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사고 예방에 대한 법률과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안 현장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참가하고서..
SPOEX 2015 현장에서 전시회 참가업체들을 대상으로 연안사고 예방법 반대 서명운동을 받고 있는 PADI 김부경 한국담당관과 마레스 코리아 우대혁 사장
요즘 국내 다이빙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개의 법으로 인해 업계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실정이다. 지난 2014년 5월 21일 제정된 ‘연안사고예방에 대한 법률’과 현재 의원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모두 다이빙 활동의 안전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실상은 다이빙 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현장의 상황과는 동떨어진 각종 규제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스쿠버 다이빙 업계에서는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스쿠버 다이빙 산업의 현실을 감안하여 불합리한 조항의 삭제와 개정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 강도 높은 반대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천 송도의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 개최된 연안사고예방법 개정관련 토론회연안사고 예방에 대한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토론회해양경비안전본부(전 해경)의 해상안전과는 지난 3월 3일 인천 송도의 해경안전본부 2층 대회의실에서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령’ 개정 관련 현장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미 지방에서 공청회를 개최하며 다이빙업계의 반대 분위기를 감지했으며, 이번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의견을 반영하여 개정(안)을 확정하고,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쿠버 다이빙 관련 조항의 완전 삭제를 요구하는 다이빙 업계의 주류 의견과는 달리 시행령이나 규칙의 일부만 개정하고 스쿠버 다이빙 관련 내용은 그대로 포함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에서 다이빙 업계에서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연안사고 예방에 대한 법률과 스쿠버 다이빙이 법령에 의하면 스쿠버 다이빙은 ‘연안체험활동’ 중에서도 휴대용 수중 호흡기 등을 사용하여 수중에서 이루어지는 체험활동인 ‘수중형체험활동’에 해당된다. 따라서 스쿠버 다이버는 ‘연안체험활동 참가자’로, 스쿠버 다이빙 숍 운영자는 ‘연안체험활동 운영자’로 규정되어 법령에 따른 의무를 지게 된다. 즉 ‘연안체험 활동 운영자’인 스쿠버 다이빙 숍 운영자는 안전수칙 준수의무, 안전교육을 받을 의무, 안전관리계획서 신고의무, 참가자를 위한 보험가입의무, 사고발생시 관계기관에 대한 신고의무, 관할 해양경찰 공무원에 의한 안전점검을 받을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연안사고예방법의 배경과 내용, 기대효과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는 을지대 이우진 교수. 스쿠버 다이빙이 포함된 법령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있다는 느낌을 받은 다이빙 업계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았다.이런 법령에 대해서 다이빙 업계에서 현실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보는 것은 안전관리요원 배치, 안전관리계획서 신고, 보험가입 등이다. 그 이유를 집어 보면 다음과 같다.
법령에 따르면..
첫번째 스쿠버 다이빙을 진행할 때 6시간의 안전교육을 받은 안전관리 요원이 다이버 5명당 1명씩 배치되어야 한다. 수중안전수칙, 인명구조, 응급처치 등에 대해 겨우 6시간의 교육을 받은 안전요원이 30시간 이상 교육을 받은 다이버들의 안전을 책임 질 수 있을까? 이미 다이빙 산업에서는 다이브마스터 이상의 자격을 갖춘 다이버들만이 체험 다이빙을 진행하고, 가이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응급처치와 CPR, 레스큐 과정까지 훈련을 마친 고급 다이버들이다. 법령은 이들에게 자신의 교육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다시 받으라고 강요하고 있으며, 이를 안전교육 위탁교육기관에 맡기겠다고 한다. 그리고 각 대학 등에서는 안전교육위탁 교육기관의 지정을 받으면서 피교육생의 확보를 위해 스쿠버 다이빙이 이 법령에 따라 규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다이빙 활동 진행을 위해서는 안전관리계획서를 14일 전에 신고해야 한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아서 3일전으로 수정하겠다는 개정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다이빙 운영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미리 예약을 한 다이버들도 좋지만 언제든지 자유롭게 찾아와 합류할 수 있는 다이버들도 있어야 현실적으로 사업이 된다. 레저활동은 언제든지 즉흥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것인데 놀기 위해서 미리 신고를 해야 한다면 자유로운 레저활동의 활성화에 저해요소가 될 뿐이다. 특히 여행지의 체험다이빙 같은 경우 하루 전이나 당일에 연락이 와서 합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법에 따르면 이런 손님은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세 번째로 다이빙 보험의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이 법령에 따른 보험 상품이 생긴다고 해도 보험료는 1인당 13,000원 정도 수준으로 수상형과 비교해서 보험료의 수준이 너무 높다. 기상문제 등으로 인해 계획이 취소되는 경우에 다이빙 운영자가 보험료를 날려야 한다면 사업적으로 위험부담이 너무 커진다. 보험은 필요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다이빙 운영자의 영업배상 책임보험이 되지 않는다면 현실성이 없다.
법령에서 수중체험활동에 관한 조문의 폐지를 주장한 대한수중핀수영협회 정창호 전무이사
이 법령 자체가 과거 해병대캠프에서 일어났던 학생들의 사고로 때문에 고조되었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만들어지면서 면밀한 검토도 없이 즉흥적으로 발의되고 통과되었던 법이며,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은근슬쩍 수중형체험활동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면서 레저활동인 스쿠버다이빙을 엉뚱하게도 체험활동으로 규정하여 규제하게 된 것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법령의 제정과정을 살펴보면 너무나 분명하다. 2014년 5월 2일 오전에 법사위를 통과하고, 같은 날 오후에 본회의를 통과해서 2014년 5월 21일 제정이 되었지만 2014년 8월 22일 시행하기로 했지만 지금껏 유예가 되고 있다. 해경에서 보기에도 법의 시행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계속해서 개정을 하자고 공청회를 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 등으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했던 정창호(대한수중핀수영협회 전무이사), 홍성훈(한국다이빙 교육단체협의회, KDEC 의장, KUDA 사무국장) 등은 법령에서 수중형체험활동에 대한 조문을 삭제하거나 폐지할 것을 제안했고, 손경환(수원여대 교수)은 스쿠버 다이빙 산업의 의견을 현실적으로 고려해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법령의 중대성을 실감하고 토론회에는 스쿠버 다이빙 산업에서 많이 참석하였다.이날 자유토론자로 참석했던 필자를 비롯해서 이선명(전국생활체육 스킨스쿠버연합회장), 우대혁(마레스 코리아 대표), 신명철(우정사 대표) 등은 법령의 불합리함과 비현실성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 법령 자체와 스쿠버 다이빙은 아무 연관성을 찾을 수 없으니 수중형체험활동이라는 문구 자체를 뺄 것은 요구했다.
한국다이빙 교육단체협의회와 스쿠버다이빙 전문지 대표들은 이 법령이 계속해서 스쿠버 다이빙을 연안체험활동으로 규정하고 규제를 시도할 경우에는 다이빙업계의 전력을 다해서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2차, 3차 대책을 세우고 대응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스쿠버 다이빙 동호인들도 이러한 내용에 관심을 기울여서 국내 다이빙 활동에 제약이 생기지 않도록 힘을 모으기를 바란다.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안해양수산부에서 기획하여 의원입법으로 발의를 준비 중인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안은 그 의도가 법적인 규정이 없는 수중레저활동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낚시어선을 스쿠버 다이빙 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 조항을 규정하여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있다. 하지만 수중레저 입출수구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다이버는 수중레저입출수구역으로만 입출수할 수 있다는 조항과 일몰 후 30분부터는 다이빙 활동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있다.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 개정 및 효율적 시행에 대해 한국다이빙교육단체협의회 의장으로서 수중체험활동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빼고, 입법 취지에 맞게 청소년들의 연안체험행사의 안전한 진행에 초점을 맞추라고 논리 정연하게 업계의 대표 의견을 발표한 홍성훈 한국잠수협회 사무국장이에 따르면 앞으로 야간다이빙 활동은 전면 금지되며, 대통령령에서는 1종공동어장과 양식장에서의 다이빙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연안에서 1종공동어장과 양식장이 아닌 해변이 얼마나 있는가? 수중레저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법안이 오히려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을 모조리 없애고 있다.
수원여대 손경환 교수는 안전교육위탁교육기관 협의회 회장의 자격으로 나왔지만 본인 역시 스쿠버 다이빙 강사이고, 제자들을 스쿠버 다이빙 강사로 배출하는 입장에서 이해관계를 떠나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의 발표를 하였다. 이성적인 자세로 중간적인 입장을 견지했으나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는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확실한 태도를 취해줄 것을 요구받았다.
이 법안이 적절한 수정과 변경 없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앞으로 국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법안의 준비과정에 참여한 다이빙계의 인사들은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제대로 된 의견들을 제시했는지 의문이다. 이들이 적절한 의견을 내놓았는데도 이런 식의 법안이 만들어졌다면 실망스럽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스쿠버 다이빙 업계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우리의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가만히 있었다가는 스쿠버 다이빙 산업이 존폐의 위기에 몰릴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 그렇게 규제를 한다면 해외로 나가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스쿠버 다이빙 산업도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늦기 전에 힘을 모아서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글.사진/ 최 성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