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백 박사의 열일곱번째 이야기 바리과 물고기의 사랑열일곱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농어목(Perciformes) 바리과(Serranidae)에 속하는 물고기입니다. 바리과의 물고기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금강바리(Pseudanthias squamipinnis)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일반명으로 basslet fish 또는 fairy basslet fish라 합니다. bass는 농어를 뜻하고 어미인 -let는 작다는 뜻이며, fairy는 ‘요정같은’ 의미입니다. 따라서 ‘요정같이 아름다운 작은 농어’라는 뜻이지요. 일본에서는 ‘하나다이’(ハナダイ)라 하는데, 하나(ハナ)는 꽃이란 뜻이고, 다이(ダイ)는 돔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역시 ‘꽃같이 예쁜 돔’ 이란 의미이지요.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작고 예쁜 물고기입니다.
대부분의 바리과 어류는 최대로 성장하였을 때의 크기가 10㎝ 정도이고, 몸의 색깔이 오렌지색, 노란색, 핑크색 등으로 아름다우며 몸 전체의 모양도 날씬하고 예쁩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관상어로 많이 사육되었고, 인기도 많습니다. 태평양, 인도양, 홍해 등 열대바다의 산호초 해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홍해의 산호초 해역에 가장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습니다. 일부 종은 수심 200m 정도의 대륙붕에 살기도 하나, 대부분은 60m 이내의 얕은 산호초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크기가 작아 상업적 어획대상은 아니나, 관상어로서 많은 양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마리당 대개 10000 ~ 20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유통되나 깊은 바다에 사는 희귀종은 마리당 수백 만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홍해의 스캐일 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바다에서 주로 볼 수 있고, 쿠로시오 난류의 세력이 강할 때는 남해 연안에서 관찰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바리과 어류는 금강바리가 대부분이고 장미돔, 꽃돔 등이 가끔 나타납니다. 홍해나 태평양, 인도양의 주서식지에서는 수십 ~ 수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 산호초 위를 유영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아야 10 여 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유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완전히 정착한 것 같지는 않고, 유어들이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흘러와서 비교적 수온이 높은 제주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현재 추세대로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수 년 내에 제주바다에도 이들 바리과 어류들이 서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강바리 수컷
바리과 어류는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삽니다. 그래서 조류의 흐름이 좋은 산호초의 끝부분이나, 암초의 끝부분에 무리를 지어 있으면서 조류에 밀려오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습니다. 조류의 흐름이 좋아 먹이가 풍부한 곳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래서 바리류의 무리 내에서 서로에 대한 공격행동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리류의 무리에서는 몸의 크기에 의한 계급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공격행동은 몸이 큰 개체가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개체나, 작은 개체에 대해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반대의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결과로 몸의 크기 즉 체장이 긴 개체들이 조류의 흐름이 좋아 플랑크톤이 풍부한 곳에 있고, 작은 개체들은 그 뒤 쪽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금강바리 암컷
바리과 어류의 대부분은 암컷으로 태어나 성장한 후 수컷으로 성전환합니다. 홍해의 산호초에서는 플랑크톤을 먹으면서 산호초 바로 위를 배회하는 오렌지빛의 비늘지느러미 꽃돔(Scalefin anthias)의 무리가 아름답습니다. 이들의 암컷은 오렌지색을 띠고 있으나, 성전환하여 수컷이 되면 자주색으로 바뀝니다. 자주색 수컷은 오렌지색 암컷을 여러 마리 거느리는 하렘을 만듭니다. 산호초 위에 무리를 지어 유영하고 있을 때는 어느 암컷이 어느 수컷의 하렘에 속하는 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수컷과 그들의 하렘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렘을 이루고 있는 숫컷과 바리들
수컷 꽃돔은 자신의 하렘에 있는 암컷에게 수시로 공격행동으로 자극을 주어 수컷으로 바뀌는 것을 막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하렘에서 자신의 정자로 암컷의 알을 수정시키기 위해서이지요. 실험적으로 수컷을 제거하면 그 하렘에서 가장 큰 암컷이 수컷으로 성전환하여 하렘을 지배합니다. 그래서 수컷은 다음에 수컷이 될 가장 큰 암컷을 집중적으로 견제합니다. 이 수컷의 행동이 암컷을 시각적으로 억압하고 성호르몬에 영향을 주어 계속 암컷으로 남아있게 합니다. 암컷이 수컷으로 성전환하면 체색이 바뀌고, 등지느러미의 3번 가시가 실처럼 길게 연장됩니다. 하렘의 지배자 수컷은 자신이나, 자기의 권위가 위협받을 때 이 지느러미를 길게 세우는 과시행동을 합니다.
열대의 바다에서 흔히 볼수 있는 바리과 물고기
임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 생태학 전공
(주)제주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