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딥 사우스 트립
몰디브의 리브어보드 다이빙 트립은 가장 일반적인 것이 말레 공항 섬 근처에서 출발하여 노스 말레, 사우스 말레, 노스 아리, 사우스 아리, 바아부 등 5개이 아톨을 순회하고 돌아오는 것이며 이를 몰디브 베스트 트립이라고 한다. 몰디브에서 다이빙을 했다고 하는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이 여정의 트립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몰디브의 수많은 아톨들이 시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일반적인 여정 외에도 몇 가지 특별한 여정들이 있다. 짝짓기를 위해 바 아톨 Baa Atoll의 하니파루 베이 Hanifaru Bay로 몰려드는 만타 가오리들을 찾아가는 만타 메드니스 Manta Madness 트립, 남쪽 바다가 잔잔한 시즌에 상어들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딥 사우스 & 서든 샤크 Deep South & Southern Shark 트립 등이다. 스쿠버넷에서는 2018년 3월 리브어보드 엠페로 오리온 MV Emperor Orion을 타고 바로 이 딥 사우스 트립을 다녀왔다. 그동안 딥사우스 프로그램은 국내에 거의 소개된 적이 없기에 직접 경험해보고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사우스 트립의 종류몰디브 딥 사우스 트립은 리브어보드를 이용하여 다이빙하기에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12월~4월의 동북몬순(iruvai) 시즌 중에서도 2월과 3월 정도에만 가능한 아주 특별한 트립이다. 이 기간 동안 말레 공항 섬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메에무 아톨 Meemu Atoll, 타아 아톨 Thaa Atoll, 라아무 아톨 Laamu Atoll까지 내려가며 다이빙하는 여정과 라아무 아톨에서 시작하여 후바드후 아톨 Huvadhoo Atoll을 도는 여정 그리고 다시 라아무 아톨에서 말레로 돌아오는 여정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리브어보드에 따라서 일정을 7박에서 10박까지 달리하고, 또 남쪽의 하바드후 아톨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간 푸바흐물라 아톨 Fuvahmulah Atoll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번에 스쿠버넷이 선택한 MV 오리온 트립은 7박 8일 일정으로 라아무 아톨의 카드흐드후 Kadhdhoo 공항에서 시작하여 후바드후 아톨의 쿠우드후 Koodhoo 공항에서 끝나는 일정이었다. 사실 이 일정을 선택한 것은 더 아래에 있는 푸바흐물라 아톨의 타이거 시티 Tiger City를 가는 것으로 생각해서인데 이번 트립에서는 2개의 아톨에서 채널 다이빙 위주로 다이빙이 진행되었다.
다음 시즌에는 푸바흐물라 아톨 다이빙이 포함되는 사우스 트립을 예약하든지 아니면 푸바흐물라 아톨에서 머물며 다이빙을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로 했다.
사우스 트립의 특징몰디브 베스트 트립의 경우 채널 다이빙과 리프 다이빙, 난파선 다이빙까지 다양한 포인트들을 경험하게 되지만 사우스 트립은 주 목적이 상어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사이트의 대부분은 조류가 강한 채널 입구에서 조류걸이를 걸고 지나가는 상어와 가오리 등의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이번 일주일간 총 17회의 다이빙 중에서 채널 다이빙이 13회였고, 나머지 4회는 체크 다이빙을 포함한 2번의 리프 다이빙과 피쉬 팩토리 다이빙 그리고 블루워터 다이빙이었다. 그 정도로 거의 대부분을 채널 다이빙에 올인을 했다.
몰디브 말로 칸두 Candu라고 하는 채널 다이빙은 환초 Atoll을 구성하는 섬과 섬 사이의 채널에서 진행된다. 인도양에 위치한 몰디브는 외부로는 크게 대양 해류의 영향을 받고, 조석에 따라 채널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드나드는 조류의 영향을 받는다. 외해에서 들어오는 해류가 채널 입구에서 상승 조류를 일으키고 영양염이 풍부한 해수 속의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오고, 이들을 먹으려는 큰 물고기들과 상어들이 몰려오기에 채널 근처에서는 물고기들의 활발한 활동들을 구경할 수 있다. 따라서 채널 다이빙은 주로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채널 입구에서 입수하여 외해에서 채널로 모여드는 물고기들과 상어들을 구경하게 된다. 그렇기에 채널 다이빙은 조류가 있어야 제대로 된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채널 다이빙에서 강한 조류가 한가지 특징이라면 수심이 깊다는 것은 또 다른 특징이다. 오랜 세월 강한 조류에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채널은 바깥으로는 깊은 절벽이고, 채널의 입구는 대부분 수심이 30m 정도 안쪽으로 들어오면 25m~20m 정도로 얕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볼거리는 채널 입구에 있기 때문에 조류걸이를 걸고 있어야 하는 수심은 30m 내외이다. 나이트록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무감압한계시간이 25분 정도 밖에 되지 않고, 공기소모량이 많은 경우에는 기체부족으로 인해 다이빙 시간이 제한되기도 한다. 따라서 딥사우스에서 채널 다이빙을 위해서는 나이트록스를 사용하여 무감압한계시간을 늘리는 것과 일반적인 11리터 탱크 대신 15리터 탱크를 사용하는 것이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공기소모량에 자신이 있다고 일반 탱크를 사용하던 베테랑 다이버들도 결국 나중에는 15리터 탱크로 바꾸었으니 처음부터 나이트록스와 15리터 탱크로 편하게 다이빙하는 것이 정답이다.
또 한 가지 참고할 것은 몰디브의 리브어보드들은 탱크밸브가 모두 유럽기준의 DIN 타입이다. 하지만 미국과 아시아 지역 다이버들을 위해 DIN 밸브에 인서트를 삽입하여 요크 타입 레귤레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 다이버들은 대부분 요크 타입 레귤레이터를 사용하는데 이번 투어에서 유난히 인서트의 O링이 밀려나서 고압의 압축공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가서 탱크를 교체해야 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필자의 경우 수중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다행히도 가이드의 옥토퍼스를 이용해서 안전하게 수면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위험한 상황이었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지간한 다이버들도 당황하여 2차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을 듯하다. 다음에 몰디드 다이빙을 갈 때는 가능하면 DIN 타입의 레귤레이터를 가져가야 하겠다. 인서트도 자주 사용하면 마모가 되는데 관리를 잘하지 않은 탓도 있을 듯하다.
사실 이 정도 이야기를 했으면 눈치가 빠른 독자들이라면 채널 다이빙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사전 조건으로 로그 100회 이상에 딥 다이빙과 조류 다이빙 경험이 있는 다이버를 요구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몰디브의 딥사우스는 호오가 분명하게 갈리는 곳이다. 이런 것을 이해하고 찾는다면 몰디브의 딥사우스는 충분히 멋진 곳이라고 생각된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년 프로그램을 계속 찾고 있는 것을 보면 필자는 좋았던 것이 분명하다.
MV 오리온과 함께 한 몰디브 딥 사우스 다이빙이번 몰디브 딥사우스의 다이빙은 조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좋았던 다이빙이었다. 조류가 있을 때에는 채널입구로 몰려드는 상어와 물고기 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조류가 없을 때에는 채널입구뿐만 아니라 코너까지 더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환경에서 물고기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매번 똑 같은 분위기의 채널 다이빙이라 채널마다 다르다는 것을 별로 못 느낄 정도라서 가끔 있었던 리프 다이빙과 그냥 햄머헤드 상어를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블루워터 다이빙도 재미있었다. 하루에 3번 밖에 다이빙을 못한다고 아쉬워하는 다이버들도 있었지만 몰디브 스타일이 그러려니 하고 수면휴식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휴식하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여유 있게 다이빙을 했기에 매일 다이빙을 마치고 1+1의 재미에 한잔의 맥주를 마시는 해피아워도 즐거웠다. 그리고 고래상어가 나타났다는 스태프들의 외침에 자다가 일어나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던 고래상어 스노클링도 별스러운 경험이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상어들과 타이거상어 같은 대물 상어를 보고 싶었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몰디브 딥사우스를 다시 가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이후에서는 이번에 다이빙했던 전체 포인트들보다 기억에 남았던 포인트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기로 하겠다.
빌링길리 칸두 Vilingili Kandu빌링길리 섬과 쿠우드후 섬 사이에 있는 채널로 딥 사우스 최고의 포인트라고 손꼽는 곳이다. 조류가 밀려오는 채널입구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으면 눈 앞으로 지나가는 엄청난 무리의 상어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MV 오리온의 가이드들은 이곳에서만 4회의 다이빙을 진행했다. 따라서 조류가 강할 때와 조류가 약할 때 그리고 조류가 거의 없을 때를 모두 경험하며 빌링길리 칸두를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4회의 다이빙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다이빙한 적은 한번 정도였는데 그때도 상어들은 기대보다 많이 지나가지 않았다. 수백 마리의 상어가 열을 지어 지나가는 그런 장면은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단 말인가? 다음 시즌에 꼭 다시 찾아야 할 곳이다.
그럼에도 수천 마리의 잭피쉬 무리와 채널 안 봉우리를 뒤덮고 있던 스내퍼와 솔저피쉬 무리, 집단 산란을 하던 앵무고기 무리 등은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사진보다는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들이 더욱 실감나는 현장이었다.
쿠우드후 칸두 Koodhoo Kandu쿠우드후 섬의 남쪽에 있는 채널이다. 개인적으로 빌링길리 칸두보다 더 좋았던 곳이다. 빌링길리 칸두에서 열을 이루어 지나가는 상어를 못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채널의 남쪽 코너에서는 수많은 잭피쉬들은 물론이고, 시야를 가리는 푸질리어 무리, 블루스트라이프드 스내퍼 무리, 스위트립스 무리, 라쿤 버터플라이와 화이트칼라 버터플라이 피쉬 무리, 파우드블루 서전피쉬 무리 등 맑은 시야에서 펼쳐지는 물고기 무리들의 향연은 환상적이었다. 코너의 슬로프를 따라 상대적으로 얕은 수심에서 편안하게 다이빙을 하면서 즐길 수 있었기에 더욱 좋았던 듯하다. 이 곳에서 다이빙을 할 때는 채널 입구의 중심부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남쪽 코너를 꼭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번 투어에서 촬영했던 가장 맑고 깨끗한 시야에서 가장 풍요로운 물고기 무리들이 나오는 사진들은 대부분 이 곳에서 건진 것들이다. 이 곳에서 2회의 다이빙을 했는데 두 번 모두 남쪽 코너로 가서 다이빙을 마무리 지었다.
쿠우드후 피쉬 팩토리 Koodhoo Fish Factory후바드후 아톨 Huvadhoo Atoll의 쿠우드후 섬에는 공항과 리조트 그리고 생선가공 공장이 있다. 생선가공 공장에서는 매일 3시~4시 사이에 남은 생선 폐기물들을 버리는데 이를 먹기 위해서 다양한 물고기들과 함께 상어들이 나타난다. 상어들은 주로 오셔닉 블랙팁 Oceanic Black Tip 상어들인데 종종 황소상어 Bull Shark들도 나타난다. 시간을 맞추어 쿠우드후 채널의 리프 안쪽 코너에서 입수하면 바로 아래로 다양한 어류 무리와 함께 오셔닉 블랙팁 상어들이 몰려 들었다. 다이빙 딩기를 생선 공장의 보트로 생각하여 모여든 것이다.
리프를 따라 잠시 이동하면 진짜 생선공장의 보트가 나타나고 수면에서 생선 폐기물을 바다로 버린다. 이때는 주변의 물고기들과 상어들의 행동이 빨라지면서 모두 수면 근처로 올라가 맴돌며 바다로 들어오는 생선 폐기물을 먹으려고 흥분한다. 수면이 새카맣게 가려질 정도이다.
생선 공장의 보트가 떠나면 물고기들과 상어들도 따라 갔다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흩어진다. 그리고 다이빙을 마칠 때 즈음이면 딩기 보트의 소리를 듣고 다시 몰려든다. 출수를 위해 수면으로 상승한 다이버들 아래로 상어들이 계속 맴돌며 혹시라도 떨어질 지 모르는 먹이를 기다린다.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지만 한번쯤 경험해볼만 한 다이빙이다.
고래상어 스노클링후바드후 아톨에서 다이빙하는 동안 MV 오리온은 고래상어가 나타날 확률이 높은 곳에서 밤에 정박하는 동안 선미에 강력한 서치라이트를 켜 둔다. 서치라이트의 불빛에 플랑크톤이 모여들면 이들을 순 쉬운 먹이라고 생각하는 고래상어가 배 뒤편을 배회하며 먹이 활동을 한다. 고래상어가 나타나면 보통 한 시간 이상은 배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이때 다이버들은 배 위에서 구경을 하기도 하고, 적극적이라면 스노클링을 하며 물 속에서 고래상어를 보며 놀기도 한다.
처음 시도했던 날은 아쉽게도 고래상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다음에 시도했을 때는 자정 즈음에 고래상어가 나타나서 거의 2시간 정도를 놀아주었다. 필자도 스노클링으로 입수하여 고래상어를 수중에서 촬영하였으며, 나중에는 물 밖으로 나와 고래상어와 함께 스노클링하는 다이버들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스쿠버 다이빙 중에 고래상어를 만났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고래상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고래상어와 함께 가끔은 만타레이도 나타나며, 너스상어가 나타나기도 한다.
보아드도우 하우스 리프 Boaddoo House Reef체크 다이빙과 생선공장 다이빙을 제외하고서는 유일한 리프 다이빙 포인트였다. 아톨 안쪽에 있는 작은 섬을 따라 도는 다이빙이였기에 시야는 채널 다이빙보다 좋지 않았지만 다양한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새벽 다이빙으로 들어갔기에 아직 어두운 수중에서 레모라들이 무리 지어 다니다가 숙주를 찾는 듯 다이버들을 따라 붙는 모습이 보였다. 바닥에서는 가오리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거대한 스팅레이와 옥스테일 레이 등을 만났다.
또한 글라스피쉬들이 모여 있는 곳도 흔했기에 수중사진을 촬영하는 다이버들에게는 만족스러운 피사체 역할을 해주었다. 이글레이들이 지나가기도 했고, 산호 틈에 자리잡고 있는 문어들도 보였다. 매번 채널 다이빙만 하던 와중에 경험한 리프 다이빙이라서 그런지 편안하게 긴 시간 동안 쉬엄쉬엄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음에 몰디브 딥사우스를 찾는다면이번 투어의 경험을 통해서 다음에 다시 몰디브 딥사우스를 찾는다면 깊은 수심과 강한 조류에도 여유 있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경험 많은 다이버들 위주로 팀을 짜게 될 것이다. DIN 타입 레귤레이터를 준비할 것이며, 카메라는 동영상 중심으로 촬영할 수 있는 콤팩트 사이즈를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푸바흐물라 아톨 Fuvahmulah Atoll의 타이거 시티 Tiger City가 여정에 포함되는 리브어보드 트립이 아니면 푸바흐물라 아톨에 있는 다이브센터를 찾아갈 것이다. 그래야 좀 더 확실하게 타이거 상어를 비롯한 다른 상어들을 보면서 말 그대로 상어 파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투어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최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다음에는 최상의 조건에서 다이빙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