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민물다이빙의 매력
계곡에 모여있는 갈겨니들
스쿠버 다이빙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우선 바다를 떠올리게 된다. 오픈워터(개방수역) 다이버
과정이라고 불리는 초보 다이버들의 첫 현장 실습 교육도 역시 바다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바다에서 첫머리를 올리게 되면 이를 시작으로 점차 드넓은 바닷속의 매력을 찾아 나서게 된다. 아울러
일상에 지친 심신을 위로 받고자 하는 취미생활의 깊이는 그 갈구하는 강도가 점차 중독성을 보이며 바다를 그리워하게 되는 마니아가 되곤 한다.
필자 역시 바닷가에 거주하게 되어 기상조건이 좋을 때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바다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파도가 자주 일렁이는 겨울철이 되면 그저 멍~하니
^^ 성난 바다를 바라보며 원망 어린 푸념을 흘려 놓기도 한다.
민물에서 다이빙하는 모습
하지만 우리가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바다뿐만 아니라 물이 있는 곳이라면 강이나
호수 등 민물에서도 가능하다. 강원도의 맑은 계곡은 민물 다이빙으로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수질에
따라 다양한 민물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또 바다와는 다른 다이빙 환경이라 여름 장마철을 제외하면
손쉽고 안전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다.
민물 다이빙에는 한겨울의 아이스다이빙도 있겠지만 얼음이 걷히고 새싹이 돋아나는 신록의 계절
아래의 맑은 수중은 생동감이 넘칠 것이고, 한여름의 폭염에서는 그만한 피서가 없을 것이다.또한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에는 그야말로 수중에서 바라보는 광경이 한 폭의 수채화와 다를 바 없으니 민물다이빙에서도
4 계절을 맛볼 수 있다 하겠다.
지난 여름 전국에 가뭄으로 모든 저수지가 메마름에 허덕이는 시기가 있었다.문득 길게는 100 년 가까이 짧게는 20여년 가까이 물속에 잠겨있는 수몰지역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저수지의
건설과정에 주거지역이나 수목들이 물속에 함께 잠기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들은 베어 내고 건물 역시 허물어서
거의 바닥 면만 남기는 것 관례라고 한다.
따라서 수몰지역의 수중으로 가 보아도 겨우 담장의 흔적이나
도로길 정도만 확인할 수 있고, 그마저도 오랜 세월 퇴적물이 쌓이면서 형상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감추어 지기 마련이다.
수몰된 호수 속의 돌담 흔적
춘천을 여행하면서 북천리 내창면의 옛길을 따라 찾아 들어간 소양댐의 메마른 풍경은 마치 색
바랜 어린 시절이 눈앞에 펼쳐지듯 이름 모를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고스란히 드러나있었다. 1930년대에 세워졌다는 작은 학교의 돌담 터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하고, 이 작은 운동장을 뛰며 재잘거렸을 어린이들의 몸짓이 떠오르기도 했다.
저수지는 뻘 층이 두텁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다이빙할 때는 주의를 요해야 한다. 반면에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다이빙은 차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이점이 있기에 무거운 장비를 힘들여 이동하지 않아도 장소만 잘 물색하면 얼마든지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바위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는 꺽지
홍천의 칡소에서는 봄이면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열목어의 무리를 만날 수가 있고, 여타 지천을 타고 흐르다가 작은 소를 만들어놓은 곳이면 쉬리와 꺽지 등 많은 민물 어종들을 만날 수가 있다.
이렇듯 바다가 허락을 하지 않는 날이면 홀가분하게 장비를 꾸려서 가까운 계곡을 찾아 나서
보는 것도 일상에 지친 다이버들의 일탈 본능을 충족시켜주기에 더없이 좋은 계획이 아닌가 생각해본다.출발할 때 마치 피크닉이라도 준비하듯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따사로운 햇살에 장비를 널어놓고 바다와는 또 다른 산속의 경치와 숲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내음에 하루를 지내보는 것도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이기에 민물다이빙은 바다에서와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수면을 뚫고 내려오는 아름다운 빛의 샤워가 개울 바닥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다.
투어의 일정이 시간상 또는 여타 여건상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편히 쉬어갈 만한
곳을 눈 여겨 봐두는 습관이 생겨버린 것도 필자에게는 민물다이빙의 묘미가 자리를 잡은 까닭인 것이다 ^^
이제 여름은 여름대로 또 단풍이 온 산을 뒤덮는 가을이면 또 가을의 정취대로 자연이 내어준
아름다운 쉼터에 잠시 잠깐 몸을 맡기고 영혼을 기대어볼 것이다.민물이든 바다이든 다이버는 물속에
몸이 잠겨있을 때 진정 행복을 느끼게 된다.
안전하고 즐거운 다이빙 되십시오!
박정권
수중사진가 참복
신풍해장국 대표
자유기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