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멕시코를 가다!
코주멜(Cozumel), 시노테(Cenote), 칸쿤(Cancun)..멕시코 다이빙 여행기
MEXICO-Caribbean Sea Cozumel,Cenote,Cancun
누구에게나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파리의 에펠탑을 바라보며 패션 도시의 흥취를 즐긴다든지, 월드컵 열기가 한창인 브라질 해변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걸치면서 경기를 관람한다든지, 혹은 태고의 신비가 가득한 아마존 우림을 탐험하는 자신의 모습이 리스트에 있지는 않으신지? 필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다 남자인지라 리스트의 상위권에는 대부분 세계의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들이 위치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멕시코의 ‘칸쿤(Cancun)’ 이라는 곳은 청명한 수중 시야와 다채로운 수중 동굴, 그리고 아주 독특한 수중박물관으로 이름난 곳이다. 그리고 드디어 필자에게도 기회가 찾아와서 2014년 여름, 멕시코 칸쿤과 그 근처의 바다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 홀로 떠난 노준성의 멕시코 다이빙 여행! 신비한 멕시코 수중과 아름다운 사진들이 함께 합니다!
코주멜페리위에서
코주멜행 페리
캐리비안의 보물 코주멜(Cozumel)조니뎁 주연의 ‘캐러비안의 해적’은 알만한 분들은 다 아는 영화다. 이 영화의 배경이었던 카리브해가 바로 멕시코 칸쿤의 동쪽 바다라는 사실! 칸쿤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면 플라야 델 카르맨(Playa Del Carmen)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곳은 칸쿤 근처에서 카리브 해에 위치한 섬들 중 하나인 코주멜(Cozumel)로 향할 수 있는 항구이다. 40분간 페리를 타고 이동해서 도착한 코주멜, 필자의 첫 멕시코 다이빙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뒤편으로 보이는 플라야 델카르맨항구
코주멜은 칸쿤 근처에서도 깨끗한 수중 시야와 다이나믹한 수중경관으로 이름난 곳이다. 날카롭게 깎아지르는 수중 절벽들 사이를 조류를 타고 떠다니면서 즐기는 다이빙은 과장을 좀 보태자면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사이를 날아다니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각양각색의 물고기 떼들을 볼 수 있으니 보너스까지 빵빵하다. 카리브 해를 가로질러 코주멜 항구에 도달할 즈음 눈부신 사파이어 물색이 승객들을 사로잡는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배 위에서 이동을 하면서도 바닥이 보인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다이빙을 위한 전용선이 대기 중이었다. 큰 배에서 작은 배로 환승하고, 다이빙을 함께할 사람들과 함께 가이드부터 사전 안내를 들었다. 과연 세계적으로 이름난 다이빙 포인트답게 멕시코, 콜롬비아, 미국, 브라질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 동승해 있었다. 그 중 아시아인은 오로지 나 혼자였지만 다이빙을 기대하는 마음은 모두 같으리라.
COZUMEL자 이제 물 속으로 점프! 할 시간. 덩치 큰 나의 수중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못한 대신 새로 장만한 작은 카메라의 상태를 체크하고, 드디어! 시리도록 푸른 멕시코의 바다를 처음 열었다. 풍덩! 익숙한 입수 소리와 함께 내 앞에 펼쳐진 바다, 눈 안에 들어온 광경은 그저 막힘 없이 뻥 뚫린 시원한 시야였다. 다양한 바다를 경험해 다이빙 횟수가 거의 300회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처음 본 맑고 맑음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비록 부글부글 거품소리 섞인 비명이었으나, 하아…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가슴이 떨린다.
코주멜의 캐번수중 아치
시원한 시야
코주멜에서의 다이빙은 절벽 사면을 끼고 조류를 타고 흘러가면서 즐기면 되는 다이빙이었다. 산타 로사(Santa Rosa)라는 포인트였는데, 우선 빼어난 수중시야 덕에 사방이 드라마틱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협곡 사이사이에 물고기 떼들이 모여 한가로이 유영을 하고 있으니 바다 속 사파리가 바로 이곳이었다. 절벽 중간중간에는 아치형으로 뚫린 구멍들이 여러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장애물을 넘듯이 이 작은 굴들을 빠져나가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웅장한 경관도 인상 깊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물고기들이 모두 친근하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주로 한국 바다에서나 가까운 필리핀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면 물고기들이 다이버를 보면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물고기들이 다이버들을 무서워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가까이 와서 다이버들을 구경하는 녀석들도 있었는데 평소 해양생물들을 자극하지 않고 잘 보존해온 노력의 결과인 듯 했다.
물고기떼와 다이버
사람 구경중인 엔젤피쉬덩치가 큰 녀석들일수록 다이버들을 겁내지 않고 사진을 찍기 위해 거리를 좁혀도 잘 도망가지 않았다. 덕분에 한국이나 태평양 바다에서 보기 힘든 대형 엔젤피쉬(Grey angel fish)들을 신나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고, 통통한 스내퍼(Sapper)들이 산호를 끼고 무리 지어 있는 장면들도 비교적 손쉽게 담을 수 있었다. 사진들을 감상해 보시길. 첫날부터 멋진 장면들을 보면서 깨끗한 물 속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니 한마디로 포식한 셈이었는데 앞으로 과식할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멕시코의 바다이다
지하 수중세계 시노테(Cenote)동굴에 들어가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리라. 한여름에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깊이 들어갈수록 어두컴컴해지는 세계, 그리고 기기괴괴한 종유석들이 울쑥불쑥 솟아있는 지하세계. 흔히 동굴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수중동굴은 어떨까? 일단 박쥐는 없다! ^_^ 그리고 물로 채워져 있으니 물고기들도 들락날락 거릴 수 있고, 문제는 빛이 없으니 랜턴은 필수로 챙겨야 하는데다가, 동굴 다이빙 교육을 받지 않고 무턱대고 다이빙을 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하면 Good bye. 결론은, 수중 동굴은 조금은(?) 으스스하면서 스릴 넘치는 곳이다^^!
계곡에서 바라본 수면칸쿤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한 시간 즈음 이동하면 시노테라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수 많은 석회 수중동굴들로 유명한 곳인데, 바다 속에 위치한 수중동굴이 아닌 담수로 채워진 수중동굴들이다. 석회질 암반을 타고 스며든 물이 동굴을 가득 메우고 있고, 대게 석회질 수중동굴의 시야는 빛만 잘 새어 들어온다면 끝도 없는 수중시야를 자랑한다. 한마디로 수중 랜턴 빛이 닿는 곳 끝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곳에서의 다이빙은 흡사 우주공간에 떠 있듯이, 내 눈앞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멋진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날 필자의 다이빙은 차크물(Chac Mool) 이라는 수중동굴 포인트에서 계획되어 있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차크물이라는 곳만 하더라도 수많은 수중동굴 포인트들이 산재해 있었다. 필자와 함께 이곳에서 다이빙할 버디들은 콜롬비아인과 일본 유학생이 있었고, 우리는 이곳에 수중동굴 지형에 아주 익숙한 다이빙 가이드를 따라서 탐험을 시작했다.
태양빛이 오묘하게 새어들어 온다입수하는 곳은 작은 웅덩이를 연상시켰는데 민물이라서 그런지 이끼가 많아서 제법 미끄러웠다. 그리고 많지는 않았지만 민물고기들이 눈 앞에서 조금씩 돌아다닌 것이 보였는데, 석회질이 많은 물 속이라 살기 힘들 줄 알았지만 그래도 서식환경으로는 나쁘지는 않은 듯 했다. 다이브 마스터의 안내를 받으면서 잠수를 시작했는데, 어두컴컴한 것이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는데 영화에서 무시무시한 괴물이 덮치기 직전 장면이 떠올라 긴장되었다. 한 50m 정도 진행했을까? 뒤를 슬쩍 돌아보았는데, 아!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떨림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동굴입구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 줄기는 에메랄드 색으로 영롱하였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죽은 나무들이나 돌덩어리들이 기이한 세계의 입구를 연상시켰다. 이 모든 광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분명 끝도 없는 청명한 수중시야 때문이었다.
태양빛이 오묘하게 새어들어 온다이제 오묘한 장면을 뒤로 하고 동굴 구석으로 들어가자 랜턴 빛 없이는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어둠이 엄습하였다. 종유석과 석순들이 사방에서 자라나 있었고, 으스스하면서도 신비로운 공간 속에서 스쿠버를 한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켰다. 수중 동굴의 구석 한편에는 다이버들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성모마리아 상이 모셔져 있었는데, 필자 또한 이번 여행 중의 안녕을 기원하였다. 출수를 하는 경로는 왔던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다이브 마스터가 일행들을 인도하였다. 슬슬 멀리서 빛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입수할 때와는 조금 더 다른 오묘한 빛이 일행을 맞이 하였다. 태양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을 감상하는 것도 이곳에서의 묘미인 듯 하다. 출수 직전 고요한 수면에는 동굴 바닥의 상이 그대로 반사되어 있었다. 이는 내가 수중에 있는 지 수중이 내 위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일체의 움직임 없는 정적의 세계였다. 후! 짧지만 굵었던 동굴 다이빙을 마치니 더 멋진 일은 민물에서 다이빙을 했기에 샤워를 딱히 할 필요가 없었던 사실! 시노테에서의 다이빙은 그야말로 무서움과 신비로움, 그리고 상쾌함을 동시에 체험한 순간이었다.
물고기 떼들
물고기의 낙원 칸쿤(Cancun)마침내 칸쿤에서 다이빙을 하는 날이었다. 그 동안 칸쿤 주변만 돌아다니면서 다이빙을 한지라 사뭇 긴장되는 날이었다. 오늘은 Reef Ponta Negra와 Reef Grampin이라는 포인트에서 각각 일 회씩의 다이빙이 예정되어 있었다. 여전히 날씨는 화창했고, 시야는 투명하고, 덩달아 내 기분은 상쾌했다. 자! 시작이다! 입수 후 눈에 들어온 광경은 첫날 코주멜에서 했던 다이빙 보다는 조금 시야는 안 나오는 편이었다. 그래도 수중시야 30m는 보장되는 곳이다! 그리고 물고기들이 훨씬, 아주 훨씬 더 많았다. 여전히 이 녀석들은 너무나도 친근해서 나를 구경하고 가기도 했고, 수백 마리가 놀고 있는 물고기 떼들의 군무 사이를 통과하는 기분 또한 짜릿했다. 돌바닥과 같이 위장을 하면서 웅크리고 있는 스콜피온 피쉬(Scorpion fish)를 만나기도 했으며, 마치 몸이 유리와 같이 투명하다고 해서 글라스 피쉬(Glass fish)라고 불리는 작은 녀석들은 무리를 지어 산호 근처에 몰려있는가 하면, 부채산호(Sea fan)들은 물결을 따라 너울거리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물고기 떼와 다이버
칸쿤의 부채 산호들
풀을 뜯던 거북이
마지막 다이빙 포인트에서 출수를 앞두고 다이브 마스터의 안내로 거북이들이 좋아하는 터틀 그래스(Turtle grass)가 자라는 지역을 방문했는데, 이게 왠걸 과연 거북이(종류는 그린 터틀, Green Turtle) 한 마리가 정신 없이 풀을 뜯고 있었다. 이 녀석은 주변에 다이버가 가까이 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주린 배를 채우느라 정신이 없는 듯했다. 보통 목장의 소들이 풀을 뜯는 광경을 떠 올려 보면 느긋한 평화로움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느림보 거북이가 아닌 닌자 거북이와 같은 속도로 미친 듯이 풀을 뜯는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한참을 관찰하고 있노라니, 다이브 마스터가 신호를 보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어이쿠! 거북이 한 마리가 더 합류를 하였다. 두 놈이 정신 없이 풀을 뜯는데, 덕분에 좋은 사진 모델이 되었다. 색깔도 조금 다른 것이 저마다의 개성이 있는 녀석들이었지만 식성과 식욕은 동일한 듯 하다. ^_^. 실컷 사진을 담고 이제 출수할 시간이다!
은퇴 후 화려한 변신 난파선!-칸쿤 난파선 다이빙(Wreck diving)수명이 다해서 폐기해야 하는 선박들은 훌륭한 물고기 서식처로 활용할 수 있다. 바로 배를 바다 속에 가라앉혀서 난파선으로 만드는 것인데, 난파선의 구석구석 공간들을 물고기들이 집으로 활용하게끔 만든다.
난파선의 물고기떼들
바다 속의 대부분 허허벌판 모랫바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곳에 난파선을 안치하게 되면, 생물 다양성이 낮았던 연안해역에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해양생태계 건강성 증진에도 일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다이버들에게는 이색적인 포인트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손길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공간인 것이다!
초보자도 다이빙이 가능한 난파선
난파선을 서식처로 삼고 있는 물고기들이러한 까닭으로 세계 곳곳 연안해역에는 난파선을 활용한 물고기 서식처를 만들어 둔 곳이 많은데, 이곳 칸쿤에도 제법 덩치가 큰 배를 가라앉혀 놓은 곳이 있었다. 보통 난파선 다이빙은 무턱대고 내부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숙련된 다이버들을 중심으로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곳의 난파선은 비교적 내부 구조가 단순하였고, 그리고 굳이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도 볼거리들이 많이 있었기에 많은 다이버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하였다.
난파선에 당도하자마자 크게 외부를 한 바퀴 둘러 보았다. 구석구석 물고기 떼들이 조금씩 모여서 쉬는 것들이 보였고, 난파선은 가라앉은 지 오래되어서 산호나 해면 등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게 영락없는 누더기 선박이었다. 자 이제 조금 어두컴컴한 내부를 탐험해 볼 차례! 그다지 위험한 곳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어릴 적 보았던 유령선 영화가 생각이 나서 사뭇 긴장이 되었다. 옛날에는 선실로 쓰였을 법한 곳은 이제 야행성 물고기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랜턴을 챙겨가지 않아서 실루엣만 보였지만, 이 녀석들은 우리나라에도 서식을 하고 있는 주걱치의 일종이었다. 바로 야행성 어종이다! 난파선의 어두운 공간들을 멋지게 이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복도를 빠져 나오니 선박의 데크(Deck)였던 공간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Oh My God! 물고기들이 어디 숨어있었나 했더니 바글바글한 무리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스내퍼(Snapper)의 일종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녀석들도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못마땅한지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면서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으스스한 느낌의 난파선 복도
아! 그 덕에 사진을 신나게 찍었는데, 난파선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활용해 으스스한 느낌으로 꾸며 보았다. 구도를 잡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덕분에 물고기 떼들이 양몰이를 하듯이 계속 나에게 쫓겨 다녔다. 이곳 칸쿤의 난파선은 한 때는 분명 인간들의 교통수단이 되었던 선박이지만, 이제는 물고기들의 서식공간으로써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신비로운 수중 정원-수중박물관(Underwater Museum)과거 칸쿤과 그 주변 해역을 강타한 강력한 태풍 탓에 이곳 산호초 일대가 많이 훼손이 되었었다. 그 까닭으로 훼손된 해역의 건강성을 복원하고자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00여점의 조각상들과 건축물들을 연안해역에 설치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수중박물관인 것이다. 단순한 인공어초가 아닌 예술작품들을 해양생물들의 서식처로 제공함으로써 칸쿤 수중박물관 일대는, 해양환경과 인간의 예술활동을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곳 TOP 10’ 에 항상 꼽히는 곳이고, 필자의 목록에도 수중박물관은 TOP3 안에 들었던 다이빙 포인트이다. 다시 말해 필자가 멕시코 다이빙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다!
Isla de Mujeres(영어로 Island of Mother, 어머니의 섬)에 있는 폭스바겐
필자가 다이빙을 한 포인트는 칸쿤 해역에서 조금 배를 타고 나가다 보면 Isla de Mujeres(영어로 Island of Mother, 어머니의 섬)를 만날 수 있는데, 이 곳 해역에 조성된 수중박물관 포인트였다. 두근두근 드디어 꿈에 그리던 곳에서 다이빙을 한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었다. 풍덩! 입수를 하자마자 바닥에 무언가 둥그스름한 물체가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콘크리트로 만든 폭스바겐의 비틀 자동차였다. 물 속에 자동차라니! 내부는 어떨까 하고 안을 들여다 보았는데, 와우! 내부는 단순히 빈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속에 물고기들이 각양각색으로 바글바글! 바로 물고기 쉼터로 활용되는 것이었다. 폼 나는 자동차를 뒤로하고 조금 이동하니 콘크리트 집과 석탑 같이 생긴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구석구석 살펴보니 갑각류나 문어, 뱀장어 같이 생긴 곰치 등이 다들 제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조각상이 눈길을 끌었다. 세 사람이 머리를 땅에 처박고 있는 듯한 작품이었는데, 물고기들도 웃기게 생긴 조각상이 좋은지 꽤 많은 무리를 이루면서 이곳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다.
아직 구경할 조각상들이 많이 남았다! 바삐 바삐 움직이고 있을 때, 간간히 한두 마리씩 보이던 그레이 엔젤피쉬(Grey Angelfish)들이 십여 마리 모여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이 녀석들은 크기도 제법 큰데다가 희안하게 다이버들 근처로 와서 구경을 한다든지 하는 상당한 호기심을 가진 녀석들이기에 매우 반가운 물고기이다. 특히 나 같은 수중사진가에게는 호감도 300% 상승하는 녀석들! 덕분에 쓸만한 사진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뿌옇게 멀리 무언가 빼곡히 모여 있는 듯한 실루엣이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갈수록 형상이 뚜렷해졌는데, 이건, 이건! 인터넷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 곳! 다양한 모습의 인간을 표현한 조각상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군중의 상들 사이사이로 물고기들이 놀고 있었고, 한 때는 인간의 모습이 세밀하게 표현되었을 법한 조각상들 이지만 지금은 해조류와 산호, 그리고 해면 등이 위로 자라고 있어서 신비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기괴하기도 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특히 어린 소녀상이었을 듯한 작은 조각상의 머리위로 해면이 악마 뿔같이 자라나 순수한 소녀가 아닌 어린 악마와도 같은 조각상으로 탈바꿈한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작품들에서 오는 예술성은 이제 그 본연이 가졌던 그 것이 아닌, 바다 환경의 손에서 독특하게 변화한 형상으로서 감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변화할 것이니, 이 수중박물관은 시간이 만드는 예술성 또한 담고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 앞에 보았던 광경들이 하나하나 생생히 떠오른다. 티없이 맑았던 코주멜의 바다 속, 기기괴괴한 수중동굴 시노테, 그리고 인간과 바다환경이 함께 일궈낸 풍경 난파선과 수중박물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고 너무나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해양생물들… 필자가 죽을 때까지 그리워할 풍경들일 것이다. 다이버들이 보는 세상은 육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곳이다.
그레이 엔젤 피쉬와 다이버
여러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이 아름다운 세상을 꼭 접해보시길.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매혹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다이버가 되어야 하며! 언젠가 이 아름다운 바다들과 그리고 멕시코 칸쿤에 방문할 행운이 찾아가길 기원하겠다. 필자도 한번 더 가볼 기회가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노준성의 바다in, 멕시코 탐방기! 여기서 마칩니다. ^_^
노준성
서울대 수중탐사대 OB
서울대 조경학과 대학원 재학
레스큐 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