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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애스쿠버리조트 T3 포인트와 박건욱 강사의 500 로그 기념 다이빙

남애스쿠버리조트 T3 포인트와
박건욱 강사의 500 로그 기념 다이빙

지난 10월 31일 강원도 양양의 남애스쿠버리조트에 13명의 테크니컬 다이버들이 모였다. 남애리 외해 4km 거리의 수심 60m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심해가두리 잔해인 T3 포인트를 탐사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이벤트는 박건욱 강사의 500로그를 기념하는 다이빙으로 기획되었는데 뭔가 의미있는 곳에서 친한 다이버들과 함께 다이빙하며 축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테크니컬 다이버로 동해에서는 주로 더블탱크로 다이빙을 하기에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포인트를 한번 가보자고 하여 남애리의 T3 포인트를 장소로 정하게 되었다. 13명의 테크니컬 다이버들은 대부분 박건욱 강사와 친분이 있는 다이버들이었고, T3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진행한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참가한 다이버들이었다.



테크니컬 T3 포인트
남애스쿠버리조트의 김정환 트레이너는 테크니컬 다이버들에게만 소개하는 포인트로 T3를 활용하고 있다. 남애항에서 다이빙 전용선으로 20분 정도 외해로 나가는 곳이다.


튼튼한 라인과 부이가 연결되어 있어서 상승과 하강시에 가이드가 되어준다.


T3에는 3개의 구형 심해 수중가두리 잔해가 있다. 수심 60m 내외의 바닥에 높이 20m 가량의 구형 가두리가 하단이 약간 뭉개진 상태로 놓여져 있으니 상단의 수심은 45m 정도 된다. 그 위로 라인들과 대형 부이가 연결되어 있고, 그 부이에서 수면까지 다시 라인이 연결되어 있다.


구형의 가두리를 형성하고 있는 삼각형 그물들은 중간중간 뜯겨져 나가서 구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창이 되고 있으며, 구의 내부와 외부에는 섬유세닐말미잘과 비단멍게, 해면 등의 부착생물들이 잘 자라고 있다.


T3 포인트의 기원
2008년 강원도 환동해출장소는 양양군 남애리를 외해 수중가두리 대상지로 선정하고 14억원을 들여서 해안에서 4km 가량 떨어진 수심 40m 이상의 외해 수역에 수중가두리 양식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기술지원을 받아 지름 30m에 높이 30m 규모의 구형 양식장으로 거센 파도에 견딜 수 있도록 우주선 외부에 사용하는 마감재와 같은 재질로 제작되는 것이다. 이미 제주도 표선 앞바다에 시범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2009년 양양군 인구리 해변에서 3개의 구형 양식장 구조물이 제작되었고, 그 해에 남애리 앞바다에 투하되어 설치되었다. 남애리 소재의 정치망 사업자인 삼광수산에서 운영을 맡았다. 삼광수사는 자체 운영중인 정치망에서 어획된 고급 어종들을 외해 수중가두리에서 축양하여 수요가 몰릴 때 좋은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두리에 어류들이 투입되어 축양되었는 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2012년 여름 동해를 지나던 태풍으로 높은 파도가 칠 때 가두리를 고정하던 앵커라인과 부이라인이 터지면서 3개의 가두리는 수심 60m의 심해로 가라앉았고, 이후 외해 가두리는 그대로 방치되어 지금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불과 3년여 만에 가두리 구조물에는 동해안의 심해 부착생물들인 섬유세닐말미잘과 비단멍게, 해면 등이 빽빽하게 자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만든다.



구형 양식장 잔해 탐사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이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다는 고작 전체 해양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다는 어쩌면 우주만큼이나 우리 인간들이 아직 모르고 있는 미지의 세계일 것이다. T3 탐사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우리가 사는 지구와 해양을 이해하기 위해 13명의 테크니컬 다이버들이 모였다.


하루 전날 도착한 일부 다이버들은 김정환 남애스쿠버리조트 대표의 포인트 브리핑을 토대로 다이빙 플랜을 수립했다. 최대수심 60m에서 바텀타임 25분을 가지기로 하고, 바텀가스를 Tx18/45, Tx21/35 중에서 선택하기로 했다.

주로 재호흡기 다이버들이 Tx18/45(산소 18%, 헬륨 45%의 트라이믹스)를 선택했고, 트윈셋트를 사용하는 다이버들은 Tx21/35를 선택했다. 그리고 감압기체는 EAN50을 기본으로 하고, 100% 산소는 선택으로 했다. 35분에서 45분의 감압시간을 고려해서 감압탱크는 80cuft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기체 계획에 따라 바텀가스와 감압탱크의 블랜딩을 하여 만반의 준비를 했다.


31일 오전 8시 30분에 남애스쿠버리조트에 13명의 테크니컬 다이버들이 모두 모였고, 장비의 세팅과 점검을 시작했다. 10시에 모두 드라이슈트를 착용하고 박건욱 강사의 브리핑에 참가했다. 다이빙 플랜과 팀 구성 그리고 다이빙의 목적을 공유했다. T3 포인트의 탐사와 더불어 박건욱 강사의 500회 다이빙을 축하하는 기념촬영도 중요했다.


브리핑을 마친 다음에 장비를 이동시켜서 남애스쿠버리조트의 다이빙 전용선으로 옮겨 실었다. 13명의 테크니컬 다이버들과 장비들 그리고 스태프들까지 모두 탑승하니 배가 가득 찼다. 20분을 달려 포인트에 도착했고, 김정환 대표의 간단한 현장 브리핑을 끝으로 차례차례 입수하였다. 조류는 약하게 흘렀지만 다이빙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외해로 나왔는데도 시야가 좋지 않았다.



시야가 흐렸기에 하강라인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하강을 시작했다. 수심 30m를 넘어서니 시야가 좀 나오기 시작했고, 다이버들이 라이트들이 광선검처럼 수중을 가르기 시작했다.



부착생물들로 가득한 커다란 부이를 지나 구의 상단에 도착하니 흰색의 섬유세닐말미잘 군락과 비단멍게들이 가득했다. 구의 측면을 따라 다시 하강하니 아래로 내려갈수록 시야는 다시 흐려졌다.


부유물로 인해 사진을 촬영하니 스트로브의 불빛을 받은 수중에 백스캐터가 심하게 일었다. 미리 ISO를 800까지 올렸는데도 사진은 어두웠다. 손이 곱아 카메라의 세팅을 바꾸는데도 힘이 들었다. 수온이 3℃였다.


몇 명의 다이버들이 수심 55m 즈음에서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었다. 얼른 다가가서 사진을 촬영했지만 위치를 바꾸고 하느라 분위기는 어수선해졌고, 잠깐 사이 수심은 58m로 낮아졌다. 서둘러 셔터를 누르고 더 이상 하강하지 않으려 위로 올라갔다. 시야가 흐려서 구 전체를 화면에 담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 가까이로 붙어서 촬영을 시작했다. 12명의 다이버들이 쏘아내는 무질서한 광선검들을 피해 사진을 만들려니 쉽지가 않았다.


구의 그물이 찢어진 창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가서 구 밖의 다이버들을 촬영하는데 하나 둘 구 내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의 내부가 난파선 속처럼 어둡기는 했지만 부유물이 오히려 적어서 시야는 더 나았다. 동굴다이빙 경력이 있는 다이버들은 여유 있게 구 내부를 구경하고 다녔지만 일부 다이버들은 구 내부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구 밖으로 나와서 상단의 구조물 및 부착생물들과 다이버들의 위치를 적절히 잡아서 사진을 촬영했다. 재호흡기 다이버들, 트윗세트 다이버들, 팀 다이버들을 함께 촬영하고 있는데 어느덧 25분의 바텀타임이 지나고 있었다. 상승할 시간이 된 것이다. 구과 부이를 연결하는 라인 위의 섬유세닐말미잘들 그리고 수중에 떠있는 대형 부이를 촬영하며 아쉽지만 구을 떠나야 했다.


21m 수심에서 EAN50으로 교환하여 천천히 상승하며 감압중인 다이버들을 보니 마치 조를 이뤄 편대비행하는 전투기들을 보는 듯했다. 상승과 감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방금 탐사했던 거대한 구형 구조물을 머리 속에 그려보느라 지루한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수심 6m에서 EAN50의 호흡기가 빡빡해졌다. 아뿔사! 평소에 사용하던 60cuft 탱크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기체가 고갈되었다. 비상상황이긴 한데 재호흡기 다이버들이 많았기에 백업 EAN50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서동균 강사가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다가와 EAN50 2단계를 넘겨 받았다. 하지만 재호흡기의 종류가 RB80이라 데코탱크 자체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살짝 당황하고 있는데 JJ CCR을 사용하는 김경수 강사가 백업으로 휴대하던 80cuft EAN50 탱크를 넘겨 주었다.


왠지 큰 선물을 받은 듯이 기뻤다. 노련한 테크니컬 다이버들 12명과 함께 하니 마음이 든든했다. 그렇게 해서 런타임 78분이나 되는 긴 감압을 마치고 무사히 상승할 수 있었다. 사실 조금 더 일찍 감압을 끝낼 수 있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다이브 컴퓨터를 빌려서 사용하는 바람에 기체 교환을 조금 늦게 입력하여 약 10분 정도 더 오래 감압을 한 듯 했다. 하지만 그 정도야 안전에 더 유리한 측면이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괜찮았다. 다만 감압기체가 부족했던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었다.


60cuft 데코탱크로도 평소 10분~15분 정도의 감압다이빙을 2회 정도는 사용했던 터라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실수였다. 게다가 알곤 탱크가 없어서 헬륨이 포함된 바텀가스 대신 EAN50 데코탱크에서 드라이슈트 호스를 연결해 사용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하루 전날 합류하여 충분히 여유 있게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13명의 테크니컬 다이버들이 모두 무사히 배 위로 올라오자 참가한 테크니컬 다이버들은 모두 환호성을 울렸다. 특히 이날 500회 다이빙을 맞아 이 행사를 주관했던 박건욱 강사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좋아했다. 배 위에서 함께 축하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근처의 소머리국밥 집에서 뜨끈한 점심을 들고 쉬었다가 남은 기체에 공기를 탑업 하여 오후에 27m 엉터리 어초에서 다시 한번 더 다이빙을 했다. 그리고 저녁에 주문진의 파도식당에서 참가한 다이버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파티도 열었다. 박건욱 강사의 500회 다이빙을 기념하여 진행하게 된 텍 다이빙이었지만 평소 진행하기 힘든 수심 60m 정도의 테크니컬 다이빙을 하게 되어 참가자들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앞으로 종종 이런 친목 다이빙을 해보자는 이야기들도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수심 60m 정도에 멋진 경치가 있는 곳이라면 필자도 언제든지 합류할 자신이 생겼다. 잘 훈련되고 준비된 테크니컬 다이버들과 함께 하는 트라이믹스 다이빙이라면 무엇보다 안전하고 즐거울 것이기 때문이다.


남애리의 T3 포인트는 남애스쿠버리조트에서 테크니컬 다이버들을 위해 안내하는 곳이다. T3 포인트 다이빙에 관심이 있다면 남애스쿠버리조트로 문의하면 된다.

남애스쿠버리조트
대표: 김정환

http://www.namaescuba.com/
주소: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남애리 58번지
전화: 033-673-4567, 010-8771-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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