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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뒷바다 야간 다이빙과 해마

보라카이 뒷바다
야간 다이빙과 해마


올해는 정말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크게 가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좋은 보라카이입니다. 예년과 달리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날씨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구요. 이번에는 우기의 야간 다이빙과 해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기에도 야간 다이빙이 가능하므로 태풍으로 인한 기상악천후를 제외한다면 보라카이 야간 다이빙은 1년 내내 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앞바다와 뒷바다 중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우기 야간 다이빙의 최대 장점이죠.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앞바다 야간 다이빙이 불가능할 경우에도 뒷바다 야간다이빙은 가능하니 골라먹는 재미랄까요. 단, 조석현상으로 인한 사항만 빼면 말이죠.


건기 같은 우기의 보라카이

보라카이 뒷바다 다이빙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조석현상인데요. 보라카이의 경우 6시간 15분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됩니다. 사진에서처럼 야간다이빙을 나가는 18시 즈음에 이렇게 물이 다 빠져 있다면 배를 움직이기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저조가 17시경이나 18시인 경우에는 배를 움직일 수 없기에 야간다이빙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저조일 경우에는 배가 움직이지 못해서 뒷바다 야간 다이빙은 진행이 불가능 합니다.

우기의 보라카이 야간다이빙 예약방법
보라카이 방문시 야간 다이빙을 원할 경우에는 다이빙 숍에 방문해서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보라카이의 모든 숍들이 야간 다이빙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 몇몇 숍만 하기에 야간 다이빙 가능 여부를 해당 숍에 문의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조석현상으로 인해 야간 다이빙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꼭 확인을 해야겠죠.

현재 보라카이 내에서 야간 다이빙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곳은 스테이션 1에 위치한 제가 소속되어 있는 밀키스 다이브 센터입니다. 1년 중 기상 악천후를 제외하고는 늘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야간 다이빙에 필요한 최소 인원 2명만 된다면 다이빙을 나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혹 최소 인원 2명이 아니더라도 매주 토요일마다 “Saturday Fever Night diving”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단 한 명이라도 야간 다이빙을 진행하니 보라카이를 방문 예정인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이번 우기는 맑은 날씨가 지속되고 있어 뒷바다 보다는 앞바다에서 다이빙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8월과 9월에 앞바다 상황이 좋지 않아 뒷바다에서 다이빙을 진행한 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앞바다와 뒷바다를 번갈아 가면서 야간다이빙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셔틀차량으로 뒷바다로 이동중인 다이버들


TULUBHAN 포인트와 해마
보통 야간 다이빙을 원할 경우 뒷바다의 LDB 포인트나 TULUBHAN 포인트를 추천해드리는데요. 두 포인트 모두 보트 선착장에서 5분 정도면 도착할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고, 모두 조류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야간 다이빙이라는 상황에서 강한 조류까지 만난다면 다이빙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중 JK가 추천드리는 포인트는 바로 TULUBHAN 포인트입니다. 이 포인트는 수심이 최저 5m부터 최고 20m까지 서서히 깊어지는 슬로프 지형입니다. 산호초보다는 모래 지역이 주를 이루고 있어 Muck diving 환경을 연상하면 됩니다. 사실 마크로 다이빙으로 유명한 렘베나 두마게티, 아닐라오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보라카이에서 나름 재밌는 광경과 해양생물의 생태적인 특징을 많이 볼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제가 부르는 별명은 ‘보라카이의 렘베’ 입니다. 기타 다른 포인트에서 볼 수 없는 생물들이나 희귀한 생태적인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뒷바다 TULUBAHN포인트에서 본 생물들의 다양한 생태적인 모습

얼마 전에는 이 곳에서 야간다이빙 도중 해마를 발견했습니다. 아닐라오, 두마게티에서는 아주 손쉽게 볼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보라카이에서 해마를 보기란 그렇게 쉽진 않습니다. 앞바다에서는 해변에서 수영을 하다가 발견하는 경우가 간간이 있고요. 뒷바다는 TULUBHAN 포인트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아직 다른 곳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네요.

TULUBHAN 포인트에서 야간다이빙 도중 본 해마

보라카이에서 해마를 찾기는 어려운 편에 속하지만 같은 과에 속하는 실고기과 물고기들은 그나마 찾아보기 수월합니다. 이 실고기 과에는 피그미 해마, 파이프 피쉬, 고스트 파이프 피쉬 등이 속합니다. 쉽게 볼 수는 있다고 하지만 일단 이런 실고기과 물고기들은 위장 능력이 꽤 뛰어난 물고기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당연히 위장의 달인은 해마죠!

TULUBHAN 포인트에서 야간다이빙 도중 본 해마

해마의 학명은 말을 닮은 데서 붙은 이름으로 그리스어 hippos(말이라는 뜻) + campos(바다괴물이라는 뜻)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동/서양 모두 바다의 말이라고 부르는 게 공통점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타고 다닌다고 묘사되어 있는데 실제로 보면 다소 동떨어진 모습에 웃음 밖에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앤트맨(최근에 영화로 개봉한 마블사의 코믹스 캐릭터이며 개미크기의 사이즈로 줄어들 수 있음) 수준의 사이즈라면 모를까. 타고 바다를 돌아다니기엔 해마의 사이즈가 너무 작은 듯 합니다. 필리핀 바다에서 만나는 해마는 대부분 손바닥 크기(1.5cm에서 30cm까지 다양함)로 작은데다 머리는 말의 모습이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새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물고기인데 꼬리가 있습니다. 이 녀석의 정체는 도대체 머야?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리고 늘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며 전체적인 형상이 꼭 알파벳 S자 모양입니다. 해마를 처음 보는 분들은 뭔가 바다 속 웅장한 말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이런 해마의 모습에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실고기과 물고기들

 S라인의 해마의 모습

또한, 포세이돈의 수행기사를 하기에는 해마의 기동성도 최악일 듯 합니다. 왜냐하면 바다 속 생물 중 유영실력이 제일 형편없는 물고기가 바로 해마이기 때문이죠. 물고기들의 수영대회가 있다면 꼴찌는 해마가 맡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아무래도 유영실력이 형편없는 해마라서 늘 주변 사물에 꼬리를 감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강한 조류에 떠내려 가지 않기 위해서 인데 가끔 강한 조류에 거슬러 가기 위해서 헤엄을 치다가 탈진해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지독하게 수영을 못하는 건 인정을 해줘야 할 듯 합니다.

이렇게 유영실력이 모자란 해마이지만 뛰어난 점도 있습니다. 바로 위장 능력에 있습니다. 그래서 바다 속에서 해마 찾기란 풀밭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해마 중에서도 피그미 해마 찾기는 초보자의 경우에 미션 임파서블이라 할 듯싶어요. 태어날 때부터 아주 뛰어난 위장복을 입고 있는데다가 사이즈도 새끼손가락 손톱 1/3 정도 사이즈니깐요.

피그미해마

그리고 해마의 경우 서로의 사랑이 극진해서 평생 동안 일부 일처제를 유지 합니다. 또한 수컷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극진해서 수컷이 암컷을 대신해 임신을 합니다. 수컷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것처럼 보일 뿐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수컷이 임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암컷이 수컷의 육아낭에 알을 낳은 다음 수컷이 새끼들이 부화되어 나온 후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육아낭에서 돌보는 것이죠. 그래서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육아낭에서 새끼들을 풀어놓게 되는데요. 한번에 깜짝 놀랄 만큼 엄청난 수의 해마 새끼들이 수컷의 육아낭에서 나오게 됩니다(해마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본지에 연재되는 임주백 박사님의 2015년 1월호에 실린 ‘해마의 사랑’을 참고해보세요). 이런 해마의 모습은 자신의 배우자와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그 어떤 물고기보다 크다는 걸 증명하네요.

해마에 관련된 사항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경이로운 사냥 성공률입니다. 대부분의 실고기과 물고기들과 마찬가지로 해마의 주된 먹이는 요각류입니다. 요각류는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아주 작은 갑각류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한데요. 본지의 까미아 기사를 작성할 때 잠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본지 2015년 5월호 까미아 기사의 ‘고비와 기생충’ 참조). 이 요각류는 또한 많은 물고기의 기초적인 먹이가 되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도망가는 것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진화된 생물입니다. 그렇지만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 말이 요각류와 해마의 관계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듯 한데요. 아무리 도망에 천부적인 감각을 발휘하는 요각류라고 해도 천적인 해마에게는 도망갈 수가 없습니다. 뛰는 놈 요각류 위에 나는 해마 있다는 것이 딱 적당한 표현일 듯싶네요.

이런 요각류에 대한 해마의 사냥 성공률은 94퍼센트에 가깝다고 합니다. 해마는 먹이사냥을 할 때 최대한 먹이감 가까이에 접근한 다음 목의 탄력을 이용해서 번개 같은 속도로 먹이감을 통째로 삼켜버립니다. 진공청소기 같이 생긴 입으로 먹이를 아주 빠른 속도로 빨아들여서 낚아채는 것이죠. 이렇다 보니 도망가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요각류도 해마 앞에선 어쩔 수 없습니다.

목의 탄력을 이용할 수 있는 S자 형태의 몸과 물살을 일으키지 않고 먹이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머리 형태의 조화는 해마가 천부적인 사냥꾼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줍니다. 먹이에게 경계감을 일으키지 않는 이런 특이한 머리가 사냥 성공율를 엄청 높은 것입니다. 사실 해마의 사냥 속도가 번개 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요각류 모르게 접근할 수 있는 머리 모양이 아니라면 경이적인 사냥 성공율은 없을 듯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주먹을 날리는 데다 주먹 한방에 바로 KO를 시킬 수 있는 격투기 선수가 있다고 칩시다. 무엇보다 이 격투기 선수에게는 중요한 또 다른 것은 상대방 선수에게 피할 여유를 주지 않게끔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스피드 혹은 상대방이 도망갈 수 없게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만약 얼마 전 은퇴한 복싱선수 메이웨더 뺨칠 만큼 도망가는데 선수라면 아무리 빠르고 강한 주먹을 가졌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겠죠. 마찬가지로 해마가 아무리 빨리 먹이를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먹이에게 다가가는 동안에 먹이감이 도망가 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해마는 먹이를 빠르게 낚아채는 스피드와 먹이 몰래 다가갈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둘 다 가지고 있기에 사냥률이 거의 100퍼센트에 육박하는 것이죠.

물고기 중에서도 느림보로 알려진 해마가 사냥 성공율에 있어서는 해양생태계에서 자타공인 1인자 일 듯 한데요. 돌부처 프로그피쉬가 가리는 거 없이 먹어 치우는 대식가이지만 사냥 성공율만 놓고 본다면 프로그피쉬는 해마 앞에서 울고 가겠죠. 해마도 그렇고 프로그피쉬도 그렇고 귀여운 모습 이면에는 무시무시한 사냥꾼의 모습이 숨어 있습니다. 모든 세상살이가 그렇듯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듯 합니다. 해마는 물 속에서 가장 느린 물고기이지만 사냥의 성공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물고기라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해마에게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지금의 이런 사냥의 신에 가까운 사냥 성공율이 가지고 있을지 궁금한데요. 신이 그 어떤 생물에게도 모든 것을 주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해마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1년동안 연재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재미난 물고기임은 틀림없을 듯 한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보라카이 뒷바다 야간다이빙 이야기를 마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흥미로운 생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저도 아직 모른답니다). 그럼, 11월에 뵙겠습니다.

해마

해마의 먹이 사냥에 관한 내용은 아래의 문헌을 참고했습니다.
Brad J. Gemmell, ARTICLE in NATURE COMMUNICATIONS NOVEMBER 2013
Morphology of seahorse head hydrodynamically aids in capture of evasive prey

장기영
PADI Master Instructor
PADI Digital Underwater Photography Instructor
보라카이 밀키스 다이브 센터
(한국팀-아쿠아 스페이스 스토리)강사
blog.naver.com/felix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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