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들의 축제, 2014.양양 "풀문 서핑 페스티벌" 을 다녀와서
2014 Full Moon Surfing Festival
스쿠버넷 매거진에서는 그 동안 여러 종류의 워터 스포츠를 소개하며 서핑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 2012년 10월호와 2013년 9월호에서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서핑 배우기를 소개했고 지난 9월호에서는 양양에서 서핑과 캠핑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했다(2012년 10월호 <다이버의 서핑 배우기>, 2013년 9월호 <발리 바루서프 서핑 캠프>, 2014년 9월호 <다이버의 서핑&캠핑> 참고).
최근 2~3년 사이에 서퍼의 숫자가 급증하기도 했고 많은 다이버들이 다이빙 리조트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서퍼들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다. 9월, 10월은 다이버들의 축제 기간이었다. 교육 단체의 페스티벌도 있었고 여러 촬영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서퍼들에게도 10월은 축제의 기간으로 10월 첫째, 둘째 주말 강원도 양양에 서핑 대회가 열렸다. 다이버들과 물리적으로는 가까운 곳에서 액티비티를 즐기지만 그 성격은 사뭇 다른 서퍼들의 축제 현장을 찾아 그들의 축제는 어떠한지 살펴 보았다.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즐거운 축제의 밤
<티켓 투 더 문>의 해먹 체험 존
서퍼들의 즐거운 축제 양양 풀문 서핑 페스티벌
2014 양양 풀문 서핑 페스티벌지난 10월 3일부터 5일까지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죽도해수욕장에서 <2014 양양 풀문 서핑 페스티벌>(이하 풀문 축제)이 열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행사로 죽도해변에 위치한 서퍼 911(대표 권세호)이라는 서핑숍에서 주최한다. 페스티벌의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서핑 대회가 열리는 자리이다. 입문, 초급, 중급, 고급 남녀로 나뉘어진 대회로 사전접수 참가자만 25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행사였다. 대회는 3일 오전 9시 대진표 개시를 시작으로 각 부문 별 예선, 본선 경기가 펼쳐졌다. 원래의 계획은 3일 10시부터 대회가 시작되어 4일 오후 6시에 모든 경기가 종료되고 저녁 7시부터 파티 및 시상식을 하는 것이었는데, 서핑 또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포츠이다 보니 예정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3일 오전에는 너무나 잔잔한, 다이버들이 좋아하는 장판 같은 바다에 대회 시작이 미뤄졌고, 4일 오후에는 너무 강한 파도에 또 한 번 대회 진행이 늦춰졌다. 결국 최종 시상식은 예정보다 반나절 이상 늦은 5일 12시에 열렸다. 하지만 다이버들이 바다에 순응하듯 서퍼들도 바다에 순응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바다 환경에 맞는 놀거리를 찾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바다가 장판이라 시합을 못 할 때는 수면에 부표 몇 개를 띄워놓고 패들링*으로 부표 건져오기 게임을 했는데 수 십 명의 서퍼들이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 패들링Paddling
서핑 보드 위에 엎드려 수영 자유형 동작처럼 양팔을 번갈아 저어 추진력을 얻는 것을 말한다. 서핑의 기본 기술로 패들링 체력이 좋아야 원하는 곳으로 이동해 서핑을 즐길 수 있다.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
수십 명의 서퍼들이 부표를 향해 패들링 하고 있다
풀문 축제 안의 각종 즐길거리풀문 축제 행사장 곳곳에는 쇼핑거리와 먹거리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게 준비되었다. 여러 서핑 브랜드 부스에서 래쉬가드, 보드숏, 래깅스, 선그라스 등이 서퍼들은 물론 다이버들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지갑, 팔찌 등의 액세서리와 후디, 티셔츠 등도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편에서는 티켓 투 더 문의 해먹 체험 존이 마련되었고, 티켓 투 칠레의 와인 시음회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행사장과 지척인 하슬라 스쿠바에서도 부스를 마련하여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전시하고 서퍼들에게 스쿠버다이빙을 소개했다. 참가/참관자들에게 맥주가 무제한으로 제공됐고, 분식과 안주거리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캠핑을 즐기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티켓 투 칠레>의 와인 시음회
캠핑을 즐기는 서퍼들로 북적인 죽도 해변
행사장 내에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소나무 숲에 텐트를 치거나 의자를 놓고 삼삼오오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며 대회를 구경하는 모습은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서핑의 다이내믹한 멋과는 다른 여유롭고 평온한 매력이었다. 축제 참가자들은 행사가 진행된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15,000원에 죽도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었고, 참가비/참관비 30,000원에 무제한 맥주와 토요일 저녁 식사, 기념품인 스냅백, 경품추첨권이 주어졌다.
<롱 보드>의 모자와 액세서리
<서프 아울렛>에서는 의류 및 액세서리를 저렴히 판매했다
<무라사키 스포츠>의 서핑 보드
페스티벌,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양양 풀문 서핑 페스티벌에 있는 서퍼들은 누구나 즐거워 보였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였고,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도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을 반기고 안부를 묻는 모습은 다이버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조금 더 페스티벌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토요일 저녁, 축제의 밤에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그 시간을 즐겼다. 무대에 오르는 것도 거부감이 없어 보였고, 무대 위와 아래가 모두 하나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순서였던 일요일 낮의 시상식과 경품 추첨도 축제의 연속이었다. 시상식은 환호와 축하의 자리였고 경품 추첨은 다이내믹하고 재미있었다. 단지 번호를 뽑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맞는 즉흥적인 게임들이 긴장감과 재미를 더했다. 단지 경품을 나눠주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경품이 어울릴 만한 사람을 찾고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후드티 상품을 걸고 그 옷에 가장 어울릴 사람을 찾는다거나, 부츠 두 켤레를 걸고 발 사이즈가 맞는 커플을 찾는 등이었다. 의자 몇 개를 쌓아두고 선착순 의자 앉기도 여자들끼리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다.
댄스경연을 펼치는 서퍼들
시상식 모습. 상품을 받고 즐거워하는 참가자들
다양한 참여를 끌어낸 경품추첨
경품을 걸고 의자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후드티를 경품으로 받았다
성공적인 행사, 그 이유서핑숍 하나가 준비한 행사로는 매우 큰 규모였고, 모두가 즐거운 축제의 시간이 신기해 보였다. 행사를 주최한 서퍼911의 권세호 대표는 이것 저것을 챙기느라 무척이나 분주했지만 잠시 시간을 내주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권세호 대표는 성공적인 페스티벌을 할 수 있는 이유로 누구나 알기 쉽게 대회 운영을 공지하고, 원칙을 지키는 투명한 운영을 하고, 서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 등을 꼽았다.
사회자 한 명이 대회 기간 내내 무선 마이크를 들고 다니며 행사의 이모저모를 자세하고 재미있게 안내했다. 대회 진행은 물론 이벤트에 대해서도 생동감 있게 전달했는데 덕분에 시간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대회 참가 및 관람을 할 수 있었고 해변 어느 곳에 있던 재미있는 이벤트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대회 진행의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예를 들면 상급 경기라고 해서 더 좋은 파도에서 시합을 할 수 있게 시간을 바꾸는 등의 편법을 쓰지 않고 심판들의 점수로 순위가 결정되는 대회이기에 그만큼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경품 및 상품 협찬이 있던 만큼 협찬 받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서퍼들의 신뢰를 얻는데 한몫을 했다. 서핑 페스티벌이지만 협찬 품목이 서핑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도 좋아 보였다. 탐스슈즈, 티켓 투 더 문의 해먹, 티켓 투 칠레의 와인 등 참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들은 대회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권세호 대표는 자신이 서핑숍을 운영하지만 그 전에 서핑을 사랑하는 서퍼로 다른 서핑 대회와 페스티벌을 빼놓지 않고 찾는다고 한다. 그곳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또 다른 서퍼들의 의견을 듣고 배울 점과 개선할 것을 찾아 풀문 축제에 그대로 반영한다고 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서퍼들이 싫어하고 불편해하는 것이라면 모두 고쳐나간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이곳의 모습이 이해가 됐다.
서핑 대회 대진표
즐거운 행사를 만든 서퍼 911의 권세호 대표(오른쪽)
풀문 축제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미있게 이벤트를 소개한 사회자(가운데)
내년을 기대하며내년 풀문 서핑 페스티벌은 더욱 큰 규모로 열릴 것이라 한다. 벌써 대형 주류 업체와 2015년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서핑 업계 내의 행사가 외부 대기업의 스폰서를 받는다니 부러우면서도 내년 풀문 축제가 더욱 기대되었다. 다이버들의 축제도 이처럼 참가한 다이버들 모두에게 즐거운 행사가 되고 또 업계 외부에서 보기에도 매력적인 이벤트가 되길 기대해본다. 양양 풀문 서핑 페스티벌은 4년 전 김밥 몇 줄을 사다 놓고 시작했다고 한다. 노력하고 아이디어를 낸다면 우리도 더 재미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행사가 모두 끝난 후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