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 샌프란시스코 - 인천 - 세부 - 두마게티 - 세부 - 쿠알라룸푸르 - 자카르타 - 소롱 - 자카르타 - 싱가폴 - 세부 - 모알보알 - 두마게티 - 세부 - 인천 - 샌프란시스코 - 휴스턴.
지난 약 4주간의 필자가 거친 공항들과
머문 지역의 순서들이다. 이런 뒤죽박죽의 일정이 정해진 배경에는 변경에 변경을 거듭한 다른
일정들과 그리고 몇 달 전갑작스럽게 일년 정도의 호주 퍼스 생활을 아쉽게 정리하고 미국 휴스턴을 이사를 하게 된 개인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긴 서두를 이쯤으로 끝내고 우선 라자암팟 리브어보드 투어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번 투어는2016 스쿠버넷와 함께한 코모도 투어 이후로 필자가
두 번째로 떠나는 리브어보드 여행이었다. 게다가 장소는 소롱을 출발하여 미솔까지 내려갔다 오는 7박8일 일정의 라자암팟 리브어보드 투어로 배는 MV 화이트만타였다.
같이 떠나는 팀원들 역시 수중사진가로 유명한 김은종 작가, 황인필 감독 그리도 베테랑 다이버인 이철수 강사와 강혜숙 부부였다. 태국
출신의 수중사진 작가인 Nu Parnupong씨와 그 외 다른 모든 일행들 역시 수중 촬영을 하는 다이버들이
대부분이라 일정과 포인트는 모두 펀다이빙 위주가 아닌 촬영을 위한 것으로 계획되었다. 그야말로 수중촬영을
위한 투어였다. 수가 너무 많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넘쳐나는
DSLR
하우징들과 값비싼 비디오 라이트 장비들은 수중촬영 장비 전문점을 통째로 MV 화이트만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라자암팟 투어 중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고민 없이 해파리 호수를
꼽고 싶다. 수중 사진을 시작하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장소였던 팔라우의 해파리 호수가 안타깝게도 많은
방문객들로 인해 해파리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정부에서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번 투어 전에 라자암팟 미솔 어딘가에 사람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해파리 호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를 하며
꼭 가보자고 요구했던 장소였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해파리 호수로 가는 길은 역시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다. 무거운 수중카메라와 스노클 장비를 가지고 도착한 일행을 맞이한 해파리 호수의
입구는 그야말로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조건이었다. 첫째로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길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는데다 둘째로 정상으로 가는 길은 날카로운 바위들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비탈진 언덕이었다.
하지만 일행 모두 해파리 호수를 보고 싶다는 의욕이 척박한 환경보다 먼저였다. 서로의 손과 손으로 카메라와 스노클 장비들을 옮겨 가면서 정상을 향해 없는 길을 만들어 가며 힘을 합쳐 천천히
올라 갔다. 고생이라는 생각 보다는 이렇게 숨겨진 장소를 찾아 나서 모험을 한다는 즐거움과 이런 장소에
사진을 찍을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로 즐겁기만 했다.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정상! 호수 위로 우르르 떨어진 낙엽 같은 모습의 해파리들은 물 위에서도 장관이었다.
그리고 역시 수십 마리의 해파리 사이로 갈라진 햇살을 바라 보며 하는 스노클링은
험난했던 탐험의 고생을 충분한 잊게 할 정도로 이번 라자암팟 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아마도, 팔라우 해파리 호수의 통제가
계속되고, 또 라자암팟을 찾는 다이버의 수가 점점 늘어 나게 된다면 이곳 라자암팟의 해파리 호수도 지금처럼
세상과 동떨어진 신비의 장소로 남아 있기 힘들 것이다. 오랜 세월 세상과 동 떨어져 자신을 지켜주던
독성까지 버리고 평화롭게 살던 해파리들이 다시 세상과 마주했을 때 팔라우 같은 최악의 상황이 이곳 라자암팟 해파리 호수에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두 번째 하이라이트는 블루워터 맹그로브 숲에서의 다이빙이었다. 물 속에 잠긴 맹그로브 나무 가지에 붙은 연산호 사진은 라자암팟 다이빙을 소개하는 사진들을 볼 때면 꼭 하나쯤은
끼어있는 인기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화이트만타 팀의 배려로 일반 리브어보드들이 잘 가지 않는 맹그로브
숲에서 하루 종일 3번에 걸쳐 다이빙을 진행하였다.
이 지역에서는 약 10년전에 다이버가
악어로부터 공격을 당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다이빙 시작 전에 기본적인 안전 수칙들과 함께 혼자서는 절대 돌아 다니지 말라는 강한 주의를 길게 듣고
시작을 하였다. 역시 다이빙을 하는 동안에도 안전을 위해 보트들이 다이버들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계속
따라다니며 진행되었다.
해파리 호수의 이색적인 환경만큼이나 라자암팟의 블루워터 맹그로 숲 다이빙은 그
동안 흔히 보아 오던 물 속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면 투명한 물 위로
맹그로브 나무들이 보이는 가운데 늘어져 있는 연산호 바닥을 주변으로 알록달록한 다양한 종의 경산호까지 뒤섞여 이색적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산호 주변으로 볼 수 있는 풍성한 산호초 생태계와 함께 맹그로브 숲 사이에는 큰 사이즈의 트레발리나 맹그로브잭
같은 바닷물과 민물을 어가는 어종들이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수면 가까이에서 사냥을
위해 떠다니는 물총고기의 모습도 색다른 볼거리였다. 맹그로브 숲과 숲 사이로 수심이 30m 이상 떨어지는 지형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맹그로브 뿐만 아니라 상어부터 큰 사이즈의 가오리까지 쉽게 볼
수가 있었다.
가는 길이 험난했지만 그 어려움 덕분에 더욱 진귀했던 라자암팟 해파리 호수와
블루워터 맹그로브 숲의 이색적인 환경은 라자암팟에서 기대했던 특별함을 만족 시키는 장소였다.
7박8일 동안 진행 되였던 다이빙은 해파리 호수와 맹그로브 숲을
제외하고는 연속되는 궂은 날씨와 특히 지난해 모블라레이의 피딩 장면을 촬영했던 일행들은 재촬영을 위한 기대가 이번 투어에서 가장 컸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그런 운이 다시 따라 주지는 못 하였다. 전반적으로 시야도 좋지 않은데다 바다 상황은 코모도에서
흔하게 보았던 큰 무리의 물고기 떼나 만타들의 군무 같은 모습이나 이번에는 구경을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궂은 날씨와 나쁜 시야에도 이곳 특유의 오버행 지형과 흔하게 널려있는 대형의 산호들을 구경 할 때면 역시 산호초의 왕국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라자암팟 바다의 모습에서 다이빙을 처음 시작했던 마음의 고향인
파푸아 뉴기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 섬으로 알려진 파푸아 지역은 2차대전의 혼잡한 틈을 타서 이곳 원주민들과 인종과 문화가 전혀 다른 인도네시아 영토에 속하게 되면서 자체 독립국가인
파푸아 뉴기니와 인도네시아 영토인 파푸아로 하나의 섬이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지게 되였다. 자체 독립국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입하여 계획적으로 개발하고, 그 발전의 혜택이 원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파푸아
뉴기니와 무분별한 개발뿐만 아니라 얻는 이득으로부터도 소외되고 있는 파푸아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파푸아는 같은 이웃이자 형제이지만
다른 처지가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국기가 꼽힌 라자암팟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필자에겐 가슴 한구석이 시릴 수 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라자암팟에서 자주 눈에 띄었던 쓰레기 더미들도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해파리나 작은 물고기 모양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바다를 떠다니는 쓰레기들은 바다거북부터 고래까지 최근 해양
생물들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들이다. 또 관광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파푸아 원주민들은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이나
이색적인 판매거리를 만들어 팔기 시작하였지만 대부분의 기념품은 산호와 조개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었고, 지금은
개체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코코넛 크랩들 또한 무분별하게 채집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라자암팟 관광
산업이 초기인 지금 먼 미래를 볼 수 있는 문화가 빠르게 정착이 되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방문자의 입장에서도 올바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하겠다.
앞선 말한 대로 이번 투어는 많은 수중사진가들이 참여하였다. 이들 수중사진가들이 모인 덕분에 촬영을 위주로 하는 다이빙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지만 역시 많은 수중사진가들이
모여 다이빙을 하는 만큼 그 경쟁이 치열했다. 좀 더 나은 사진을 찍겠다는 욕심으로 무분별하게 산호를
밟고 촬영을 하는 모습들과 광각 촬영을 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앵글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 밀고 들어오는 매너 없는 행동들은
투어 내내 가장 힘든 것이었다. 사진을 더 잘 찍고 싶다는 마음으로 단순하게 사진 촬영에만 무작정 욕심을
부려왔지 좋은 피사체를 찍을 기회가 생기게 되였을 때 나로 인한 피해가 없는 조건에서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인 다이빙 기술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되었다. 라자암팟 투어가
끝나고 필리핀으로 옮겨와 인트로텍 교육을 받게 만든 가장 큰 계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번 라자암팟 투어는 "라자암팟은
역시 라자암팟이었다"는 말로 정리를 하고 싶다. 해파리
호수나 맹그로브 숲, 웅장한 산호초와 색다른 지형들을 역시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멋있는 곳이 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을 하기에는 이번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투어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 더 준비를 하고 또 라자암팟 바다가 이번에 보여 주지 않은 모습을 제대로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또 역시 그 기회가 돌아 왔을 때 필자 자신이 그 기회에 어울리는 기량이 되어 있기를 역시나 함께 빌어 본다.
신보리(Bori Bennett)
수중사진가
자유기고가
텍사스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