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Colors
Layouts
Wide Boxed
탑 마레스 광고

참복의 수중세상엿보기 - 봄의 동해

봄의 동해; 강원도 고성의 가진에서 경북 울진의 나곡까지

겨울철 동해 바다 수중세상은 수온은 낮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라도 하듯 맑은 시야가 특징적이다. 그래서 매년 겨울이면 한파에 다소 몸이 움츠려 들어도 보다 맑은 시야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당일의 수온을 체크해 보고 동해의 겨울 풍경을 만나보러 가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다. 보다 맑은 수중 시야에 주변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음에 답답했던 가슴이 잠시나마 시원하게 뚫리는 것은 다이빙의 매력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작년 연말과 올해 초로 이어지는 지난 겨울의 동해 바다는 수온이 예년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상 현상을 보이면서 그렇게 맑은 수중세상을 자주 만날 수 없었던 한 해로 기억된다. 하지만 수중의 조건이야 대자연의 조화로움의 산물로 바다를 좋아하며 수중여행을 즐기는 다이버의 입장에서는 녹조가 다소 끼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 바다를 마다할 수는 없다.

동해 북단의 강원도 고성에서 점차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울진 나곡까지 지난 4 개월 정도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기간의 수중세상을 담아보았다. 수온의 차이는 영북 지역과 영동 그리고 울진지역에서 거의 같은 수심대에서는 1℃ 혹은 2℃ 정도의 소소한 차이를 보였다. 예컨대 강원 고성의 표층 수온이 11℃이면 울진지역에서는 12℃ 정도였는데 그 1℃ 도의 차이는 같은 지역에서도 위치에 따라 오락가락 할 수도 있지만, 각 지역의 연간 평균 수온의 차이는 수중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영북 지역에서 열대성 어종인 자바리도 목격했고, 수심이 얕은 7m정도에서 청대치 몇 마리를 동시에 목격하기도 했으니 낮아지지 않았던 겨울의 동해수온이 보여주는 현상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기도 한다.

이번에 강원도 일원에서는 어족자원 보호의 대책으로 대왕문어의 통발조업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변화된 수산정책이 시도되기도 했다. 그로 인해 통발조업을 전담하던 어민들은 일제히 바닷속에 내려놓았던 수많은 통발을 들어올려놓아야 했다. 그 덕분인지 매번 다이빙 때마다 대왕문어들을 쉽게 조우할 수 있었던 것이 왠지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으며 비록 짧은 한 달의 금어기였지만 대왕문어들의 개체수를 늘이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사용중인 통발들이 올려진 그 바다에도 여기저기 떨어져나간 폐 통발들이 바위틈에 방치되어 있었고 장애물에 걸려 잘라버린 폐 그물이나 폐 로프 등이 흉물처럼 남아 있었다. 다이버의 안전을 위협하며 아울러 많은 수중생물들에게도 유령어업의 폐해를 끼치며 방치되어 있는 모습들이 크나큰 아쉬움이었다.

겨울이면 바람도 잦은 터라 바다에는 하루가 멀다 하게 파도가 몰아치기 일쑤이다. 그러다 일순간 잠잠해지면 그 변화된 수중을 탐닉하듯 수심을 달리하며 들어가보곤 한다. 평소 같으면 4월이 지나서야 동해에 녹조가 들겠지만 예년보다 수온이 높았던 탓에 이번 겨울에는 2월 중에 일찌감치 바닷물이 녹색을 띠었다. 해조류가 서둘러 녹아 내리면서 수중에는 부유물이 어지럽게 널려있을 때가 많았지만, 다음날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나면 부유물들은 또 어디론가 놀라운 자연의 회복력을 보여주곤 했다.

울진 나곡의 동쪽 먼바다에 위치한 봉달내기 37m 수심의 수려한 말미잘 군락은 실로 장관을 연출해주었으나 심한 부유물과 녹조로 인해 흡족한 촬영을 할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렇듯 다이빙을 하면서 시선을 사로잡는 풍광을 만나게 되면 그곳은 필시 몇 번을 다시 찾도록 뇌리에 깊은 각인을 남기게 된다. 언제고 맑은 시야를 보일 때면 반드시 재탐사를 해보고 싶어지는 곳이 많을수록 베일에 쌓인 수중여행의 목적지는 삶의 활력소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동해안의 모습들은 주종을 이루는 섬유세닐 말미잘들의 군락지들이 기억에 남았으며 백화현상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말미잘들이 암반을 자리하고 있는 풍성함과 때 이른 불볼락 치어들의 무리가 각 지역의 어초 마다 가득하게 들어차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다.

예년처럼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쾌청한 시야의 바다는 몇 번 만날 수가 없었지만 대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껴보면서 수중여행을 해보았다는 것이 어쩌면 더 많은 감흥과 깨달음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자연의 경고에 숙연해 하고, 그 소중함에 감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물속의 겨울인 육상의 봄이 이제 막 지나가고 있다. 다가올 여름의 동해바다는 또 어떤 추억을 남기게 될지 벌써 기다려진다. 항상 즐겁고 안전한 다이빙 하십시오.

참복 박정권
수중사진가이자 자유기고가
양양에서 신풍해장국 운영


  • 이전글 이운철의 제주 이야기 – 그리운 성산포
  • 다음글 해양생태학 스페셜티 - 해양생태계 Marine Ecosyste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