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물고기는 무엇으로 짝을 선택하나?
스무번째 사랑구경은 물고기의 짝 선택 조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람은 짝을 고를 때 무엇이 기준이 될까요? 사람의 경우는 개성이 강해 사람마다 다른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상대방의 외모, 재력 등을 많이 고려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고기는 어떨까요? 생물이 자기 짝을 고를 때 공통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손이 환경에서 많이 살아남아 다시 손자를 낳을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성입니다. 사람을 구성하는 염색체의 염기(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수는 약 30억 개 정도입니다. 그 중에 약 300만 개의 염기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이것이 각자의 사람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다른 사람과 짝을 지어 살면서 그 자손은 또 다른 다양성을 가지게 됩니다.
사람은 특히 짝을 선택할 때 자기와 다른
주조직적합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를 가진 사람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 분자는 체취를 형성하는 요소인데, 자신과 다른 체취를 가진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 분자는 대부분의 척추동물에서 면역계와 자가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MHC는 합성된 단백질 조각이 어떤 것인지를 그 세포의 표면에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을 핫도그에 비유하자면, 단백질 조각은 소세지이고 MHC는 소세지를 둘러싸고 있는 빵과 같은 것이지요. MHC-단백질 복합체가 세포의 표면에 위치하면, 근처에 있는 면역 세포(주로 T세포나 자연 살해 세포)가 합성된 단백질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확인된 단백질이 자기단백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면역 세포는 그 감염된 세포를 죽여 면역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다양한 면역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 다른 MHC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한쌍의 가시해마/ 사진- 한국형
물고기는 화려한 수컷을 고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화려한 수컷은 포식자에게 잡아 먹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것은 그 수컷이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등, 포식자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지요. 구피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의하면, 포식자가 많은 곳에 사는 것은 화려한 체색을 가진 것이 아주 적고, 포식자가 적은 곳에 사는 것은 화려한 체색을 가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포식자가 많은 곳에는 화려한 체색의 구피가 많이 잡아 먹혔다는 것이지요. 공작새 수컷의 꼬리와 같은 예입니다.
화려한 수컷안티아스/ 사진-최성순
또 물고기는 짝짓기를 할 때, 춤추는 듯한 구애행동을 합니다. 이를 ‘Courtship Display’라 하는데, 이를 통해 그 수컷의 건강상태나 파워를 가늠하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정확한 춤 동작을 위해서는 신경계와 근육계가 잘 조화되어야 하고 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몸치인 필자는 물고기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만다린피쉬의 사랑- 암컷 옆에서 구애행동을 하는 수컷 /사진-최성순
‘줄도화돔’처럼 입 속에서 알을 보호하면서 부화시키는‘구내포육’을 하는 물고기는 일반적으로 수컷이 그 일을 합니다. 한 마리의 수컷이 암컷 한 마리의 알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암컷의 알을 갖고 있습니다. 이 종류의 암컷은 알을 가지고 있는 수컷에게 자신의 알을 낳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수컷이 구내포육을 잘 할 것이라는 것을 다른 암컷이 인정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종류의 물고기 수컷은 뒷지는러미의 가시가 길게 늘어나고 그 끝에 알모양의 근육 덩어리가 달려 있기도 합니다. 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암컷을 유혹하는 것이지요. 자리돔이나 쥐노래미같이 알을 산란장에 붙여서 부화시키는 것들도 마찬가지로 여러 암컷의 알을 붙여 수컷이 보호합니다. 이런 수컷은 다른 산란장에서 알을 훔쳐와 자신의 산란장에 붙이기도 합니다. 구내포육하는 것들과 같은 이유로 그렇게 하는 것이지요.
구강부화중인 물고기의 수컷들 / 사진- 한국형
이렇게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짝이 없어서 고민하는 젊은이에게 어드바이스한다면,‘개성을 살려라’라고 하겠습니다. 그 개성을 인정해주는 사람과 만나면 천생연분이 되겠지요.
글/임주백
해양생물학자
어류활동생태학 전공
(주)제주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