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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자식을 낳는 물고기 - 두 번째 이야기-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

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
혼자서 자식을 낳는 물고기 
두 번째 이야기
아마존 몰리(Amazon molly). Fish Base

스물 네 번째 사랑구경은 지난 호에 이어 혼자서 자식을 낳는 물고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점박이송사리는 혼자서 자식을 낳지만 정소와 난소가 있어서 수정을 합니다. 정자와 난자가 합치는 수정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난자가 스스로 발생을 하여 성체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처녀생식’ 또는 ‘단위생식’이라하고 영어로 ‘Parthenogenesis’라 합니다. 이는 그리스어로 ‘처녀 + 창조’ 라는 의미입니다. 유성생식을 하는 대부분의 생물들은 유전자의 반을 가진 정자와 난자가 합쳐서 한 벌의 유전자를 갖추게 됩니다.

몰리(Poecilia wingei) Photo by CC BY-SA 3.0 zobacz zasady

즉 정자가 가진 유전자(n)와 난자가 가진 유전자(n)를 합쳐 2n의 완전한 유전자 세트를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처녀생식의 경우는 난자가 발생하여 성체가 되므로 유전자 세트는 반인 n만 있습니다. 점박이송사리는 혼자서 자식을 낳지만 2n의 완전한 유전자 세트를 가집니다.

멸종위기종인 스몰투스 톱상어는 처녀생식으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hoto by DAVID ILIFF. License: CC-BY-SA 3.0

최근,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스몰투스 톱상어 (smalltooth sawfish; Pristis pectinata)’ 가 처녀생식을 통해 번식하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강어귀에 사는 이 톱상어 중 3%가 처녀생식으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야생에서 처녀생식을 통해 태어난 개체는 생존에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톱상어는 특별한 유전적 약점이 없다고 합니다. 이 경우는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나 짝짓기 상대가 없는 것이 처녀생식으로 번식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토종붕어. Photo by Viridiflavus

우리나라 붕어는 토종붕어와 떡붕어가 있는데, 토종붕어는 암컷만 있습니다. 그래서 처녀생식을 통해 번식을 합니다. 토종붕어의 처녀생식에서 특이한 점은 알만 있으면 부화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토종붕어의 알이 발생하여 부화하려면 반드시 떡붕어나 잉어 등 다른 물고기의 정자가 자극을 주어야 합니다. 멕시코와 텍사스의 하천에 서식하는‘포에실리아옵시스(Poecilia opsis)’라는 작은 물고기가 있는데, 관상어로 많이 키우는 ‘아마존몰리’의 친척입니다.

이 물고기는 처녀생식만 하므로 수컷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물고기의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정자의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포에실리아옵시스 암컷들은 다른 종의 수컷들에게 자신들의 알을 마치 같은 종의 알인 양 속여서 그들에게 정자를 빌리는 행동을 합니다. 처녀생식을 하는 종들의 대부분은 유성생식을 했던 선조들의 후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처녀생식을 하더라도 유성생식 때의 습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종들도 꽤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정자의 자극이 필요한 것도 유성생식의 유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떡붕어. Photo by 종현

유성생식의 가장 큰 장점은 생존에 불리한 돌연변이를 제거하고, 다양한 유전자 조합을 가져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연구팀이 물벼룩 중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를 하는 집단과 암컷이 처녀생식을 하는 집단을 구별하여, 여러 대에 걸쳐 자손들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얼마나 일어나는지 분석했습니다. 물벼룩은 먹이가 풍부하고, 환경이 좋으면 처녀생식을 하고, 환경이 나빠지면 짝짓기를 하여 유성생식을 합니다.

몰리의 일종인 구피(Guppy, Poecilia reticulate) Photo by H. Krisp

결과를 보면, 처녀생식 집단은 짝짓기 집단보다 생존에 불리한 돌연변이 발생량이 4배나 많게 나타났습니다. 즉, 짝찟기를 통해 태어난 자손들이 처녀생식 자손보다 생존율이 4배나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녀생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처녀생식을 하는 대부분의 종에서 발견되는 생태학적 특성은 아주 안정된 좋은 환경이나 변화가 심해 생물이 없거나 적은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는 점입니다. 지렁이도 흙 속의 깊은 곳에 사는 것은 비교적 안정한 환경이라 다른 생물과 경쟁하기 위해 유성생식을 하지만, 썩은 나무나 낙엽이 쌓인 지표면 가까이에 사는 지렁이의 경우 처녀생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불안정하고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는 곳에서 서식하는 생물종이 빠르게 번식하여 선점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바로 처녀생식인 셈이지요. 또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해나가는 암컷의 경우 수컷과 만날 기회가 희박하므로 처녀생식 전략은 상당한 이점을 갖기도 합니다.

알은 스스로 발생하는 처녀생식을 하는데, 정자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알과 정자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알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알은 ‘유전자 + 세포질’의 구성인 반면, 정자는 ‘유전자 + 운동기관(편모)’의 구성입니다. 즉 정자는 알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수단인 것입니다. 정자가 알의 표면에 도달하면 정자의 유전자 부분만 알 속으로 들어가 수정이 되는 것이지요. 수정이 되면 유전자의 세트가 완성됩니다. 완성된 유전자세트에 있는 유전정보의 지시를 따라, 알의 세포질이 발생을 하여 한 개체가 되는 것입니다.

정자도 처음에는 유전자와 세포질이 있었습니다. 정자는 빨리 이동하여 알과 수정하는 것이 자손을 남기는 확률이 높아지고, 세포질을 가지고 있던 정자는 이동성이 떨어져 자손은 남기는 것이 어려워 졌습니다. 정자는 세포질을 없애고 운동기관인 편모를 장착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방어력과 공격력을 강화하여 속도가 느린 탱크가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장갑차로 바뀐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임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생태학 전공
㈜제주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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