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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철의 제주 이야기 - 화순의 명품, 바다 쌍굴길



제주도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올레길을 걷는다.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이란 뜻으로 통상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을 뜻한다. 하지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언론인 서명숙 씨는 이를 제주도에 접목하여 걸어서 다니는 도보 여행길로 올레길을 만들었다. 2007년 첫 올레길이 만들어진 이후 2012년 1월까지 제주도 전역에 21개의 올레길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중에도 올레길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2012년 11월 서귀포시가 화순에서 제1회 수중연산호축제를 개최하면서 처음으로 화순의 쌍굴에서 아치에 이르는 거리에 제1호 수중올레길을 지정하였던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 계속적인 지원과 홍보가 되지 않아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지난 5월 중순에 제1호 수중올레길로 지정되었던 화순의 쌍굴로 다이빙을 다녀왔다. 이번에도 박현식 강사가 인솔하는 팀들과 함께였다. 이번 팀은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서비스주식회사(애니카손사)의 다이빙 취미반이었다. 반장은 조혜진 마스터 다이버이고, 9명의 회원들이 함께 했다. 회원 중에는 4명의 강사들이 있어서 함께 교육을 겸해 투어가 진행되었다.
이 팀은 월 2회 다이빙 투어를 진행할 정도로 매우 활동적이다. 2개월에 한번씩 제주도 투어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해외투어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번씩 진행한다. 연간 평균 20회 이상은 다이빙 투어를 다니는 열정 다이버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회원들이 수중사진과 영상 촬영에 관심이 많아서 대부분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찾을 때에는 필자와 함께 다이빙을 하면서 수중사진과 영상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연구한다.



화순 지역은 필자가 가장 자주 다이빙을 하는 곳이라 눈을 감고도 입수지점을 찾을 수 있다고 해도 과인이 아닐 정도로 익숙하다. 아마도 화순 다이빙의 로그 수는 필자가 가장 많을 것이다. 화순 항에 자리잡은 아쿠아스쿠버를 이용해서 장비를 준비하여 다이빙을 나갔다. 다이빙 전용선인 트윈아치 호를 타고 나가면 15분 정도면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한다. 화순아치, 쌍굴, 촛대바위, 오포인트 등 다이빙 포인트들은 가까운 거리에 붙어 있고, 포인트마다 부이라인이 설치되어 있어서 배를 묶어 놓고 편하게 다이빙을 진행할 수 있다. 입수하여 부이라인을 잡고 하강하면 바로 포인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다이빙은 체크 다이빙을 겸해서 화순아치 포인트로 들어갔다. 바다가 잔잔했으며 시야가 생각 외로 좋았는데 10m 이상 되는 듯했다. 수온도 평균 17℃였고, 조금 때라 조류도 세지 않아서 다이빙을 진행하는 것이 편안했다. 하강라인을 따라 내려가니 줄도화돔 무리가 아치 위에 모여 있었다. 아치 아래는 큰수지맨드라미와 분홍바다맨드라미들이 활짝 피어 있었고, 해송이 멋들어지게 펼쳐져 있었다. 오랜만에 좋은 시야에 함께 한 다이버들을 모델로 촬영을 하니 기분이 흐뭇했다. 먼저 상승하는 다이버들의 실루엣이 바닥에서도 다 보일 정도였다.



두 번째 다이빙은 화순 쌍굴 포인트로 갔다. 엄청난 줄도화돔 무리가 쌍굴 위에 가득하다. 많은 다이버들이 한꺼번에 굴을 통과해 나가야 하는 관계로 안전을 위해 사진은 굴을 나선 지점에서 촬영을 했다. 바닥에 놓여있는 명판을 보니 명품 바다올레 화순 쌍굴길이라는 제목을 또렷하게 읽을 수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수중 경관을 바다올레로 지정한 것은 매우 좋은 시도였지만 후속 조치가 계속되지 않아 잊혀져 간다는 것이 아쉬웠다. 주변을 둘러 보다가 산호 사이에 조심스레 몸을 숨기고 있는 어린 다금바리를 발견했다.
점심을 먹고 촛대바위와 오포인트까지 3번의 다이빙을 진행했다. 어딜가나 줄도화돔 무리는 물론 어린 주걱치들까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우아한 해송와 연산호 그리고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갯민숭달팽이들과 철갑둥어, 쏠배감펭, 달고기들까지 역시나 제주도의 바다는 다이버들에게 볼거리를 많이 보여준다. 다이빙을 모두 마치고 안전 정지를 할 때는 보름달물해파리들도 나타났다.
다이빙을 좋아하여 두 달에 한번은 꼭 제주도를 찾고 있는 열정의 에니카손사 다이빙 취미반 팀들, 함께 다이빙할 수 있어서 반가웠고 다음에 수온이 더 올라가고, 시야가 더 맑아졌을 때 다시 보기를 기대합니다. 아쿠아스쿠바와 함께 한 모든 다이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운철
사진작가
스쿠버넷 제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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