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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 부부의 TONG & FIJI 허니문 다이어리

다이버 부부의
TONG & FIJI
허니문 다이어리

바다를 사랑하는 두 남녀가 스쿠버다이빙이라는 같은 취미로 만나 부부의 인연이 되었다.
단둘이 떠나는 여행, 허니문.
일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설렘 때문일까? 좋은 다이빙 포인트는 많지만 평생 추억할 단 한 번의 신혼여행이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정 장애가 있는 우리에게 “통가에 가세요!”란 김기자의 한마디는 왠지 모를 이끌림이 되어,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그렇게 결정이 되었다.


콩가? 통가? 이름조차 낯선 작은 섬. 그 곳에 가면 혹등고래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이제 갓 100회, 200회인 초보 다이버 부부는 겁도 없이 그곳을 가기로 결정했고, 이왕 멀리 가는 것 통가와 가까운 피지에서도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10박 11일의 허니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허니문 투어를 다녀왔다.

복잡한 항공 일정을 보여주는 보딩패스들.우리는 시드니에서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를 이용해 통가로 들어갔다.

혹등고래가 머무는 곳, 감동의 바다 통가
whale watching & whale swimming
우리는 통가의 수도인 누쿠알로파(Nuku'alofa)가 있는 통가타푸(Togatapu)에서 4일을 보냈다. 남태평양의 섬들로 이루어진 작은 왕국 통가는 이 밖에도 하이파이, 바바우, 니우아스의 4개의 제도로 나누어져 있다.
한국에서 통가까지 직항 항공편은 없고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을 경유해야 한다. 인천에서 오클랜드를 거쳐 통가로 가는 방법이 제일 경제적이었지만 우리는 결혼식 일정 때문에 시드니에서 주 2회(월/수) 운항하는 Virgin Australia를 타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4일을 머물었던 통가 타푸의 숙소 Likuloafa Beach Resort
나흘 동안 발이 되어준 작은 보트. 많게는 10명이 이 보트로 고래를 보러 간다.

2014년 9월 31일 화요일
출발! 날씨는 흐리지만 고래를 볼 수 있다는 설렘에 기분이 좋다.
바비킴의 ‘고래의 꿈’을 흥얼거리며 약 1시간 정도 거리의 북쪽 먼 바다로 항해를 시작했다.
웨일 워칭whale watching은 넓고 넓은 바다를 떠다니다 고래가 수면 위로 "푸우!"하며 숨 쉬는 것을 보고 그 위치를 파악하여 접근한다. 갓 태어난 새끼는 10분, 어미는 30분에 한번 정도 공기를 마셔야 하기 때문에 쉽게 이들을 찾을 수 있다. 오전 9시에 출발한 배는 거의 하루 온 종일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6시쯤 항구로 돌아온다.
이렇게 너를 찾아서 계속 헤매고 있나 왜 이렇게 돌고 돌아야 하나 내 마을을 왜 몰라 ~♪
나는 왜 하필 ‘고래의 꿈’ 노래를 흥얼거렸던 것인가? 고래는 보이지 않는다. 설렘은 아쉬움과 실망으로 변하며 2시간여 동안 광활한 바다를 바라만보다 지친 우리는 근처 마리나 비치에서 잠시 쉬며 점심을 먹었다.
그러나 오후에 다시 나간 바다에서는 아기와 엄마 흑동고래를 여러 마리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난생 처음으로 고래의 브리칭*을 본 순간에는 "우~~~와~~~"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수면을 향해 상승 중인 고래
브리칭 중인 고래

너무나 아름답고 우아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보다 훨씬 커다란 몸집의 고래가 저렇게 높게 점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혹등고래의 몸집의 크기는 실로 매우 컸다. 어미는 약 15m, 새끼고래는 5~7m 정도 되어 보였다. 배 가까이 다가왔을 땐 배가 뒤집힐까 살짝 겁이 나기도 하였다. 난생 처음 대자연 속에서 고래와의 만남에 흥분된 시간 이었다.

* 브리칭(Breaching): 고래가 수면 위로 점프하며 뛰어오르는 행동. 브리칭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로 몸에 붙은 기생충을 털어내기 위해 브리칭을 하고 다른 고래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브리칭을 하기도 한다. 짝을 찾을 때, 어미고래가 다른 고래에게 에스코트를 요청할 때, 그리고 수컷의 경우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이런 행동을 한다.

2014년 10월 1일 수요일
오늘은 배에 우리 둘만 올랐다. 운이 좋은 날이다. 왠지 혹등고래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가득 찼다. 웨일 가이드인 탐이 웨일 스윔whale swim 시 유의사항을 설명했다.
물속에 입수할 때는 배에서 미끄러지듯이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용히 들어갈 것(다이빙하듯 점프해서 들어가면 고래가 놀라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리면 다시 그들이 우리 쪽으로 접근해오므로 만지거나 쫓아가지 말 것, 어미고래는 모성애가 강해 새끼를 24시간 품에 안고 보호하기 때문에 어미와 새끼 사이로 지나가지 않을 것 등이었다.
* 스파이 호핑(Spy hopping): 고래가 수직으로 상승하여 수면 위 주변을 탐색하는 행동
스파이 호핑

고래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높아 실제로 매일 혹등고래를 만났다. 매년 7월에서 10월까지 통가의 따듯한 바다는 어미 혹등고래가 새끼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미고래에게는 휴식의 장소이고 새끼들에겐 탄생 후 처음 만나는 세상인 셈이다.
고래는 매우 영리하다. 스파이 호핑*을 해서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배 위의 사람 수까지 파악할 수 있고 위협을 느끼면 절대 다가오지 않는다. 배가 고래 가까이 접근할 수는 있지만 웨일 스윔을 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고래의 선택이라는 가이드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즉, 고래가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와 주고 곁에 머물러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는 고래가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호기심 많은 새끼고래가 한참이나 우리를 지켜보고 떠나지도 않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면 받아준다는 말이 기억나 열심히 팔을 흔들며 “안녕~”하고 외쳤다. 내 착각이었을까? 새끼고래가 나를 향해 씨익~ 웃더니 내 행동을 따라 하며 뱅그르르 돌아준다. 한동안 우리 주위를 돌며 유영하더니 꼬리로 살짝 툭 치고 떠나갔다. 온 몸이 굳어버리는 줄 알았다. 우리가 만난 고래는 세 마리로 어미와 새끼고래 그리고 몸집이 35~40m쯤 되어 보이는 거대한 에스코트 고래까지 총 세 마리였다. 단란한 세 가족처럼 보였으나 실제 에스코트 고래는 이들과 무관한 남남이다. 어미고래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보다 몸집이 큰 고래에게 에스코트를 요청한다고 한다. 에스코트는 암컷이 될 수도, 수컷이 될 수도 있다. 바다 속 거대한 이들의 우정이 인간보다 낫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스파이 호핑 후 하강 중인 고래

2014년 10월 2일 목요일
오늘은 3명의 스태프를 포함하여 총 10명의 사람들이 한 배에 올랐다. 오늘도 수면 위로 헤엄치는 고래를 여러 마리 보았다. 고래들은 마치 배 위에 있는 우리를 향해 서커스를 보여주듯 로브 테일링*과 플리퍼 슬래핑* 등 다양한 행동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웨일 스윔은 할 수 없었다. 고래들은 입수만 하면 멀리 도망가버렸다. 쫓아가면 도망가고, 다시 다가오다 멀리 달아나 버리기를 반복, 마치 약 올리기라도 하듯 좀처럼 사람을 반겨주지 않았다. 웨일 스윔은 기다림과 인내를 요구한다. 통가에서의 3일째, 우리는 어느덧 욕심을 버리고 대자연에게 감사하는 인내와 마음의 여유를 배우고 있었다.

* 스파이 호핑(Spy hopping): 고래가 꼬리지느러미로 바다 수면을 치는 행동
스파이 호핑

* 플리퍼 슬래핑 (Flipper-slapping): 가슴지느러미로 바다 수면을 치는 행동
플리퍼슬래핑

2014년 10월 3일 금요일
통가에 도착한 첫째 날은 비가 왔고 매우 습한 날씨였지만 오늘은 해가 반짝반짝 떴다. 맑은 날이지만 우리나라의 늦봄이나 초가을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어 전혀 덥지 않았다. 밤에는 오히려 바람이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혹등고래 어미와 새끼의 평화로운 유영

통가에서의 마지막 날. 잔잔한 바람과 적당히 따사로운 햇살에 첫날 힘들었던 파도의 흔들림도 편안하게 느껴지고 이젠 제법 우리도 선장에게 고래의 위치를 찾아내어 알려줄 정도가 되었다. 시야가 매우 좋아 바다 깊은 곳까지 훤히 내려다 보였다. 고래를 발견하고 입수하여 그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몸집이 매우 작은 새끼고래가 수면 위로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기다렸어야 했다. 나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욕심이 생겨 새끼고래 쪽으로 잠영하니 겁이 많아 보이는 이 녀석이 엄마를 부른다. 깊은 바다 속에서 나타난 어미고래가 새끼와 내 사이를 가로 막더니 빠르게 멀어져 갔다.
통가에서 4일간의 고래와의 만남이 그렇게 끝이 났다. 기다림은 길었고 만남은 짧았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보다는 감사함이 더 컸다. 새끼고래와 교감했던 순간의 시간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잊을 만큼 강렬하고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순간의 시간은 멈춘 채로 우리 안에서 머물러 있다.
혹등고래가 머무는 곳 통가의 바다는 위대한 감동, 그 자체였다.

웨일 워칭 데이트립 팁!
* 고래 행동의 특징을 미리 숙지하고 가면 웨일 워칭이 더 재미있다.
* 쪽배에서 높은 파도를 견뎌야 하므로 멀미약을 챙기는 것이 좋다.
* 배 위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간단한 간식과 추위를 막아줄 방풍 자켓, 수건
등을 가져가면 유용하다.


휴양과 스릴을 즐긴, 피지
Fiji Shark Diving
Bula Bula!!! 피지의 인사말이다.

The Pearl South Pacific Resort 식당 입구
The Pearl South Pacific Resort 전경

남태평양 에메랄드 빛 아름다운 바다에서의 휴양과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허니문 여행지 피지섬. 통가에서 출발하여 2시간이 걸려 난디 국제공항에 도착하였으며 그로부터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퍼시픽 하버까지는 차량으로 2시간을 더 이동했다.
우리가 묵은 숙소 The Pearl South Pacific Resort는 현대적인 시설에 매우 깨끗했고 Aqua Trek Beqa 다이빙 숍까지 도보 5분거리라는 장점이 있었다.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어 다이버 뿐 아니라 골퍼 등 레포츠 즐기는 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휴양과 함께 최고의 스릴을 경험할 수 있는 샤크 다이빙에 도전하였다.

2 Tawny Nurse Shark

2014년 10월 5일 일요일
Soft Coral & Wreck Diving
Diving Site: Seven Sisters / Three Nuns

수심 18m, 수온 25℃, 조류 거의 없음
우기가 시작되기 한 달이나 더 남았건만 피지에 머무르는 내내 비가 왔으며 시야도 좋지 않았다. 다이빙은 배로 약 30분간 이동하여 베카 라군(Beqa Lagoon Island) 근처로 나간다. 요일 별로 다이빙 포인트가 지정되어 있으며 월/수/금/토요일은 상어 다이빙을 진행하고 화/목/일요일은 산호초와 난파선 다이빙을 한다. 우리는 휴양을 위해 이틀만 다이빙을 하였다. 이날은 일요일이라 산호와 난파선 다이빙을 하는 날이었다. 2회 다이빙을 진행했는데 두 포인트 이름이 재미있었다. 일곱 자매와 세 수녀. 갑자기 '다이빙 포인트 이름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7개의 뾰족한 기둥 모양의 지형 때문에 이름이 붙어진 일곱 자매 포인트는 붉은색의 씨팬이 매우 아름다운 포인트였다.
난파선은 1996년에 의도적으로 침몰시킨 대만 트롤 어선으로 30m 수심에 있었다. 20m 수심의 갑판 부근에는 연산호 군락이 다채로운 물고기의 서식지가 되고 있었다.
Yanuca Island 바깥쪽에 위치한 세 수녀 포인트는 노랑, 보라 등 형형색색의 연산호와 씨팬, 테이블 산호 등이 건강히 자라고 있어 사진을 찍기에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흐린 날씨에 나는 고프로 밖에 없었고, 신랑은 스트로브가 고장 나서 안타까움이 컸다.

붙을 곳을 잃은 빨판 상어가 방황하고 있다

2014년 10월 6일 월요일
Shark Diving
Diving Site : Bistro

수온 26℃, 강한 비바람에 파도 높음
최대 수심 24m와 18m에서 2회 다이빙을 하였다. 첫 다이빙은 깊은 수심 때문에 약 25분간 진행하였으면 두 번째는 40분 정도 있었다. 총 10명의 다이버가 두 팀으로 나뉘어 입수하며 출수 시에는 모두 함께 올라온다. 역시나 시야가 좋지 않았으나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수십 마리의 상어와 대형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인 포인트였다. 상어와 다이버의 경계는 작은 돌담 혹은 밧줄이었는데 그 밧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다이버들 사이로 왔다 갔다 하는 상어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섬뜩하기도 하였다. 이곳에서는 황소상어를 비롯 총 8종류의 상어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린 황소상어를 비롯 화이트팁, 블랙팁, 실버팁, 너스 상어를 만날 수 있었다.

피지에서 만난 Silver Tip Shark

Bistro 포인트에서 만날 수 있는 상어의 종류
White Tip Reef Shark (Triaenodon obesus)
Black Tip Reef Shark (Carcharhinus melanopterus)
Grey Reef Shark (Carcharhinus amblyrhinchos)
Silver Tip Shark (Carcharhinus albimarginatus)
Tawny Nurse Shark (Nebrius ferrugineus)
Sicklefin Lemon Shark (Negaprion acutidens)
Bull Shark (Carcharhinus leucas)
Tiger Shark (Galeocerdo cuvier)


에필로그
준비도 미흡했고 처음으로 단둘이 떠나는 긴 여정에 걱정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은 순조로웠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고 돌아왔다.
바다가 주는 감동은 누구나 다 경험할 수 있지만 모두가 다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다행히도 우린 감사할 줄 아는 다이버였기에 이번 여정을 통해 얻은 교훈은 평생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길의 큰 지침이 되어줄 것 같다. 그들이 우리에게 머물러 준 시간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큰 선물이었다. 기다림과 인내를 배웠으며 경이로운 대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 사진: 한경주, 최현주
한경주
코레일
SSI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다이버
최현주
(재)하남문화재단
PADI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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