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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아 떠난 Tonga


꿈을 찾아 떠난

Tonga


1. Prologue
필자는 2007년부터 다이빙을 시작해서 바다 속에서 수중 생물들과 만나고 그들과 교감을 나누며, 때로는 탄성을 지르고 때로는 감동을 받으며 지금까지 다이빙의 매력에 푹 빠져서 살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잡지들과 텔레비전에서 하는 해양 다큐멘터리들도 꾸준히 챙겨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혹등고래(Humpback whales)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순간, 내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고, 그들의 우아한 몸놀림과 웅장한 크기에 나는 한순간 압도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의 머나먼 여행 여정과 새끼를 생각하는 모정을 볼 때는 마음이 짠하고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그 후에도 몇몇 다큐멘터리에서 혹등고래를 다루었고, 또한 SNS에서도 종종 혹등고래의 사진을 접할 수가 있었다. 계속해서 그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 볼수록 혹등고래와 조우하는 것은 나에게 원대한 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버릇처럼 ‘난 혹등고래 보는 게 꿈이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처음엔 ‘과연 내가 정말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하며 반신반의하던 생각이, 어느 순간 ‘난 어떻게는 혹등고래를 만나고 말테야!’라고 확신과 다짐으로 바뀌었고, 그러던 어느날 내 손에는 통가행 비행기 티켓이 쥐어져 있었다.

통가지도

2. 왜 Tonga인가?
Tonga는 피지와 사모아 사이에 있는 남태평양의 자그마한 왕국이다. 통가는 크게 4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수도인 누쿠알로파(Nuku'alofa)가 있는 통가타푸(Tongatapu)제도, 낮은 산호 섬과 치솟은 화산섬들이 넓게 퍼져있는 하이파이(Ha'apai)제도, 광대한 육지에 둘러싸인 항구가 있는 바바우(Vava'u)제도, 북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3개의 화산섬 니우아스(Niuas)제도. (사진1)
필자가 접했던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사진들은 대부분 Tonga에서 촬영된 것이었다. 그리고 주위의 의견들도 ‘혹등고래를 보려면 Tonga를 가야지’라는 말이 많았다. 또한 주변에 몇몇 지인분들이 Tonga를 다녀와서 혹등고래와의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며, 필자는 별다른 고민없이 혹등고래를 보러 Tonga를 가야겠다고 결정을 했다.

사실 혹등고래는 매년 남극 혹은 북극에서부터 적도 부근까지 먼 여정을 여행하기에 지구상의 여러 곳에서 혹등고래를 볼 수 있다. 주로 남극 혹은 북극에서는 먹이활동을 하며, 짝짓기 및 새끼의 출생을 위하여 따뜻한 적도 부근으로 오게 된다.
특히, Tonga는 17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바람을 막아주고, 파도나 조류의 영향이 적고, 천적들에게 몸을 숨기기도 쉬어서 매년 많은 혹등고래들이 출산을 위해 이 곳을 찾아오게 된다. 새끼는 어미처럼 숨을 오래 참지 못하여서 어미와 함께 수면 가까이 머물러야 하기에 가까운 곳에서 혹등고래 가족과 조우할 확률이 높다.

3. Traveling to Tonga
Tonga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Air NewZealand가 매일 운항하며 호주의 시드니에서 일주일에 두 번 씩 Vergin pacific이 운항하고 있다. Tonga내에서는 국내선이 있지만 Vava'u를 가는 비행기를 제외하고는 6~8인승의 경비행기를 사용하고 있기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www.realtonga.to).
필자는 인천-도쿄-오클랜드-통가 루트로 입국하였으며 인천에서 출발하여 통가에 도착하기 까지는 대기시간을 포함하여 총 2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Tonga에서 웨일왓칭을 할 수 있는 곳은 크게 Eua', Ha'apai, Vava'u 세군데 이며 필자는 이중에 Eua'와 Vava'u를 다녀왔다. Eua'는 경비행기로 7~8분 소요되며 3시간 정도 소요되는 배편도 있다. Vava'u는 비행기로 1시간정도 소요된다.(사진2)
Tip.) 필자는 항공사 마일리지를 통하여 인천-도쿄-오클랜드-통가 경로로 여행하였다.

4. Eua' vs Vava'u
필자는 총 9일을 통가에 머물렀으면 그 중 5일은 Eua'에 4일은 Vava'u에 머물렀다. 성수기에는 투어업체들이 풀부킹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해야하기 때문에 일정이 넉넉하지 않다면 어느 지역에서 몇 일을 보낼 것인지 미리 정하는 것이 필수인데, 필자도 이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였다. 앞으로 Tonga를 찾을 여행객들을 위해 필자가 다녀온 Eua'와Vava'u를 간략히 비교해보도록 하자.


Eua'
Vava'u
접근성(from Nuku'alofa)경비행기로 10분이내, 페리로 3시간 반비행기로 1시간
Whale watching 투어업체2~3개10개 이상
Whale watcing 가격TOP200(≒12만원)/day평균 Eua'의 1.5배
Diving 업체1개5개 이상
Diving 가격TOP90(≒54,000원)/tank평균 Eua'의 1.5배
숙소3군데 정도(보통 Whale tour를 직접 운영)Guest house부터 Hotel까지 다양
식당거의 없음
주로 숙소에서 같이 운영
가격 및 종류 다양
수온23~24°C26~27°C
혹등고래 조우 확률비슷비슷

Eua Deep blue diving
Eua 숙소 ovava tree lodge
Vavau 야경
Eua항구

5. About Whale swimming trips
● 연중 혹등고래와 조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 6월말부터 혹등고래가 찾아와서 11월까지 머물며 최적의 시기는 7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이다.

● 이 시기에는 100% 혹등고래와 만날 수 있는지?
- 100%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투어업체에서 혹등고래를 찾을 때 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 필자의 경우 6번 투어를 나가서 매번 혹등고래를 만났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만난 횟수보다 그들과 얼마동안의 시간을 함께 보냈는가 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혹등고래들이 손님들이 ‘풍덩’하고 입수하는 소리에 멀리 도망가버리곤 한다.

● 투어는 아침 몇 시에 시작하여 몇 시까지 진행되는가?
- Eua'에서는 혹등고래 포인트가 가깝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없이 손님만 있으면 나가서 대략 3시간 정도 투어를 하고 돌아온다. 하지만 배가 한 대 뿐이라서 다이빙 투어를 나가있는 동안은 투어가 불가능하다. Vava'u에서는 보통 아침 7시~8시쯤에 출발하며 돌아오는 시간은 그 날의 투어 상황에 따라 다르나 보통 3~4시경 돌아오게 된다.

● 한 보트에는 몇 명이 타는지?
- 통가에서 혹등고래와의 수영은 한 번에 최대 4명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Eua'에서는 한 보트에 8명을 태우고 나가서 동시에 8명이 입수한 적도 있었다. Vava'u는 이를 엄격히 적용하여 보트에 8명을 태우고 나가도 4명씩 2팀으로 나눠서 동시에 입수하지 않는다.

● 그 밖의 Tips
- 혹등고래가 위협을 느끼면 빠른 속도로 멀리 달아나기 때문에 가이드를 잘 따르고 가이드보다 앞서 나가지 않도록 하자.
- 같은 이유로 통가에서는 대부분 잠영도 금지하고 있다.
- 멀미가 심한 사람들은 꼭 멀미약을 챙기도록 하자.
- 차가운 수온과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해 방풍 자켓 등을 챙기자.

Vavau 항구
Vavau로 가는 비행기
Eua로 가는 비행기

6. 통가일기 : 드디어, 혹등고래와 마주하다
필자는 통가로 가기 전에 국내에서 열린 혹등고래 사진전을 비롯하여 각종 다큐, 블로그 등 최대한 많은 사진 및 영상을 접하였다. 좋은 결과물을 얻고 싶은 욕심에 거대한 크기의 혹등고래의 전신을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 및 돔포트를 구매하였으며,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위해서 프리다이빙 교육도 받았다. 거의 10개월에 걸쳐서 천천히 준비를 해왔기에 통가에 도착하여 보트를 타고 나가서 입수한 후에 눈앞에 있는 혹등고래를 보고, 교감하며, 그 후에 손가락으로 셔터만 누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다. 일단 날씨의 변화가 심해서 구름이 많이 끼었다가 비도 오다가 맑았다를 반복하였으며, 바람도 계속 많이 불었다. 게다가 바다가 안 좋은 날엔 파도가 엄청 높았고 특히 Eua'에서는 워낙 작은 보트여서 투어를 나가있는 3시간 동안 내내 바이킹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었다. 보트 위에서 속을 게워내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또, 수온이 생각보다 많이 차가워서 필자는 수중에서도, 보트 위에서도 계속 한기를 느끼며 오들오들 떨었다.


그러나 이 모든 열악한 상황보다도 필자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야속한 혹등고래들이었다. 먼 한국 땅에서 수차례 비행기를 갈아타고 와서 배위에서 또다시 장시간을 보내며 추위와 비에도 꿋꿋하게 매번 입수를 하였지만 여행자들의 입수와 함께 혹등고래들은 빠른 속도로 달아나버렸다. 배 위에서 혹등고래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멀리서 그들의 등지느러미를 보고 진행 방향을 예측하고 그 쪽으로 가면 모터소리 때문인지 혹등고래는 잠영을 한 뒤 멀찌감치 다른 쪽에서 등지느러미를 보여주며 물을 뿜는다. 또 그쪽으로 따라가면 다른 쪽에서 올라오고...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느낌이었다. 몇 번의 같은 시도 끝에 혹등고래가 올라올 위치 근처에서 입수를 하면, 그 때는 바로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카메라에는 온통 그들의 희미한 꼬리 사진밖에 담을 수 없었다. 주로 어미와 새끼였는데, 아마도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느라 예민하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Eua'에서의 첫 번째, 두 번째 날에는 혹등고래와 가까이 조우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이틀 동안 40번 넘게 입수하였을 것 같다. 파도는 높았으며, 혹등고래들은 빨랐고, 카메라는 무거웠다...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으며 좌절감으로까지 떨어졌다. Eua'에서 일정이 하루, 이틀이었던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떠났다. 다음 날엔 기분전환을 위해 다이빙 투어를 다녀왔으나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계속 울상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째 Eua'에 머무르던 한 호주아저씨는 3일 전에 찍은 멋진 혹등고래 사진을 필자에게 보여주며 계속 시도하면 꼭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해주었다. 그 때, ‘자연은 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 끝에 만날 수 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보고 싶다고 100% 볼 수 있다면 그것은 수족관일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혹등고래를 제대로 못 보면 다음에는 더 길게 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혹등고래의 꼬리와 실루엣은 봤으니까’라며 마음을 비우고 나니 한결 편해졌다.


다음 날에 또다시 혹등고래 투어를 나갔다. 초반에는 어미와 새끼와 수컷 한 마리로 이뤄진 가족을 만났는데, 계속 이전처럼 도망갔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고 계속 주위에 있었다. 대여섯 번의 입수를 시도하며 가이드가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입수를 했는데 어미가 필자의 밑에 수심 10m정도에 있었고 새끼는 어미의 양 팔 지느러미 밑에서 숨어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새끼가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올라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미가 약간 경계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이윽고 팔 지느러미를 치워주자 새끼가 천천히 위로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필자를 향해 수직상승 하고 있다니..! 비켜줘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찰나에 마지막에 새끼가 몸을 비틀어서 필자의 약 1m 옆으로 스쳐지나갔다. 정말로 황홀한 순간이었다. 새끼에게 온 시선을 빼앗기며 감탄하며, 카메라를 추슬러 촬영하려던 그 때, LCD에 큰 형체가 나타났다. 어미가 따라 올라온 것이다! 그 어마어마한 크기가 지나가는데 정말로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바로 눈앞에 혹등고래 새끼와 어미가 나란히 지나가다니.. 믿을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숨을 들이마신 혹등고래 어미와 새끼는 다시 나의 바로 아래 10m 정도 지점으로 돌아가서 그 곳에서 멈춰있었다. 필자는 촬영을 포기하고 계속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다큐멘터리에서 혹등고래가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서, 필자도 한번 양팔을 옆으로 뻗어 위아래로 움직이길 반복해보았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어미가 양 팔 지느러미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조금 후 새끼가 어미의 아래에서 양 팔 지느러미를 옆으로 뻗어서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어미 아래에 있어서 새끼의 몸통은 볼 수 없었지만 위에서 볼 때에는 네 개의 지느러미가 리듬을 맞춰서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혹등고래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니!!! 정말 지금 생각해도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하다. 대자연의 생명체와 교감을 한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았다.


필자는 그 뒤로 Eua'에서 1번, Vava'u에서 2번, 총 3번의 혹등고래 투어를 하였으며 투어 때마다 혹등고래 가족과 적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이 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굉장한 추억을 갖게 해준 혹등고래 가족들과 자연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7. Epilogue
Tonga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필자는 다시금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한 자신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한 후로, 수중 생태계를 아끼고 보호하게 되었으며, 바다 속 세상에 대한 관심과 동경이 커졌고, 결국 혹등고래를 만나고 싶다는 꿈도 이루게 되었다. 또한,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다시금 겸손함도 느낄 수 있었다.
다녀온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아직도 혹등고래가 사는 Tonga의 바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마 그 곳에 필자의 꿈을 두고 왔기 때문인 것 같다. Tonga에서 만난 여행자들 중에는 Tonga를 여러 번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필자도 언젠가 다시 꿈을 찾으러 방문하고 싶다.

누구든지 혹등고래를 진심으로 꿈꾸는 사람은 인생에 있어서 한번은 ‘시간’과 ‘인내심’이라는 조건을 갖추고 Tonga를 찾아가길 바란다.

글,사진/조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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