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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남부 브레머 베이 다이빙



해룡을 보기 위해 찾아간 브레머베이


Intro


이번 여행 이야기는 필자의 개인사를 먼저 설명해야 순조롭게 시작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해외의 오지에서 근무해야만 하는 남편의 직업적인 특성으로 10년 넘게 여러 나라를 떠돌아 다녀야 했다. 물론 그 덕분에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다양한 모험을 일상으로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안정적인 환경의 호주 퍼스로 옮겨 오게 되었다.

그 동안 세계의 오지에서 평범하지 못한 경험들을 해내는데 적응되었던 심신이 이제는 일상의 평범한 삶에서 오히려 큰 도전을 맞고 있다. 별 어려울 것이 없을 것 같은 호주 퍼스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일상적인 것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래된 장롱 면허증을 꺼내 들고 호주에서 다시 운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이런 초보 운전자를 유혹한 것이 있었다. 퍼스 수중 다이빙 클럽에서 나뭇잎 해룡(Leafy Sea Dragon)을 촬영할 수 있는 브레머 베이(Bremer Bay)로 다이빙 계획을 세우고 일행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호주 다이빙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나뭇잎 해룡(Leafy Sea Dragon)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필자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퍼스에서 브레머 베이(Bremer Bay)까지는 거리가 약 550km 정도, 예상 운전 시간은 6~ 7시간이었다. 지도에서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역시 호주의 땅이 넓기는 넓구나 하는 마음과 이 넓은 호주 땅을 기회가 있을 때 직접 한번 건너보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흔들어 결국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일행들의 차를 얻어 타고 가라는 지인들의 조언을 뒤로 한 채 혼자 한번 해보겠다는 나의 고집으로 이번 여행을 감행했다. 조그만 차에 다이빙 장비, 카메라, 아마도 일주일은 족히 먹고도 남을 식량과 음료, 물 그리고 맥주를 가득 싣고 그렇게 호주에서의 첫 로드 트립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8시간을 달리고 달려서 브래머 베이(Bremer Bay)에 무사히 도착했다.


브레머 베이 다이빙

범고래를 보기 위해 타고 나간 Bremer Bay naturaliste Charters와 고래 연구원들

한참 40℃를 웃돌던 퍼스의 여름 열기와 크게 다르게 호주 남쪽의 조그만 마을 브레머 베이(Bremer Bay)는 선선했다. 호주의 다이버들이 브레머 베이를 찾는 목적은대부분 나뭇잎 해룡(Leafy Sea Dragon), 윌슨해룡(Wilson Sea Dragon)을 보기 위한 것이다. 브레머 베이는 호주의 남쪽으로 남극해를 마주하고 있기에 수온이 매우 찬 곳이지만 그나마 여름철이 수온이 가장 따뜻하기에 이 시기가 최적의 다이빙 시즌이다. 때문에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촬영을 위해 이 곳을 찾은 다른 수중 사진가들도 많았기에 다이빙은 4팀으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브레머 베이 다이브 엔 스포츠(Bremer Bay Dive & Sports)의 그레이그 레벤스(Graig Lebens) 씨는 평소에도 꾸준히 해룡들의 서식지를 관찰해서 방문한 다이버들에게 안내해주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비치 다이빙으로도 쉽게 해룡들을 관찰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불행히도 우리가 도착한 시기에는 해룡들이 해변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을 했기에 선착장에서 10분 정도 배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그래서 해룡을 관찰하기 위한 다이빙은 시기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했다.

브레머베이의 산호. 제주도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다.

나뭇잎 해룡

이틀에 걸쳐 4번의 다이빙을 했는데 윌슨해룡을 찾고자 했던 마지막 다이빙을 제외하고는 모두 백비치(Back Beach) 포인트에서나뭇잎 해룡(Leafy Sea Dragon) 2쌍을 관찰 할 수 있었다. 모두 암, 수가 쌍을 지어 있었다. 처음 발견한 수컷의 배 부분에는 새끼들을 떠나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남아 있는 알이 붙었던 흔적을 관찰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이빙할 당시에는 우아한 모습의나뭇잎해룡에 넋을 놓고 구경하느라이를 알지 못했다. 다이빙을 끝낸 뒤 숙소로 돌아와 사진을 컴퓨터에서 옮기고 나서야 이를 발견을 한 일행들은 어쩌면 그 당시 주변에 새끼나뭇잎해룡들이 있을 수 있었다고 추측했다. 이곳에서나뭇잎해룡의 번식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새끼를 관찰하지 못한것에 아쉬움을 함께 느꼈다.

이번에 발견한 해룡들은 크기가 35cm 정도였는데 105mm 마이크로 렌즈로 전체 모습을 찍는 것에는 아직 솜씨가 서툴러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계획했던 해룡 얼굴의 근접 촬영은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운전 중에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호주의 해변

호주 남쪽으로 바다를 건너가면 남극 대륙이 나오는 이곳은 남극 바다이다. 지금이 일년 중에 가장 따뜻한 여름임에도 아침 저녁으로는 꽤나 쌀쌀해서 머물렀던 캠프장에서는 침대에 전기장판을 켜야 했고, 수온은 17℃~19℃로 일행들 대부분은 드라이슈트를 입고 다이빙을 하였다.

필자는 7mm웻수트와 후드 조끼 안에 내피를 두 겹이나 껴입었는데도 추위로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깨끗한 시야의 바다와 해초 정원 속에 몸을 숨긴 채 신비로운 모습으로 유영하던 나뭇잎해룡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다이빙을 처음 시작했던 파푸아 뉴기니의 열대 물고기와 산호들과는 전혀 다른 바다 물고기들과 건강하고 색다른 모습의 산호초 풍경은 정말로 신기하고 예뻐서 찬물의 추위와 싸우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아쉬움에 쉽게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만약 이곳을 다시 방문한다면꼭 드라이슈트를 준비할 것이다. 운이 좋으면 비치 다이빙으로도 해룡을 관찰 할 수 있고, 보트 다이빙을 나가더라도 수심 5m ~10m 사이에서 큰 어려움 없이 다이빙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드라이 슈트의 착용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브레머 베이 다이브엔스포츠의 오너인 그레이그 레벤스 씨

브레머 베이 다이브 엔 스포츠(Bremer Bay Dive & Sports)는 이곳의 유일한 다이빙 숍으로 수온이 그나마 따뜻한 9월~4월의 성수기에만 문을 연다. 숍의 주인이자 다이빙 가이드인그레이그 레벤스(Graig Lebens) 씨는 해룡의 위치를 언제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해룡을 관찰하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이곳 다이빙의 목적은 대부분이 해룡의 관찰과 촬영이지만 해룡 이외에도 물개나 남쪽 호주의 이색적인 바다 풍경 다이빙만으로도 충분히 방문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또,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Little Boat Harbour에서는 스노클링부터 나이트 다이빙이 가능하고, 이번에는 운이 없었지만 대부분의 시기에는 이곳 비치에서도 해룡들을 관찰 할 수 있기 때문에 초보 다이버들에게도 부담 없는 곳이다.


브레머 베이의 범고래 관광
일정을 하루 연장해서 만난 범고래

Orca! 이틀간 해룡과 함께한 다이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필자의 발목을 잡은브레머 베이 바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곳 다이빙 계획을 잡으면서 일행 중 일부는 일정보다 하루 먼저 도착해서 Bremer Bay Naturaliste Charters를 이용해 범고래 관찰 투어를 하기로 했다. 필자가 브레머 베이에 도착한 날 일행들은 심한 파도로 인해 배멀미로 고생한 초췌한 모습과는 반대로 반짝이는 눈으로 범고래 사진을 보여주었다. 쉽게 뿌리치기 힘든 사진 속의 범고래 모습에 이틀간 고민을 한 후에 결국 일정을 하루를 더 연장해서 Bremer Bay Naturaliste Charters 를 탔다.

Bremer Bay Naturaliste Charters는 브레머 베이 지역에서 범고래와 상어를 연구하는 단체인데 이들이 범고래와 상어를 연구하고 추적하는 일정에 관광객들이 함께 할 수 있다. 배 위에는 단순한 범고래 관찰자부터 일주일간 투어를 예약하고 범고래 촬영을 위해 먼 곳에서 온 사진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스태프들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우리는 좋은 날씨로 바다가 잔잔해서 배멀미로 고생하는 사람들 없이 범고래 가족들을 관찰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도가 거센 날이 범고래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하기 때문에 범고래의 다이나믹한 모습을 관찰하기에는 궂은 날씨가 더 좋은 날이기도 하다는 연구원들의 설명을 들은 후에는 이날의 좋은 날씨가 조금은 아쉬웠다. 필자는 전날부터 멀미약을 충분히 먹으며 범고래들을 구경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기 때문이다. 배는 오전 7시 30분에 출항해서 오후 3 시 30분에 돌아 오는 일정이었다. 항해 중에 배 주변을 맴도는 범고래를 추적하는 연구원들의 활동에 참가해서 물속에서 범고래들의 노래를 들어 보기도 했고, 범고래와 상어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연구원들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범고래 가족부터 알바트로스, 물개, 상어들을 관찰 할 수 있었다. 궂은 날씨에 투어를 떠났던 필자의 친구들은 운 좋게도 수면 가까이 올라온 개복치까지 보았다고 하지만 이날은 범고래를 구경한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바위 위의 바다사자들

한대지역의 바다에서 특징적으로 볼 수 있는 해조류들과 돔무리

퍼스에서브레머 베이까지는 초보운전에다가 중간중간 멈춰서 남호주의 멋진 풍경을 구경하느라 왕복 16시간 정도가 소요 되었다. 하지만 처음 달려보는 광활하고 한가한 호주의 도로 풍경을 즐기느라 긴 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용기를 내서 다녀오길 잘했다. 여행을 잘 마무리한 스스로가 대견하며, 이번 여행이 계기가 되어 앞으로 호주에서의 시간을 더욱 분주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작은 차에 다이빙 장비와 카메라를 싣고 호주 바다 구석구석을 돌아 보는 꿈을 꾸고 있다. 이런 꿈에 함께 동참할 다이버들이 있을까?


신보리
호주 퍼스 거주
어드밴스드 다이버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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