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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나의 영웅 -쥐노래미 아빠의 육아 관찰기

슬픈 나의 영웅
쥐노래미 아빠의 육아 관찰기


따듯한 열대 지방에서 주로 다이빙을 간간히 즐기던 나는 올해 처음 동해바다에 도전하게 되었다. 차가운 물, 뿌연 시야, 그리고 약간 거친 분위기 등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식탁에서 보던 물고기 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 함께한 다이버들의 훈훈한 정이 금세 동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냥 한번 동해를 체험하기 위해서 시작한 다이빙은 쥐노래미 숫컷이 알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신기한 마음에 10월 19일, 10월 26일, 11월 22일 양양, 경포, 주문진에서 산란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생명이 시작 되서 자라나는 모습은 포유류의 경우 초음파로 확인하거나 시간 간격을 두고 죽여서 표본을 만들어야 관찰 할 수 있고 파충류, 조류의 경우는 알에서 자라게 되는데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을 볼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자라는 모습은 관찰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류는 투명한 알속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습을 관찰 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이고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동해가 너무 신비하였다.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잡지사에서 글로 정리해 보는 것을 권유하여 여러 가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황금빛 진한 노랑색의 혼인색의 쥐노래미 숫컷
붉은빛이 도는 난괴와 회색빛이 도는 난괴로 구성된 난괴덩어리

쥐노래미는 우리나라 동, 서, 남해 전 연안에 서식하는 연안 정착성 어류이다. 쥐노래미의 산란특성은 특이한 점이 많고 알을 지키려는 부정에서 영웅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

첫 번째 영웅적인 면모는 피하거나 숨어 지내지 않고 스스로 몸을 드러내고 적에 맞선다는 점이다. 비슷한 어종인 노래미와 줄노래미는 알덩어리인 난괴를 은폐하기 좋은 곳의 홍조류 뿌리에 정착시키고 붉은색 보호색으로 몸을 숨긴다고 한다. 쥐노래미는 조류 소통이 좋은 노출된 곳에 난괴를 정착시키고 황금빛 진한 노랑색의 혼인색으로 자신을 드러낸다(사진 1). 그리고 난괴를 지키기 위해 포식자가 나타나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유인하여 난괴가 있는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적극적인 전략이다.

두 번째 영웅적인 면모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마리의 수컷은 자기 영역에 들어온 암컷을 유혹해서 수정을 하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다른 암컷이 기존의 난괴 옆에 알을 낳으면 정액을 뿌려 수정시켜서 적게는 2개에서 8개의 난괴를 지킨다고 한다. 그래서 쥐노래미의 난괴는 수정 시키에 따라 다른 색을 띄는 여러 개의 난괴로 구성되어 있다(사진 2).

그럼 지금부터 난괴가 시간이 지나가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살펴 보겠다.

2014.10.19.
노란색을 띤 30cm 가량의 쥐노래미 수컷이 난괴를 지키기 위해 암반위에 있다. 쥐노래미는 부레가 없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을 때는 지지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을 수 있다(사진 3). 가만히 누워서 알을 지키다가. 가끔은 알 사이사이 신선한 물이 공급될 수 있게 가끔 난괴에 가까이 다가가서 지느러미를 살살 흔든다(사진 4). 잘은 모르겠지만 중간 중간 입을 가까이 데고 오물조물 하는데 아마도 알을 잡아먹는 작은 갑각류 등을 털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사진 5). 난괴를 자세히 보면 알이 하나 하나 관찰 되는데 알은 겨란 노란자에 해당하는 난황과 흰자에 해당하는 난배 그리고 난황에 붙어 있는 배아로 나누어 진다. 수정란 초기에는 알의 대부분은 난황으로 채워져 있다(사진 6).
인공구조물 위에 누워있는 쥐노래미 숫컷
. 지느러미를 흔드는 쥐노래미
난괴에 입을 갖다 대는 쥐노래미

2014.10.26
난황의 색이 진해졌고 영양분으로 사용되어 난황의 크기는 작아졌다( 사진 7). 일부 수정이 일찍 된 암컷의 난괴는 신경계가 자라나기 시작해서 눈의 형태가 관찰되기 시작한다

     난괴는 수많은 알로 구성되어있고 알을 자세히 보면 알 속에 투명한 다른 알 같은 막이 들어 있고 그 속에는 투명하지 않은 배아가 붙어 있다
진해지고 작아진 난황이 관찰되는 난괴
눈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하는 난괴

2014.11.22.
난황은 없어지고 그 양분으로 자란 쥐노래미 새끼의 형태가 관찰된다. 눈동자가 생기고 꼬리도 관찰된다 ( 사진 9). 마치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일부 알들은 혈액이 생기기 시작했는지 눈동자에 붉은색 빛깔이 돌기 시작하였다( 그림 10).

알속에 어류의 형태가 관찰되는 난괴

눈에 붉은색 빛이 도는 알들

쥐노래미알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것 또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임을 알지만 생명의 신비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해 괴롭힘을 강행하게 되었다. 부디 모델이 된 쥐노래미가 눈이 많이 부시지 않았기를 알들에게 영향이 없었기를 바래본다. 사진속의 수정된 알 속의 눈을 보니 괜히 명란젖을 먹던 젓가락이 갈 길을 헷갈리게 된다.



마지막 사진을 찍고 나서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사진을 찍으면 수컷 쥐노래미가 제 주의를 돌면서 경계를 하거나 지느러미를 펼치며 위협을 하는데 어디를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공기가 다 되어서 출수를 하고 배에 올랐다. 배에는 몸통이 관통된 황금색에서 누런색으로 변한 쥐노래미 아빠가 너부러져 있었다. 누군가 발로 안 보이는 곳으로 툭 차버린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11월과 12월은 쥐노래미 금어기로 낚시에 걸리면 방생을 한다고 한다. 아마도 쥐노래미란 걸 모르고 처음 작살을 잡아본 다이버가 너무나 눈에 잘 띄는 색을 가지고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물고기를 보고 참 좋은 기회구나 하고 작살을 날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냥 모른척하고 돌아오면서 내가 찍은 알들의 아빠가 아니기를 기원하고 뭐라고 항의를 해야 하나 망설이면서 빨리 육지에 돌아오기만을 기원했다.

취미로 사냥이나 채취를 하는 곳, 생업으로 사냥이나 채취를 하는 곳, 구경하고 사진 찍고 보호하는 곳을 구분하면 참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글 사진 /박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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