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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이야기-물고기의 성전환

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이야기
물고기의 성전환

스물 한 번째 사랑구경은 물고기의 ‘성전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하지요. 남자나 여자나 누구나 한 번쯤은 상대방의 성으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생물계에는 자라면서 상황에 따라 성을 바꾸는 것이 꽤 많이 있습니다. 특히 물고기의 경우는 현재까지 약 500 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물고기의 성전환은 사람이나 다른 포유류와 아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등뼈가 있는 척추동물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이 있습니다. 포유류나 조류도 성전환을 하기는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경우가 아닙니다. 즉 성이 바뀌는 것은 병이거나 바뀐 성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상현상입니다. 그런데 물고기는 성을 전환하면 바뀐 성의 기능을 완벽하게 하여 자손을 낳습니다. 진정한 성전환이 되는 것이라 볼 수 있지요.


성전환 하는 물고기의 대부분(90% 이상)은 암컷으로서 역할을 한 후, 성전환 하여 수컷이 되어 생을 마칩니다. 이를 자성선숙(雌性先熟, protogyny)이라 합니다. 여기에 속하는 것의 대표가 놀래기류입니다. 반대로 수컷으로서 역할을 한 후 성전환 하여 암컷이 되는 것을 웅성선숙(雄性先熟, protandry)이라 합니다. 이것의 대표는 흰동가리입니다. 이들은 시차를 두고 성전환을 하여 암, 수로 되는 것이라 순차적 자웅동체(順次的雌雄同體, sequential hermaphroditism)라 합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햄릿피쉬처럼 동시에 암, 수컷의 기능을 하는 것을 동시적 자웅동체(同時的雌雄同體, synchronous hermaphroditism)라 구분합니다.

스컹크 아네모네피쉬 한쌍 -아네모네피쉬는 수컷으로 역할을 하다가 성전환을 하여 암컷이 된다

이렇게 성전환 하는 물고기는 부화과정에서 나중에 알을 만드는 난소, 정자를 만드는 정소로 되는 기관인 생식소가 발달할 때 포유류나 조류와 차이가 납니다. 포유류나 조류는 성염색체에 의해 생식소가 정소나 난소의 한 쪽으로 발달합니다. 그러나 성전환 하는 물고기는 생식소 안에 정소가 될 부분과 난소가 될 부분이 다 있습니다. 자성선숙일 경우는 나중에 정소로 발달할 조직이 난소가 될 부분에 숨어 있습니다. 난소가 알을 만들고 난 후, 성호르몬의 자극을 받으면 정소가 될 조직이 발달하고, 난소였던 부분은 퇴화하여 정소로 바뀌게 되어 수컷이 되는 것입니다. 웅성선숙은 반대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동시적 자웅동체는 정소, 난소 조직이 같은 시기에 발달하여, 동시에 정소와 난소의 기능을 하는 것이지요.

청소놀래기-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을 했다가 다시 암컷으로 양방향 성전환이 가능하다

이런 물고기가 성전환을 하는 데는 같은 종의 자기보다 작은 개체가 필요합니다. 물고기의 계급은 몸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자성선숙의 경우, 자기보다 낮은 계급의 물고기가 있으면 몸 속에서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그 영향으로 성전환이 일어납니다. 웅성선숙의 경우는 반대로 여성호르몬이 작용하여 암컷으로 됩니다. 성전환 하는 물고기의 대부분은 세력권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짝과 짝산란(pair spawning)을 합니다. 수중에서 세력권을 형성하는 놀래기류나 양동미리의 하렘에서 가장 큰 수컷(harem master)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가장 큰 암컷이 수컷의 행동을 합니다. 암컷 중 가장 큰 것이 성전환 하여 수컷이 되는데, 아직 정자를 만들지 못하지만 산란행동을 하면서 정자를 방출하는 흉내를 냅니다. 2~5일이 지나면 수컷의 체색으로 변하고, 2주 정도 지나면 몸 내부의 기관이 완전히 정소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 수컷으로서 정자를 방출하여 수정을 시키는 것이지요.

용치놀래기 수컷과 암컷들-놀래기류는 암컷으로 역할을 하다가 성전환을 하면 숫컷이 된다

이렇게 성전환 하는 물고기는 생애에 한 번 성전환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성전환 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으로 그러리라 추측합니다. 그러나 ‘청소놀래기’나 일본 오키나와 근해에 사는 ‘오키나와베니하제’라는 망둥어 종류는 상황에 따라 암컷에서 수컷으로 변했다가 다시 암컷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이것을 ‘two way sex change’라 합니다. 이들은 암컷 두 마리가 만나면 그 중에서 큰 것이 수컷으로 성전환하고, 수컷 두 마리가 만나면 작은 것이 다시 암컷으로 성전환 합니다. 그래서 두 마리가 만나면 반드시 수정란을 낳을 수 있습니다.


흰동가리와 아네모네피쉬는 숫컷에서 암컷으로 생애에 단 한번 성전환을 한다

살다 보면 남자가 힘들 때가 있고, 여자가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 한 번씩 성을 바꿔서 역할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면 다툼과 갈등이 많이 해소될 수 있겠지요. 비록 몸이 바뀌지는 않지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남자와 여자의 사이가 좋아졌으면 합니다.

임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생태학 전공 (주)제주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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