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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의 서귀포 동방파제 무단점거에 대한 소고

해녀들의 서귀포 동방파제 무단점거에 대한 소고
해녀들과 다이버들이 합리적으로 공존할 방법은 없는가?

물이 빠진 서귀포 동방파제와 다이버들


서귀동 어촌계 해녀들 동방파제 점거하고 다이버들의 출입 막아
동방파제에서 입수하려는 다이버를 해녀들이 제지하고 있다. 동영상 캡쳐/이태훈

지난 5월 25일 이후 서귀동 어촌계 해녀들이 서귀포 동방파제에서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을 막고 그 앞에 천막을 치고 스쿠버 다이버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로 인해 예약된 고객들을 대상으로 체험다이빙과 스쿠버 다이빙 교육을 진행하려고 했던 다이빙 업체들은 동방파제를 이용할 수 없어 배를 이용해서 섬으로 들어가거나, 입출수가 불편하고 거리가 먼 다른 곳으로 옮겨서 진행하느라 영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 또한 관광을 목적으로 제주를 찾아왔다가 짧게 시간을 내어 스쿠버 다이빙을 체험하려 했던 관광객들도 이런 상황에 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를 당하고 있다. 

해녀들은 다이버들이 동방파제를 드나들면서 해산물을 불법적으로 채취해 마을어장이 황폐해졌기 때문에 마을어장 보호를 위해 스쿠버 다이버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누가 봤다고 하더라는 말만 하고 있다. 사실 스쿠버 다이빙으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해녀들이 나서지 않아도 이미 해경을 통해서 지도와 단속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불법 채취를 하면 오히려 영업에 지장이 있을 것을 알고 있는 다이빙 업체들에서 이를 묵인할 수도 없다. 따라서 다이버들이 해산물을 불법채취하여 마을어장을 황폐화시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고, 핑계일 뿐이다.

동방파제 수중의 암반을 장식한 산호와 해조류 그리고 자리돔들

인근 스쿠버 다이빙 숍들에게 서귀포 동방파제는 안전하고 편하게 초보자 교육과 체험 다이빙을 진행할 수 있는 곳으로 이 때문에 근처에 사무실을 임대하여 영업을 시작한 곳도 많다. 따라서 동방파제를 이용할 수 없으면 영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기에 스쿠버 다이빙 숍들에게 동방파제 출입을 막는 것은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이다. 다이버들은 해녀들의 저지가 아무 명분이 없으며, 법적으로 제지할 권한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생존을 위해 이를 뚫고서라도 다이빙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법보다 가까운 해녀들의 폭언과 위협에 막힐 수 밖에 없었고,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해녀들과 다이버들이 충돌하여 몸싸움까지 일어났다. 현장에는 다이빙 업체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과 해경 그리고 시 공무원들까지 나왔지만 해녀들과 합의를 보라고만 했지 불법적인 해녀들의 점거와 영업방해를 제지하지 못하였다.

이후 서귀포수협 사무실에서 서귀동 어촌계장과 해녀대표, 제주스쿠버다이빙연합회 대표, 서귀포시 해양수산과 공무원, 서귀포 해양경비안전서 해경 등이 모여 간담회가 있었다. 하지만 해녀들은 다이버들을 들여보낼 수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여 회의는 결렬되었다. 결국 스쿠버다이빙연합회 회원 28명은 영업방해를 이유로 해녀들을 고소했고, 서귀포 어촌계와 해녀들은 공동어장을 유어장으로 지정하여 입장료를 징수하겠다며 해양수산연구원에 적지조사를 의뢰한 상태이다. 

제주스쿠버다이빙연합회는 지난 5월 31일 서귀포 시청을 방문하여 시청 차원의 중재안을 요구하였다. 이에 서귀포 시청의 중재안으로 나온 것이 서귀포 어촌계에서는 잠수탈의실 화장실을 다이버들에게 개방하고, 동방파제 앞 교육체험 구간에 부표와 로프 등을 시설하고 다이버들은 시설 이용료로 1인당 2,000원 정도를 지불하는 것이었다(6월 26일 제민일보). 하지만 이 중재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서귀동 어촌계와 제주스쿠버다이빙연합회가 내부적으로 논의를 한 뒤에 다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동방파제는 어떤 곳인가?
수중의 가이드라인을 잡고 이동하는 체험 다이버들과 초보자들

서귀포항이 확장되면서 다이버들이 주로 다이빙을 하던 문섬과 새섬은 조류가 매우 심해졌기에 초보자들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서귀포의 다이빙업체들에게는 초보자들에게도 안전하게 스쿠버 다이빙을 체험시켜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는데 확장공사가 끝난 서귀포항의 동방파제는 오히려 조류의 흐름이 막히면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에 이상적인 곳이 되었다. 또한 배를 타고 나가는 섬 다이빙에 비해 용선료가 들지 않기에 관광객들에게는 부담 없는 비용에 체험다이빙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낚시유어선에 스쿠버다이버가 탑승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으로 인해 한동안 서귀포의 섬 다이빙이 힘들었던 것도 다이버들이 동방파제를 많이 찾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서귀포 항 확장공사가 마무리 되면서 서귀포시에서는 스쿠버다이빙업체들의 건의를 받아 동방파제에 다이버들을 위한 입수계단을 설치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편하고, 안전하고, 비용까지 저렴한 비치 다이빙 포인트로 동방파제는 서귀포 다이빙의 명소가 되었다. 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수도 증가하여 2015년에는 연인원 1만명 정도의 다이버들이 동방파제를 이용했다고 추정되고 있으며, 별 문제가 없었다면 2016년에는 그 수가 더 늘어났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쇼셜 마켓팅을 이용해서 체험다이빙을 판매하는 전문업체들과 후발주자들이 동방파제에 접근이 용이한 곳으로 가게를 열기 시작했고, 그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낚시유어선에 다이버들이 승선가능하도록 한 제주도 특별법의 통과와 맞물려 서귀포가 다시 한번 국내 스쿠버 다이빙의 메카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다.

2015년 시즌에 동방파제를 가득 메운 다이버들

이런 상황에서 해녀들이 공동어장 구역에 들어가는 동방파제를 점거하고 다이버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제주도 다이빙업계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해녀들은 다이버들이 해산물을 채취하여 공동어장이 황폐화되었기 때문에 실력행사를 하지만 결국은 다이버들에게서 돈을 받기 위해 억지를 부리는 것임이 밝혀졌다. 입장료를 받을 목적으로 유어장 지정을 시도하고 있고, 성수기에 체험다이빙을 통해서 충분한 매출을 올려야만 한 해를 먹고 살 수 있는 영세한 다이빙 업체들을 몰아붙여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의 공무원들이나 경찰, 해경들은 물론이고, 언론매체들과 일반인들까지 해녀들을 약자로 인식하고, 여유가 있는 다이버들이 해녀에게 양보하고, 타협하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제주도의 정서 자체가 해녀들에게는 거의 무조건 양보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해녀들의 몽니를 받아줘야 하는 것인가? 약자라고 해서 억지를 부리는 것도 다 눈감아줘야 하는 것인가? 게다가 바다와 관련되어서 해녀는 약자가 아니다. 바다는 자신들의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해녀들 앞에서 오히려 영세한 스쿠버 다이빙업자들이 약자일 뿐이다.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비치 테이블을 놓고 체험다이빙을 진행하는 다이브센터들

동방파제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에는 누가 있을까? 마을어장의 주인인 해녀들과 수중레저를 즐기는 스쿠버 다이버와 프리다이버들 그리고 낚시인들과 관광객들, 주변의 식당과 편의점 등의 상가 운영자들 등이 있을 것이다. 근래 들어 동방파제를 이용하는 다이버들의 수가 많이 증가하였기에 해녀들이 다이버들을 타켓으로 하지만 동방파제 인근의 바다 환경과 마을어장의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중에서 낚시인들과 일반 관광객 그리고 주변의 상가들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 못할 것이다.
해녀들은 다이빙업체들과의 대화에서 서귀포항의 확장공사로 인한 보상을 받았는데 그 보상이 부족했다는 것도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말은 다이버들을 핑계로 입수를 막고 사회문제화를 시켰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생계에 관심을 가져주고, 생존권에 도움을 달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다이버들이 해녀들의 생계를 모두 책임져 줄 수는 없다. 다이버들이 동방파제의 바다를 이용함으로써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해녀들이 동방파제 마을어장에서 손실을 입은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는 것은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다이빙업체들에서는 이미 제주도와 서귀포시에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도나 시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도 이미 일부는 다이빙업계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이버들의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그 이용료를 어느 정도 선에서 받는 것도 수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명분상 마을어장에 들어가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 다이버들이 입장료를 낸 만큼 시설도 잘 관리하여 불편하지 않게 해주어야 하고, 다이버들이 바다 속에서 즐겁게 다이빙할 수 있도록 바다환경을 잘 관리하여, 볼거리가 늘어나도록 해주어야 한다. 해녀들과 다이빙업체, 상가들이 연합하여 수중정화 및 해변정화 작업을 하고, 해산물 채취량도 조절하여 다이버들이 구경할 거리들이 남아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다이버들의 볼거리를 위해 해녀들이 다이버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에서는 채취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아마 다이버들도 입장료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동방파제에 천막을 치고 다이버들의 진입을 차단하고 있는 해녀들

정말 해녀들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한다면 낮에 다이빙 활동이 끝난 뒤에 저녁에는 같은 장소에서 해녀들이 선술집을 여는 것은 어떨까? 동방파제에 비치테이블과 파라솔들을 설치하여 낮에는 다이버들이 활용하고, 저녁에는 해녀들이 간단한 해산물 안주에 소주를 한잔 마실 수 있는 여름 야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술을 파는 것이 허가가 안 된다면 안주를 시키면 주류는 무료로 제공을 해주는 방식으로도 해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해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이빙 숍들에서 앞장서서 이용해주지 않을까?
제주도와 서귀포 시에서도 해녀들이 운다고 그냥 밥을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뭔가를 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녀들이 이렇게 자신들을 희생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다이버들도 더 적극적으로 해녀들을 돕게 될 것이다.
다이버들도 해녀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막무가내로 다이버들을 싸잡아 도둑으로 몰아 세우고, 명분도 없는 돈을 요구한다면 그걸 그냥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서귀포어촌계 해녀들과 제주스쿠버연합회가 충분한 협의를 통해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벌써 한 달 이상 동방파제를 이용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원하는 체험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이빙 숍들 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들까지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역시사지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한발씩 양보했으면 좋겠다.

최성순
스쿠버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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