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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남대천으로 돌아온 연어를 만나다

양양 남대천으로 돌아온
연어를 만나다

널리 알려진 모천 회귀성 어류 연어. 바다에서 자라지만 자기가 태어난 고향 하천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고 죽는 삶의 여정은 소설로 자세히 묘사될 만큼 다이내믹하다. 연어의 산란기는 10월 중순에서 11월 사이로 국내에서는 양양 남대천, 울산 태화강 등으로 산란을 위해 연어들이 돌아온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연어. 연어가 돌아오는 남대천에는 삶의 마무리와 새로운 생명의 시작, 그리고 그것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인간의 모습까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연어, 생명과 죽음의 경계
10월 마지막 주말, 연어 사진 촬영을 위해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에 위치한 <양양연어사업소>를 찾았다. 사업소 뒤편의 얕은 둔덕을 넘으면 계단으로 남대천까지 이어진다. 하천 여기저기에서 펄쩍 뛰는 연어의 힘찬 모습이 보였고, 수면 위로 솟은 수십 개의 등지느러미의 움직임은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촬영 준비를 마치고 물에 들어가려는 기자를 맞은 것은 생명이 아닌 죽음이었다. 고향 하천까지 돌아왔지만 그곳에서 채 산란도 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연어들. “꺄~~악!!” 죽은 연어를 보고 내지른 비명의 파동이 사라지기도 전에 눈에는 또 다른 시체가 들어왔다.

번식에 성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연어

아! 진심으로 무섭다. 죽은 연어가 해를 가할 리 없으니 공포를 느낄 이유는 사실 없었다. 하지만 그 부릅뜬 눈, 툭 떨어진 아래턱과 그 안에 여과없이 드러난 뾰족뾰족 위협적인 이빨.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이 없다는 사실! 공포스럽지 않은가? 연어의 사체는 하천 주변은 물론 물 속에서도 수 없이 있었다. 물 속에서 무언가 미끄럽고 물컹한 것이 발에 밟힐 때면 정말이지 들고 있던 카메라를 팽개치고 나가고 싶었다.

상류를 향하여 헤엄쳐 가는 연어무리.

하지만 물론 죽은 연어가 전부는 아니었다. 분명 여기 저기 살아있는 연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연어의 움직임은 정말 빨랐고, 며칠 전에 비가 온 탓에 시야는 1m 내로 정말 안 좋았고 산란기여서 더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연어들은 정말 예민했다. 그리고 물살은 아무리 물고기지만 대체 이런 물살을 어떻게 거스르고 강을 오르는지 신기할 정도로 거셌다. 핀 킥을 하면서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허벅지 정도의 깊이에서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려 해도 도무지 버티지 못하고 질질 밀려나갔다. 이런 강물을 거스르다니 저렇게 죽어나가는 것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몇 번을 하천 아래로 내동댕이치고 다시 올라오길 반복한 후에 비교적 얕은 곳에 자리를 잡고 연어를 촬영했다. 스노클을 문 채 가만히 허리를 구부리고 살펴보는 연어는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콧등이며 이마, 몸통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까진 상처로 뒤덮여 있어서 그들이 이곳까지 오는 여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느끼게 했다. 무사히 고향 하천으로 돌아와 산란과 방정에 성공한 연어들도 1주일 이내에 죽음을 맞이한다.

옴몸에 상처투성이가 된 연어

살아 움직이는 연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애쓰면서 또 한편 징그러움에 몸서리 치며 죽은 연어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상처와 죽음을 담보로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들, 삶은 이렇게 처절하고 서글픈 것인가 보다.

제4회 어미연어맞이 생태체험행사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Korea Fisheries Resources Agency, FIRA) 양양연어사업소에서는 올해로 4회째 어미연어맞이 생태체험행사를 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10월 24일부터 11월 9일까지 2주 동안 금, 토, 일 요일에 열린다. 양양연어사업소는 1984년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에 설립되어 연어 자원증강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린 연어를 생산해 방류하고 내수면 어종 자원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약 2만 1천여 마리의 어린 연어를 강원도 고성군 명파천부터 섬진강까지 20개의 하천에서 방류했다. 이런 노력은 강원도 일대에서 연어 어획으로 인한 어업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양양 어사업소 홍관의 소장이 행사진행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실을 둘러보는 어린이들

25일 토요일, 양양연어사업소에는 약 9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주로 초등학생, 중학생인 아이들과 학부모들이었다. 먼저 체험관에서 연어생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어의 일생>, <모리의 탐험>을 관람했다. 모리의 탐험은 3D 애니메이션으로 어린 연어가 고향 하천을 떠나 바다로 향하는 과정을 그렸다. <니모를 찾아서>와 비슷한 느낌으로 어린 아이들은 물론 어른이 보기에도 재미있었다. 이어 남대천으로 이동해 하천을 거스르는 연어의 힘찬 모습을 관찰하고 연구소로 연결된 유인어도를 따라 어린연어사육동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어미 연어 포획, 채란, 채정 과정 체험을 했다.
연어 생태 관찰
체험 행사를 위해 옷을 갈아입고 있다.

커다란 수조에는 남대천에서 유인어도를 따라 온 연어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그물망으로 몰아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고 암컷의 배를 갈라 알을 채취하고 그 위에 수컷의 정액을 뿌려 수정시킨다. 그렇게 연어는 배가 갈려 난자가 털리고 정액이 쥐어짜진 다음 식용으로 사용된다. 어린이들은 연어를 몰고 연어 머리를 몽둥이로 때리며 즐거워했지만 지켜보는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자연산란을 하는 경우 부화율은 20~30%에 불과하지만 인공산란을 하면 부화율이 80%에 이른다고 한다. 또 연어가 힘들게 강 상류로 이동해 산란지를 마련하고 짝을 찾는 과정을 인간의 손으로 쉽게 바꾸어 짝짓기 전에 죽는 연어의 숫자도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어린 연어가 탄생하게 되고, 그것은 결국 인간의 삶을 위한 “자원”으로 유용될 것이다. 이렇게 상업적이고 인본적인 마인드가 아이들을 위한 체험이라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체험을 하는 아이들은 천진했고, 연어가 아프지 않게 한 번에 잘 때린다고 애쓰는 모습이었지만 체험 내용이 자연에 친화적인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지울 수 없었다. 남대천으로 돌아온 많은 연어들, 그 좋은 자원으로 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체험을 만들었으면 한다.
남대천의 연어들

어미연어 맞이 생태체험 행사 예약 안내
기간: 2014.10.24~11.9

전화 및 인터넷 예약
Tel. 033-670-1623, 1611
인터넷 www.fira.or.kr
행사기간 중 평일(월~목)은 단체(30명 이상) 예약에 한해 전화로 예약 접수 가능합니다.

연어
연어의 종류는 연어, 시마연어, 은연어, 홍연어, 왕연어, 곱사연어의 여섯 가지가 있는데 이중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북태평양을 거쳐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것은 연어(Chum Salmon)와 시마연어(Cherry Salmon)이다. 시마연어는 매우 드물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것은 대부분은 연어(Chum Salmon)이다. 하천에서 태어난 연어는 약 30~50일간 하천에 머물며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한다. 북태평양 전역을 돌아다니며 약 2~5년을 보내다 번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50cm 이내의 얕은 수심에 물의 흐름이 있고 깨끗한 자갈이 깔려 있으며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 곳이 연어의 최적 산란지이다. 암컷이 꼬리지느러미로 바닥을 파 산란장을 만드는 동안 수컷은 구애행위를 한다.

연어체험 행사

암컷이 산란을 하면 그 위에 수컷이 방정을 하여 수정이 이뤄지는데 자연산란의 경우 부화율은 20~30%에 불과하다. 암컷과 수컷은 입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컷은 입이 돌출되어 있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며, 산란기가 되면 입이 갈고리 모양으로 변한다. 암컷은 입이 타원형이고 산란기가 되면 알 때문에 배가 처진다. 바다에 있을 때 연어는 은빛을 띠지만 하천으로 올라오면 붉은 색으로 몸이 변한다.
참가자들의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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