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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 – 고성 백상어 리조트의 포인트별 다이빙_박정권



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
고성 백상어 리조트의 포인트 별 다이빙


동해투어를 다니다 보면 수중환경은 지역마다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암반의 부착생물들은 각 서식환경에 최적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수심과 수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중생물들이라 동해에서도 경북 남부지역에서부터 강원 북부에 이르기까지 지역에 따라서 그 분포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해볼 수가 있다. 특정 지역을 정해놓고 1 년을 계절별로 나누고, 또 세분화하여 지속적인 다이빙으로 관찰을 해보게 되면 마치 순차적 변화를 동영상으로 바라보듯 수중생태의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가 있을 것이다.

레크레이션 다이빙을 하기에 사실 이렇게 체계적으로 다이빙을 계획하고 진행하기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쉽게 만나지던 생물이 어느 순간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 다른 종이 그 바다에 나타나기도 한다. 순환과 이동이 쉴새 없이 진행되는 삶의 터전이 바로 수중이기 때문이다.



강원 북부지역의 한 곳을 정해놓고 대략 5 년여를 반복적으로 다이빙을 해왔다. 강원도 고성의 가진항에 위치한 백상어 리조트의 주요포인트로 이용되는 지역들인데 물론 첫해에는 포인트 별로 반복다이빙을 하면서도 생소한 지형에 쉽사리 기억 속에 자리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방금 이사간 동네의 지리에 어두운 것처럼 빙빙 돌기도하고, 이곳이 그곳 같고 그곳이 이곳 같기도 한 것이 땅이나 물속이나 익숙해지는 데는 다소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지금은 제한구역으로 묶여있는 내항에서의 다이빙에서 수많은 수중생물들의 산란을 목격하기도 했는데 적어도 내항에서만 약 3 년여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다이빙을 진행했다. 외항으로 돌아나가면 수심 5m 정도에서 시작하는 모래지역들 그리고 자연암반이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어서 대략 200 여 m의 거리를 두고 수심을 달리하는 포인트들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북부지역의 특색에 따라 수심 5m에서도 새하얀 섬유세닐말미잘들을 볼 수 있으며 키 작은 말미잘들은 각기 다른 색상을 뽐내며 서로 잘 어우러져서 다소 휑~할 것도 같은 자연암반을 뒤덮은 채 불빛이 닿을 때마다 아름다운 색감을 유감없이 내보여주곤 한다.

여타 해역에 비해 자연암반이 고루 포진해 있음인지 유독 인공어초의 수가 적게 놓여진 것도 특이하다. 현재 알기로는 28m와 32m 그리고 40m 수심에 약 60 여 개의 사각어초들이 놓여져 있으나 다소 수심이 깊은 모래지역에 놓여진 탓인지 부착생물은 비단멍게와 말미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심이 가장 깊은 40m에 위치한 사각어초가 특별히 부착생물들의 생육이 좋은 곳인데 키 높은 섬유세닐말미잘들이 어초 내외부를 빼곡이 점령해서 마치 밀림인 듯한 형상이라 가끔씩 사진촬영을 위해 입수하기도 한다.



어초에는 커다란 괴도라치가 한 마리씩 영역을 차지해서 살아가고 있으며 어초 기둥에는 씨알 좋은 비단멍게들이 건강한 호흡으로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다. 한겨울이나 또는 수온이 10℃ 내외를 보일 즈음이면 동해의 명물인 대왕문어들이 많이 찾는 곳인지라 어렵지 않게 대왕문어를 조우할 수 있으며, 수온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대략적으로 다음 다이빙에서도 같은 문어를 비슷한 장소에서 또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암반의 부착생물들은 주로 말미잘류가 주종을 이루는데 흰색과 쑥색 그리고 붉은색의 말미잘들이 오묘하게 섞여서 자라는 탓에 특히 사진가들은 화려한 색감을 담아낼 수 있는 소재이기에 반가운 생물이기도 하다. 수심 36m 정도에서는 속초 지역의 웅장한 바위지역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협곡의 암반지역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 역시 여러 색상의 말미잘들이 빈틈없이 포진해있어 교묘한 암반의 형태와 함께 사진가들이 자주 찾는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



겨울이면 먼바다에서부터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회귀하는 도치들의 행렬을 보는 것도 연례행사처럼 다이빙의 재밋거리로 기억된다. 심해에서부터 그 먼 길을 뒤뚱거리는 몸짓으로 당도해서 암반의 구석진 산란터를 찾아 자리를 잡는 과정 그리고 시작되는 산란과 보육의 행동들을 관찰하다 보면 두 달은 금방 지나가버리기 일쑤이다. 바다에서 느끼고 깨닫기도 하고 때론 울컥하는 감동과 함께 숙연하게 배우기도 하고 결국 겸손과 초심을 배우며 그 바닷속에서 가르침을 얻어 나오게 된다.

가진 해역에는 가리비양식장과 정치망 그리고 제철 생선을 임시로 보관해두는 가두리가 있어 어민들의 양해를 득하게 되면 진귀한 장소에서의 다이빙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계절에는 제주의 방어잡이 명성을 강원도 고성지역이 이어 받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방어가 매년 강원북부 해역을 찾는다.



수중에서 만나보는 제철의 어류들은 또 하나의 절기가 도래했음을 알게 해주고 그것은 정확하게 이어져오는 자연의 순리처럼 변함없이 생명의 질서를 유지해나가고 있음이다. 매년 5월경에는 얕은 지역에서 쉽게 목격되는 쭈꾸미들의 산란이 신비로움으로 한 달을 바닷속으로 유인하고, 수중에는 임연수어의 무리가 하늘을 뒤덮는다.

초여름에는 봄에 태어난 불볼락 치어들이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크기로 서로 뭉쳐서 큰 무리로 장관을 이루고, 계절이 바뀌어갈 즈음이면 거의 10cm 정도로 자라나서 또 다른 터전을 향해 작은 무리로 나뉘어져 이동하니 어느 것 하나 혼잡할 겨를이 없이 빈 곳을 메꿔 나간다.



이제 가을이 깊어 간다. 동해의 수온이 내려갈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오늘의 다이빙에서는 여름의 끝자락 수온을 느낄 수 있었지만 수심 35m에서는 벌써 5℃ 정도로 수온 차를 보이면서 새하얀 섬유세닐말미잘들이 꼿꼿하게 피어난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겨울이면 내려간 수온을 보상이라도 하듯 맑디맑은 시야가 돌아온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수중바닥의 풍광들은 뜨거운 심장박동으로 움츠린 몸을 데우며 말 그대로 개운한 다이빙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4 계절을 나누어 수중생태계의 이동과 변화 그리고 그 커다란 순환까지 읽어본다면 어느새 생소하던 지형이 익숙해지고, 지난 겨울에 만났던 도치며, 도루묵이 돌아올 것을 예견한다. 준비된 만남으로 다이빙 계획을 세워본다는 것은 꽤나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일주일 전에 산란을 해놓은 녀석이 지금쯤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하는 궁금증으로 기억의 그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바다를 찾게 하는 요인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곳을 두루두루 눈여겨보았으므로 어느 곳에 가면 어떤 생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질 것이며 설령 상봉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순환의 법칙을 알고 있기에 다음에는 또 만날 것이니 그 또한 바다를 찾게 되는 기다림이지 않을까?

항상 즐겁고 안전한 다이빙 하시길~.

박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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