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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의 생태학 – 동태평양 상어들의 구분 2019/01

상어의 생태학
동태평양 상어들의 구분

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는 화이트팁 리프 상어

다이버들이 다이빙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다에서 상어를 보기 위함이다. 일반인들은 오해로 인해 상어에 대해 심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이에 대한 반감으로 상어를 사냥하기도 한다. 또한 단순히 부를 과시하기 위한 중국인들의 비싼 음식 재료로 공급되느라 전세계에서 무분별하게 남획되면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바다에 들어간다고 해도 실제로 상어를 볼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국내 바다에서 상어를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 해외 여행을 가서도 상어를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다이버들이 자주 가는 열대바다인 필리핀에서도 화이트팁 상어나 환도상어, 고래상어 정도도 특별한 곳을 찾아가야 겨우 볼 수 있을 뿐이고, 상어 보호구역으로 상어를 좀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팔라우 같은 경우에도 그레이리프 상어와 블랙팁 상어 정도가 추가될 뿐이다.

그래서 상어를 비롯해 좀 더 큰 대물들을 보고 싶은 국내 다이버들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동태평양의 빅3라고 하는 갈라파고스, 코코스, 소코로 등을 찾는다. 이런 곳에서는 보다 크고, 다양한 상어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점차 동태평양 바다를 찾는 국내 다이버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물 상어들을 만나기 위해 동태평양을 찾게 될 다이버들을 위해 이번 호에서는 동태평양바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상어들과 이들을 구분하는 요령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 중에는 다이버들이 잘 알고 있는 화이트팁 상어와 고래상어, 그리고 형태가 특이해서 구분하기 쉬운 햄머헤드 상어(귀상어), 실버팁 상어들이 있고,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쉽지 않은 갈라파고스 상어, 더스크 상어, 실크 상어 등도 있다. 이들을 사진과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사냥을 위해 유영하는 화이트팁 리프 상어들

화이트팁 리프 상어 Whitetip reef shark
학명은 Triaenodon obesus이다. 국내에 보고되지 않아 국명이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백기흉상어로 불리고 있다. 제1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상엽의 끝에만 뚜렷한 흰색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구분하기 쉽다.

동굴 속 모래 바닥에 모여서 쉬고 있는 화이트팁 리프 상어 무리

태평양과 인도양의 열대 산호초 지대에서 가장 흔한 상어이며, 동태평양 바다에서도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낮에는 주로 동굴이나 바위 아래 또는 모래 바닥에 앉아서 잠을 자거나 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영을 하지 않고 구강만 움직여서도 물을 아가미로 흘려 보내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행성이라 주로 늦은 오후나 밤, 새벽에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이 관찰된다.

고래상어 Whale shark
학명은 Rhincodon typus이다. 어류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 최대 21m까지 큰 개체가 기록된 적이 있다다. 필리핀 등에서 발견되는 고래상어들은 10m내외의 어린 개체들이 대부분이지만 갈라파고스 등 동태평양에서 발견되는 성체 암컷들 중에는 15m 이상 되는 것들이 흔하다.

갈라파고스 다윈 섬에서 만난 대형 암컷 고래상어와 다이버들

동태평양에서 만나는 고래상어들은 대부분 15m 내외의 대형 암컷들이다

필리핀에서 만났던 고래상어. 크기가 아직 작다.

다이버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해양생물로 엄청난 크기 때문에 고래상어를 만나는 것 자체가 온몸에 전율을 일으킬 정도이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도 고래상어를 자주 만날 수 있지만 예전에는 고래상어를 한번 만나보기 위해서 갈라파고스를 찾을 정도였다. 그만큼 갈라파고스에는 고래상어가 많고, 연구자들이 자주 찾는다.

홍살귀상어 Scalloped hammerhead shark
학명은 Sphyrna lewini이다. 머리 모양이 양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너무나도 특이한 모습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귀상어이다. 하지만 귀상어도 종류가 많아 모두 9종이나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흔해서 다이버들이 만날 확률이 가장 높은 종이 바로 홍살귀상어이다.

무리 지어 지나가는 홍살귀상어들. 코코스 섬

클리닝 스테이션에서 정면으로 다가오는 홍살귀상어

열대, 온대 해양에서 수심 500m까지 서식한다. 체온을 높이고, 청소어류들에게 상처나 기생충 청소를 시키기 위해 얕은 수심의 클리닝 스테이션 근처로 온다고 알려져 있다. 종종 한 두 마리가 먼저 나타난 다음에 수십 마리의 무리가 뒤이어 나타나기도 한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홍살귀상어. 갈라파고스 섬

클리닝스테이션에서 청소서비스를 받고 있는 홍살귀상어. 코코스 섬.

반다씨, 홍해, 몰디브, 시파단과 라양라양 등에서 홍살귀상어를 볼 수 있지만 역시 가장 확률이 높고 무리가 많은 곳은 코코스, 갈라파고스, 소코로 등 동태평양의 빅 3이다.

실버팁 상어 Silvertip shark
학명은 Carcharhinus albimarginatus이다.

지느러미 마다 흰색 테두리가 보이는 실버팁 상어

클리닝스테이션을 찾아온 실버팁 상어들

절벽을 따라 순회하다 마주친 실버팁 상어

크기는 작았지만 여러 마리가 어울려 돌아다니는 실버팁 상어들

태평양과 인도양의 열대 바다에 분포하는데 주로 외해의 섬이나 산호초 지역에서 발견되며 800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리프 상어를 닮았지만 지느러미들 끝에 있는 뚜렷한 흰색 테두리들로 구분이 된다. 소코로 섬에서 유독 많이 관찰되었는데 클리닝 스테이션에서 무리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갈라파고스상어 Galapagos shark
학명은 Carcharhinus galapagensis이다. 학명에 갈라파고스가 있어서 갈라파고스 고유종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외해의 섬 근처 깨끗한 암초 환경을 선호하며 그런 곳에서 가장 풍부한 상어이다.

정면으로 다가오는 갈라파고스 상어. 갈라파고스 울프 섬

카메라 바로 앞에서 몸을 돌려버리는 갈라파고스 상어.

배가 잔뜩 부른 암컷 갈라파고스 상어 코코스 섬.

클리닝스테이션을 선회하는 갈라파고스 상어. 소코로 섬

덩치가 큰 갈라파고스 상어는 다이버들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전형적인 방추형 암초 상어 모양이라서 더스키 상어, 그레이리프 상어, 실크 상어 등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높은 제1 등지느러미는 끝이 약간 둥글며, 가슴지느러미의 뒤쪽 끝 위치에서 시작된다. 다이버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깝게 접근하다가 바로 앞에서 돌아가므로 위험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실크 상어 Silky shark
학명은 Carcharhinus falciformis이다. 피부의 부드러운 질감 때문에 실크 상어라는 이름을 얻었다. 표해수층에서 가장 풍부한 상어로 전세계 열대 바다에서 발견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동태평양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외해로 흘러가며 안전정지를 하는 중에 대부분 실키 상어를 만났다.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으로 상승할 때 나타난 실크 상어. 갈라파고스.

입에 낚시바늘이 걸려 있는 실크 상어. 갈라파고스.

수면에 떠 있을 때 아래에서 선회하는 실크 상어.

안전정지 중인 다이버와 실크 상어.

수면 아래서 선회하는 실크 상어.

다이버들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다이버들에게 위협적으로 행동하기는 했지만 조우할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실제 공격은 드물었다. 다른 흉상어들과는 비교적 작은 제1 등지느러미가 뒤쪽 테두리가 휘어졌다는 것에서 구분이 되며, 작은 제2 등지느러미의 후미가 매우 길다는 점 그리고 가슴지느러미가 긴 낫 모양이라는 것이다. 위쪽은 금속성 청회색이며, 아래쪽은 흰색이다.

갈라파고스 상어와 실크 상어, 더스크 상어의 구분
이들 상어들이 함께 나타나는 곳에서 실제 상어들을 보고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일반 다이버들에게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서식하는 수심으로 비교하면 실키 상어가 표층, 갈라파고스 상어가 중층 그리고 더스키 상어가 저층에 서식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이버들이 다이빙하는 20m~30m 수심에서는 이들 상어들이 모두 나타날 수 있다.
형태적으로 구분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제1등지느러미가 시작되는 곳과 가슴지느러미의 상대적인 위치이다. 가슴지느러미의 가운데 정도에서 제1 등지느러미가 시작되는 것이 갈라파고스 상어이고, 가슴지느러미의 뒤에서 제1등지느러미가 시작되는 것이 실키 상어이며, 더스키 상어는 이 중간으로 가슴지느러미의 뒤쪽과 약간 겹치는 위치에서 제1등지느러미가 시작된다.
제1등지느러미의 형태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갈라파고스 상어의 경우 비교적 크며, 후미가 짧다. 더스키 상어는 보통 크기에 끝이 뾰족하거나 끝단이 좁고 둥근 반갈고리 모양이며, 지느러미의 뒤쪽 테두리는 꼭대기에서 배쪽으로 만곡되어 있다. 실크 상어는 작고 특별한 표시가 없다.

갈라파고스 상어의 형태적 특징

제2등지느러미 또한 차이가 있는데 실크 상어의 경우 높이의 2배 이상 되는 긴 꼬리가 있으며, 더스키 상어는 제2등지느러미가 작고, 낮다. 갈라파고스 상어는 제2등지느러미의 높이가 보통 정도이고, 꼬리도 짧다.
콧잔등 돌출부의 경우 실크 상어가 비교적 길고 납작하며, 위 아래에서 볼 때 좁고 둥글다. 더스크상어는 콧잔등이 매우 짧으며, 넓고 둥근 모양이다. 갈라파고스 상어는 그 중간 정도로 길이가 보통이며, 둥글 넙적하다.
색상이나 빛깔로 보면 갈라파고스 상어는 갈회색이며, 지느러미의 끝들이 어둡지만 검거나 희지 않고, 측면에 눈에 잘 안 띄는 흰색 띠가 있다. 더스키상어는 회색이며 몸통에 뚜렷한 표식이 없다. 실크상어는 배와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의 끝이 어둡다.

더스크 상어의 형태적 특징

이렇게 3종류의 상어의 특징을 서로 비교해보면 갈라파고스 상어와 실크 상어의 차이는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스크 상어가 있다면 그 구분이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소코로에서 관찰하고 촬영한 사진들 중에 더스크 상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구분을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사진상 더스크 상어라고 판단을 내리기에 애매한 부분들이 있어서 결국은 갈라파고스 상어와 실크 상어로만 구분하게 되었다. 현지 가이드인 로렌조의 의견을 참고했다.

실크 상어의 형태적 특징

이번 경험에서 비슷한 형태의 상어를 구분할 때는 관찰된 수심과 행동 그리고 생김새 등을 전체적으로 비교해 봐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독자들도 다음에 동태평양 다이빙을 갈 기회가 있다면 현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런 상어들을 수중에서 직접 구분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을 해보자.


최성순
스쿠버넷 트레블 & 매거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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