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13일 제주도 투어를 다녀왔다. 오는 6월 갈라파고스 다이빙 투어에 참가하는 다이버들 중에 열대바다에서만 다이빙을 경험한 분들이 있어 전지훈련의 명목으로
성산포에서 다이빙을 해보자고 했다. 출발 며칠 전에 태풍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5월에 태풍이 우리나라까지 올라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출발
전날 신뢰도가 높다는 일본기상청바다날씨 예보를 보니 과연 다이빙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제주도 어딘가에서는 다이빙이 가능할 것이라 굳게 믿으며 11일 오전에 서울을 출발했다.
제주에 도착해 전화를 하니 성산포는 배가 출항할 수 없고, 비치 다이빙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갈라파고스 다이빙은 아무리 좋은 리브어보드 보트를 이용해도 다이빙은 고무보트로
진행되며 사다리도 없이 장비를 벗고 맨몸으로 보트에 올라야 한다. 필리핀의 황제 다이빙과는 많이 다른
방식이며 그런 비슷한 환경에서 다이빙을 해보기 위해 전지훈련을 온 것이었다. 그래서 보트 다이빙이 가능한
제주 사수항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제주바다하늘에서는 마침 교육이 있어서 김선일 강사랑 스태프들이 다
나와 있었다. 바다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서둘러 준비하고 다이빙을 나가라고 했다.
포인트 브리핑을 해주는 김선일 강사
제주 사수항 다이빙
고무보트를 타고 가린여 보인트로 이동했다. 조류가 좀 있었지만 파도는
거의 없었다. 오랜만에 세미드라이슈트를 입었는데 드라이슈트에 맞춰진 핀의 스프링 스트랩이 헐거웠다. 벗겨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해서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수를 했다. 그런데
입수하자마자 한쪽 발이 허전하다. 아뿔사! 입수의 충격에
핀 한쪽이 빠져 가라앉고 있었다. 바로 하강해야 하는데 세미드라이슈트 속의 공기가 하강을 막는다. 일행들과 함께 하강라인을 잡고 천천히 입수하여 한 짝의 핀으로 바닥을 돌며 잃어버린 핀을 찾아보았다. 바닥은 암반으로 조금씩 솟은 봉우리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수온은 14℃시야는 5m 정도 하강라인을 중심으로 원을 점점 크게 그리며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어차피 다른 다이버들은 경험과 구경이 목적이니 많이 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나는 핀을
찾아야 했다. 제주도에서만 핀을 잊어버린 것이 벌써 2번째인데
그때도 고무보트를 이용했었고 드라이에 맞춰져 있던 핀을 세미드라이슈트에 그대로 신고 다이빙했을 때였다. 이런
경우에는 스프링 스트랩보다 조절식 스트랩이 더 안전한데 자만심으로 다이빙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수중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시야가 제한되어
있고, 바다는 생각 외로 넓고, 굴곡이 있는 지형이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결국 30분 동안 찾아 헤맸지만 끝내
핀을 찾을 수는 없었다. 상승하니 파도가 더 거칠어져 있었다. 함께
한 다이버는 보트에 올라오다가 랜턴을 떨어뜨렸다. 다시 한번 이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낮은 수온, 흐린 시야, 약간의
조류와 파도 그리고 고무보트 다이빙 등 열대와는 다른 다이빙 환경을 경험한 다이버들은 할만하다는 반응과 걱정된다는 반응이 함께 나왔다. 한번 더 보트 다이빙을 하고 싶었지만 풍랑주의보 예비특보가 발효된 상태라 더 이상 불가능했다. 결국 에너지가 넘치는 다이버 한 명과 비치 다이빙을 들어갔는데 방파제 바로 옆에서도 혹돔과 돌돔, 볼락 등을 볼 수 있었고, 베도라치류와 군소들의 산란 모습 등을
구경했다. 모래지역에서 돗돔 유어를 만나 한참을 쫓아다니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마크로 촬영을 하다 보니 60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돗돔유어
비늘베도라치
볼락
아쿠아플라넷 아쿠아리움 다이빙
아쿠아플라넷 제주 입구에서
태풍의 영향이 강해져서 다음 날은 제주도 어느 곳에서도 다이빙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밤새 엄청난 폭우가 제주 전역에 쏟아져서 파도뿐만 아니라 연안의 시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대안으로 아쿠아플라넷에서 다이빙하기로 했다. 상어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함께 있는 다이버들에게 상어가 두려운 존재가 아님을 알려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었다. 제주다이브의
강규호 대표를 통해 예약을 하고 신양리의 아쿠아플라넷을 찾았다.
아쿠아플라넷에 도착해 전화를 걸면 제주다이브의 담당자 탁재일 강사가 매표소로 나온다. 안내를 받아 아쿠아플라넷의 메인 수조인 ‘제주의 바다’ 관리실로 들어가서 장비를 세팅하고, 슈트를 갈아 입으면 다이빙 준비가
된다. 아쿠아플라넷의 수중공연(가오리 먹이주기, 해녀 및 인어) 시간을 피해서 다이빙과 체험 다이빙이 진행되는데
우리 일행 3명 이외에 체험다이버들 3명이 함께 준비하여 12시 30분 정도에 입수할 수 있었다.
아쿠아플라넷의 다이버실
아쿠아리움의 수온은 21℃세미드라이슈트로 충분했다. 제주도 다이빙을 위해 준비한 슈트를 그대로
입으면 된다. 시야는 수심 10m, 너비 25m의 아쿠아리움이 끝에서 끝이 충분히 보일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다양한 상어와 가오리들 그리고 덩치 큰 그루퍼들과 무리짓는 어류들이 있었고, 바다거북까지 있어서 평소에
못 봤던 물고기들을 구경할 수도 있고, 다이버들만 보면 도망가던 물고기들도 좀 더 가까이서 편하게 볼
수 있다. 다이버들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중사진을 촬영하는 다이버라면 다이빙시간이 짧게 느껴질
것이다. 물고기들과 노는 것에 지칠 즈음이면 수족관 밖에서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어린 관람객들과 소통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관람객들은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같이 손을 흔들어주고, 하트를 날려주면 매우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촬영하기 쉽지 않았던 상어들과 물고기들을 가까이서 촬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함께 다이빙했던 다이버들도 쉽고 편안하게 다양한 어류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였다. 제주에 왔지만 태풍 등으로 날씨가 좋지 않아서 다이빙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아쿠아플라넷 다이빙은 제주바다
다이빙을 대체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상품이 될 것이다. 또한 날씨와 상관없이 제주도 다이빙 일정 중에
한나절을 잡아서 아쿠아플라넷 다이빙을 해 본다면 특히 아직 열대 다이빙을 경험한 적이 없는 초보 다이버들이라면 정말 좋아할 것으로 보인다.
수족관 고기들 사이로 강사의 도움으로 체험다이빙이 진행되고 있었다.
골리앗 그루퍼와 다이버들
여태까지 촬영한 헴머헤드 상어 사진 중 가장 가깝게 만난 녀석이다.
가오리와 아쿠라리움의 관람객들
너스상어 한쌍
레오파드 상어
체험 다이버와 바다거북
다이버와 관람객들
엔젤상어와 관람객들
아쿠아리움 속 다이버들
이렇게 2박 3일의 일정
동안 3회 다이빙을 할 수 있었는데 태풍 속에서 이만큼이나 만족도가 높은 다이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서귀포와 성산포 외에도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제주시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었고, 또 태풍으로 제주 전역에서
다이빙을 못한다고 해도 언제든지 다이빙이 가능한 아쿠아플라넷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갈라파고스 다이빙
투어를 위한 전지훈련의 목적으로 찾은 제주도는 비록 3번의 다이빙 밖에 못했지만 훈련의 의미는 물론이고, 참가자들의 만족도까지도 같이 얻을 수 있었다.
제주바다하늘
www.seaskyjeju.com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두이동 서해안로 319
064-702-2664, 010-8222-2664(김선일)
아쿠아플라넷 제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로 95
www.aquaplanet.co.kr/jeju
제주다이브
www.jejudive.com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강정동 월드컵로 222
064-739-3333, 010-2699-9582(강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