로 다이빙으로 유명하고, C는 큐라사오(Curacao)로 휴양지, 다이빙, 블루 큐라사오(Blue Curacao)라는 술(오렌지 과의 열매로 만든 증류수로 향과 색이 예뻐서 칵테일 음료 재료로 많이 쓰임), 베네주엘라산 석유 정제로 유명하다. 특히 큐라사오의 다운타운은 18세기 네덜란드인에 의해 유럽풍의 항구 도시로 지어진 것으로, 건축은 유럽 항구 스타일인데 노랑, 분홍, 녹색, 하늘색등으로 페인트 되어 있어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단, 이틀 후에 떠나는 표를 구매하여 급히 짐을 싸서 비행기에 올랐다. 세 번째 가는 것이라서 그런지 별로 설레거나 그러진 않았다. 전에 갔을 때 묵었던 곳은 다운타운에서 별로 멀지 않은 남동쪽에 위치한 Sunscape Resort였다. All Inclusive Resort라서 편하기도 했지만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바다 한쪽에 구멍이 숭숭 뚫린 방파제를 만들어 파도와 조류를 막아주며, 그 안쪽 해변가로는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바글바글하게 떼 지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산호들이 많이 훼손되어 있어 다이빙을 하기에는 좀 부족한 곳이다. 그래서 이번에 숙소로 정한 곳은 문명하곤 동떨어졌지만 다이빙 사이트에서 가까운, 섬 북서쪽에 위치한 Kula Hulanda Lodge & Beach Club이다. 호텔방이라기 보다는 거실과 방, 발코니와 목욕탕이 있는 작은 아파트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 같다. 아파트는 깨끗하게 리노베이션 되어 있었고, 레스토랑이 2개, Bar가 1개 있어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작은 언덕 위에 방과 부대 시설들이 있으며, 층계를 내려오면 작은 해변 모래사장과 식당, 다이빙 숍이 있다. 바로 앞의 바다는 Playa Kalki(Alice in Wonderland)라는 다이빙 사이트로 언제든지 볼거리가 풍성한 비치 다이빙을 할 수 있다.

해변에 있는 다이브숍

우리는 오전에는 보트 다이빙을 2번 하였고, 오후에는 앞에 있는 Alice in Wonderland에서 정어리 떼를 쫓아 다니거나 풍부하게 널려있는 접사 사진용 피사체를 찾아 헤매었다.

스폰지 숲(Sponge forest)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풍경

씬뱅이의 클로즈업

오전에 갔던 곳은 다이빙 보트로 5분~30분 거리에 있는 곳들로 Mushroom Forest, Playa Jeremi, Mako Mountain, Elvins wreck, Playa Hulu, Black Sand Wreck, Ladiho, Sponge Forest, Watermula, Scooter, Kortape 등 이었다. 큐라사오의 보편적인 다이빙 특징은 무척 건강한 경산호들이 완만한 바다 지형 위에 자리를 잘 잡고 있고, 그 옆에 보라색 튜브 스폰지, 주황색 해면, 각종 키 큰 수초들이 장식을 더해 화려한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조류가 거의 없어 작은 물고기들과 접사 거리들은 바글거렸으나 아쉽게도 큰 물고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해변 근처에서 모뷸라 레이 두 마리를 본 것이 좀 위로가 된다 할까?


어디를 가나 산호 바위 틈새에는 캐리비언의 해적 물고기, 라이언피시가 눈에 많이 띄었고, 종종 그들을 잡으려고 작살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태평양에서 흘러 들어온 라이언피시가 대서양에서는 천적이 없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므로, 유일한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만이 작살을 사용하여 라이언피시를 잡는 것을 캐리비언의 많은 Marine Park에서는 허용하고 있다.

Scooter 포인트의 해면들과 스퀴렐피시들

밴디드 크리닝 쉬림프

말미잘 공생 새우

보라색 해면 위의 그루퍼

큐라사오의 다이빙 숍과 원주민 어부들과는 지독한 앙숙관계이다. 섬의 동남쪽은 1983년에 해양공원으로 지정되어 60m 이내의 수심에서는 조업이 금지되어 있으나, 이곳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따라서 다이빙을 하는 곳과 동네 어부들의 조업 지역이 겹친다. 어느 날 동네 어부들이 다이버들을 무시하고 그물을 쳐놓았고, 그것을 발견한 다이빙 숍에서 그물 줄을 끊어 버리는 것으로 악연은 시작된 듯하다.
화가 난 어부들은 밤에 정박해 놓은 다이빙 보트의 줄을 몰래 끊어버리는 바람에 20 마일이나 떠 내려 간 배를 겨우 찾아 온 적도 있다고 한다.

블랙 코랄 포인트에서 만난 나비고기

엔젤피쉬 한쌍

어느 날 배의 캡틴인 줄리어드가 반갑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자신의 딸이 한국에서 한국어 공부를 1년간 했고, 지금은 일본에서 일본어 공부를 한다고 한다. 큐라사오의 의식있는 기성세대로서 그의 꿈은 젊은 원주민들의 생각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들의 부모 세대처럼 고기를 잡아 파는 것만이 생활수단이 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아름다운 바다를 이용하여 그 주위를 다이빙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돈이 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 한다.

Ladho에서 무리지어 다니던 크레올레스와 프럼펫피시

일단 정부의 허락과 보조를 얻어 16~21세 사이의 비행 청소년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치고, 그들을 다이브 마스터로 키워 자신의 다이빙 왕국을 세우는 것이 그의 꿈이다. 현재 다이브 숍의 강사들이 대부분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인들인데 이제는 그 자리를 현지인으로 채울 때가 되었다고 그는 생각 한다. 자기의 웹사이트를 알려주며 자료용으로 쓸 수중사진과 자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 달라는 그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 것 같다. 그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큐라사오의 전형적인 수중 풍경

글 사진 /라미 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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