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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노이 클럽 강사들의 멕시코 동굴 다이빙 여행기

‘수중의 강’이라 불리는 세노테 안젤리타(Angelita)를 탐험하는 동굴 다이버들

Prologue

엘피노이 클럽의 SDI.TDI 강사들 5명이 지난 2015년 11월 6일~17일에 멕시코 칸쿤으로 동굴 다이빙을 다녀왔다. 지난 해 이미 멕시코에서 동굴 다이빙을 경험했던 몇몇 강사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필자를 비롯해 새로운 멤버들이 몇 명 더 합류하게 되었고, 동굴다이빙 강사인 성재원 트레이너에게 국내에서 사전 교육을 받으면서 동굴 다이빙에 대한 기대를 높여갔다. 이번 투어에는 필자 전찬웅을 비롯해서 민병승, 성재일, 하기형, 김민성, 이치원, 성재원 등 모두 7명이 함께 했다. 이 중에 창원 MBC의 김민성 감독은 이미 여러 차례 멕시코 동굴을 다녀와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송에 소개하였고, 이번에도 엄청난 무게의 촬영장비들을 휴대해서 동굴영상들을 확보했다. 이미 동굴 다이버로 지난 해 함께 멕시코에서 동굴 다이빙을 했던 하기형, 민병승 강사가 김민성 감독과 함께 독립적으로 다이빙을 진행했고, 필자와 성재일, 이치원 강사는 성재원 트레이너를 통해 동굴 다이빙의 기초부터 교육을 받으면서 멕시코의 동굴 다이빙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빌라스 데 로사(Villas de Rosa)
 카리브해를 마주하고 있는 빌라데로사 리조트

우리 일행들은 11월 6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거쳐서 멕시코의 칸쿤까지 갔고,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서 아쿠말(Akumal)의 빌라스 데 로사(Villas de Rosa)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미국 DEMA 쇼를 방문하고 멕시코로 넘어온 아쿠아텍의 성재일 대표와 SDI.TDI.ERDI의 성재원 사무국장과 합류했다.

긴 여행 끝에 도착한 빌라스 데 로사는 해변에 위치한 아담하고 아름다운 리조트였다. 방은 여러 개의 작은 방들과 넓은 거실, 주방이 함께 붙어 있는 독특한 형식의 구조였는데 다이버들 한 팀이 함께 취사도 하며 지내기에 딱 좋은 구조였다. 넓은 거실에서 바라보는 하얀 백사장과 눈부신 카리브 해의 푸른 바다는 정말로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했다.


아쿠아텍(Aquatech)
빌라데로사에 소속된 다이브센터 아쿠아텍

빌라스 데 로사에는 다이브센터 아쿠아텍(Aquatech)이 있었다. 리조트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카리브해의 오션 다이빙과 스노클링도 진행하긴 하지만 주로 인근 세노테(cenote)에서 동굴 다이빙을 안내하는 것이 전문이다. 칸쿤 지역에서 동굴 다이빙이 개척되던 시기부터 함께 해왔던 리조트 주인들의 역사가 남아있는 동굴 다이빙 전문 센터라고 한다.

동굴 다이빙은 보통 오전에 1회 오후에 1회씩 하루에 2회 진행되는데 샌드위치 도시락을 준비해서 오전 다이빙을 마치고 현장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쉬었다가 오후 다이빙을 하게 된다. 보통 한 세노테에 하루 종일 머물며 2회 다이빙을 하지만 좀 더 다양한 곳을 경험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 세노테를 옮기기도 했다. 우리 일행은 펀다이빙 조와 동굴다이빙 교육조로 나뉘었지만 매번 같은 곳에서 다이빙을 진행했다. 펀다이빙 조가 먼저 동굴로 들어가면 교육 다이빙 조가 밖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은 다음에 실습을 겸해 동굴로 잠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교육이 진행되면서 점차 동굴 내부에서 머무는 시간과 침투하는 거리도 길어지면서 멕시코 동굴의 진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세노테 노호치(Cenote Nohoch)
세노테 노호치 수중의 동굴과 석주

수심도 얕고, 에어 챔버가 넓어서 세노테 스노클링을 위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동굴 다이빙과 관련된 기본 스킬들을 연습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스킬들을 연습하느라 첫날에는 이곳에서만 3번의 다이빙을 진행했는데 넓은 캐번 지역을 선택하여 프라이머리 릴을 설치하고, 그를 따라 오가면서 각각의 비상상황을 설정하고 문제 해결 과정이 몸에 익을 때까지 충분히 복습했다.

시스테마 노호치나치치(Systema Nohoch Na Chichi)의 관문으로 천국의 문과 디즈니랜드 등 유명한 구조물들이 많은 곳이지만 이제 막 동굴 다이빙 교육에 입문한 상황이라 그곳까지 가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넓은 캐번 지역의 구석이나 캐번 지역을 약간만 벗어난 곳만 해도 종유석들과 석주들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어서 동굴 다이빙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오후에 시작한 세 번째 다이빙은 스킬 복습과 펀다이빙이 결합되어 거의 90분간 진행되었는데 정말 멕시코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이빙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랜드 세노테(Grand Cenote)
스탑 사인 위에서 전찬웅, 성재일

물이 맑고, 세노테로 접근하기가 쉬워서 스노클링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그랜드 세노테는 시스테마 삭 악툰(Systema Sac Actun)의 관문이었다. 전 날의 충분한 연습과 동굴 속에서의 경험을 되살려 기대를 안고 입수했다. 세노테에는 수련과 물풀들이 가득했고, 열대 담수어들의 모습도 보였다. 버블체크, S드릴 등의 기본 스킬 체크를 마치고 프라이머리 릴을 풀어가며 캐번지역에서 캐이브지역으로 들어갔다. 캐이브 다이빙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들어가지 말라는 스탑(STOP) 사진을 넘어들어갈 때 비로소 캐이브 다이버가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마야어로 흰 동굴(Sac Actun)을 뜻하는 캐이브 이름이 실감날 정도로 동굴 속의 구조물은 물론이고, 바닥에 가라앉은 침전물까지도 프라이머리 라이트의 불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첫 다이빙 82분 동안 했는데 두번째 다이빙은 100분을 넘겼다. 최대 수심이 14m에 불과했고, 평균수심도 9m 정도였기에 부담 없는 다이빙이었다. 캐이브 지역을 벗어나 캐번 지역으로 돌아오면서 보이는 세노테의 푸른 빛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고 나왔다는 안도감 때문에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슈나안하(Xunaan-ha)
세노테 수면에서 맑은 하늘과 숲을 배경으로 한 성재원 트레이너

물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세노테로 같은 이름의 동굴 시스템의 주 세노테이다. 상류 쪽은 평균 수심은 10m를 넘지 않으며 폭도 넓은 편이라 트윈셋 다이빙 팀들도 충분히 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하류 쪽은 사이드 마운트 다이버들이 아니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동굴의 폭이 훨씬 좁았다. 그 동안의 훈련과 경험을 토대로 어렵지 않게 라인을 따라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최근에 가지 굴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서 앞으로도 탐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곳이라고 했다. 동굴 다이빙의 궁극적인 목적이 탐사인데 꾸준히 연습하고 경험을 쌓다 보면 전인미답의 새로운 동굴을 탐사할 기회가 언젠가 나에게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다이빙을 마칠 때 즈음에 세노테 주변의 나무들이 수중에서도 다 비칠 정도로 맑은 물 속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멋진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역시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는 것이다.


칼라베라(Calavera)
담수층에서 아래의 해수층으로 지나는 다이버를 바라볼 때 할로클라인으로 인해 아지랑이가 생긴 모습

스페인어로 해골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세노테이다. 정글 속에 수직으로 뚫린 큰 구멍과 작은 구멍들이 마치 해골의 눈과 입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사원(Temple of Doom)이라고도 불린다. 밀림 속으로 100m 정도를 걸어가면 둘레 10m의 큰 구멍이 있고, 그 3m 아래에 세노테의 수면이 있다. 점프로 입수하고, 수직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야 하는 약간 힘든 환경이지만 그런 고생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멋진 곳이다. 캐이브 지역에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할로클라인이 형성되어 있어서 그 경계면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핀킥으로 이를 교란시키면 아지랑이가 생기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칼라베라 세노테의 입구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빛의 샤워를 배경으로 성재원 트레이너.

구멍을 통해서 세노테로 쏟아져 내려오는 빛의 샤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도 다이빙을 마무리하면서 멋진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이 곳도 스노클링 관광객들이 찾아와 수면에서 점프하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우리는 오전 1회 다이빙으로 마무리 했다.


카와시(Car Wash)
탄닌 성분으로 갈색으로 변한 표층을 뚫고 들어오는 황금색 햇살과 다이버들

예전에 이 지역의 택시 드라이버들이 세차를 하던 곳이라고 한다. 그만큼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차에서 바로 장비를 착용하고 몇 발자국 걷지 않아 입수할 수 있다. 그랜드 세노테, 칼라베라 등과 마찬가지로 삭악툰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다른 삭악툰 시스템과 달리 동굴의 벽이 흰색이 아니라 검은색인데 바위 표면에 자라는 박테리아들 때문이라고 한다.

카와시는 수면의 미세조류들로 인해 평소에는 녹색을 띠지만 종종 비가 내린 뒤에는 밀림의 낙엽들에서 나온 탄닌 성분들이 세노테의 표층을 갈색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이 때 수중에서 빛이 들어오는 수면을 바라보면 물색이 노란 황금색을 띠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우리가 카와시를 찾았을 때도 이런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세노테의 분위기가 환상적이었다.


안젤리타(Angelita)
안젤리타 세노테의 수심 30m 정도에는 황화수소 층으로 인해 수중에 강이 있는 듯한 착시를 불러 일으킨다.

스페인어로 작은 천사라는 뜻의 안젤리타는 수중강(underwater river)로 알려져 있다. 수심 27m에 할로클라인과 황화수소(hydrogen sulfide) 층이 나타나는데 투명한 담수층 아래로 고여있는 흐린 황화수소 층은 마치 물 속에서 강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면에서 하강하여 18m 정도 내려가면 흐린 황화수소 층 위로 삐죽삐죽 나와 있는 헐벗은 나무들이 보이는데 음산한 느낌이 든다. 황화수소층을 천천히 통과해서 아래로 내려가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다시 맑은 해수층이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삭 베 하(Sac Be Ha)
샹들리에처럼 동굴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섬세한 구조의 종유석들.

마야인들이 세노테까지 가는 정글 사이로 난 석회석 길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하얀 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세노테의 마야 이름을 해석하자면 “흰 물의 길”이라는 뜻이다. 비교적 늦은 2004년부터 탐사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계단을 통해 좁은 샘 같은 곳으로 입수하게 되어 있다. 동굴 속읠 가득 채우고 있는 섬세한 흰색 동굴생성물들이 엄청나게 환상적이었다. 동굴 속에 동물의 뼈도 남아 있었다.


도스피소스(Dos Pisos)
종유석과 용해 구조물들이 함께 보이는 구간

세노테의 이름은 2개의 층이라는 스페인어이다. 메인 동굴의 수심은 평균 5m나 넘지 않는다. 하지만 수심 24m까지 확장되는 또 다른 길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이름을 갖고 있는 듯하다. 석회암이 용해되어 생긴 구조물과 대기에 노출되었을 때 생성된 구조물들을 동시에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다. 2회 다이빙을 이 곳에서 했는데 수심도 얕았고, 마지막 다이빙이라 오전과 오후 모두 100분을 넘겼다.


칸쿤에서의 하룻밤
코코봉고의 화려한 무희들

아쿠말의 빌라스 데 로사에서 일주일을 머물며 진하게 동굴 다이빙을 하고서 돌아오기 전날은 휴양지로 유명한 칸쿤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칸쿤의 크리스탈 호텔(Krystal Hotel)로 자리를 옮겨서 다이빙으로 누적된 질소를 충분히 배출하기로 했다. 칸쿤의 맛집을 찾아 맛있는 스테이크와 해물 요리에 와인까지 시켜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 동굴 다이버들의 탄생을 축하해 주었다. 정말이지 동굴 다이빙은 이제까지 경험했던 다이빙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이런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 동료 강사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칸쿤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라며 유경험자들이 나이트클럽 코코봉고로 이끌었다. 흥겨운 음악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무희들의 멋진 공연을 감상하며, 멕시코의 마지막 밤을 그렇게 흥겹게 보냈다.


에필로그
잠깐 틈을 내어 다녀왔던 마야유적지

멕시코 동굴 다이빙을 경험했던 선배들이 왜 그렇게 가보길 권했는지 알 수 있었던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번 다녀온 사람들이 왜 계속 가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후기를 정리하며 그때 사진들을 다시 살펴보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나는 멕시코의 동굴 속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집사람과 아이에게 충실한 남편과 아빠로 지내면서 충분히 점수를 땄을 때, 그때 즈음에 다시 슬그머니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다시 한번 멕시코에 보내달라고… 아니 담에는 가족들이랑 같이 가야겠다.

글/

전찬웅
SDITDI 강사
Underwater Technician
(주)지오시스템리서치

사진/전찬웅, 성재원, 김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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