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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야간 다이빙과 해마 촬영 2019/08

거제도 야간 다이빙과 해마 촬영

우리나라에서는 일몰 후에 야간 다이빙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못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 강원도 동해이 그렇다. 그러나 경상남도 남해안이나 제주도를 가면 야간 다이빙을 할 수 있다. 나는 가끔 야간 다이빙이 하고 싶으면 거제도 초입에 있는 ‘가조도’ 라는 곳으로 야간 다이빙을 다녀온다. 서울에서 거제도까지는 편도 40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다. 자가용으로 약 4시간 반에서 5시간을 가야 되는 먼거리지만 그것에 가면 특별한 해양생물을 만날 수가 있다.

비치에서 하는 가조도 야간 다이빙 모습

내가 보고 싶은 특별한 해양생물은 생김새가 특이한 보호종 ‘해마’이다. 인천에서 이호철 씨가 나를 데리러 와서 서울에서 오후 2시가 넘어 출발, 수원에 있는 구자훈 강사와 합류해서 거제도에 도착하니 시각은 저녁 8시가 다 되었다. 수원을 지나는 내내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도착하면 비를 맞으며 야간 다이빙을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거제도는 날씨가 화창했다.
미리 예약한 다이빙 숍에서 공기통을 빌려 가조도에 도착했고, 부산에서 온 전민석 씨와 함께 총 4명이 늦은 밤이 되어서야 야간 다이빙을 시작하였다. 이번에도 여러 마리의 해마들이 보였다. 모두들 사진찍기 좋아해서 각자 찾은 해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호철 씨가 나한테 해마를 찾았다고 수신호를 한다. 왜 사진을 안 찍고 나한테 알려 주나 보았더니 카메라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하기 때문에 나를 따라오면서 해마가 있는 것을 알려 주곤 하였다.

야간 다이빙에서 만난 문어

산란기가 한참이라서 배가 부른 해마들이 자주 보였다. 해마는 수컷이 육아낭이라는 곳에서 알을 품고 출산을 하는 부성애가 강한 특이한 물고기다. 실고기과에 속하는 일부 어종들은 암컷 대신 수컷이 알을 품는 다고 하니 인간이 상상하기에 생김새부터 살아가는 방식까지 분명히 신비롭고 특이한 물고기는 맞는 것 같다.

야간 다이빙에서 만난 오징어

이 곳에는 해마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갯민숭달팽이, 문어, 오징어 등등 사진찍기 좋은 다양한 해양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간혹 손가락 마디 보다 작은 오징어가 놀라서 먹물을 뿜으며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약간 우습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해마를 찾다 보면 해마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잠을 자고 있는 앙증맞은 크기의 그물코쥐치도 있고, 작은 새우들도 많이 보인다. 비록 비치에서 하는 야간 다이빙이지만 다양한 해양생물을 구경하면 동남아에서 하는 야간 다이빙 이상으로 재미가 있다. 평균 수심은 약 5m 정도로 깊지도 않고, 수온은 25℃ 이상이 나와서 1시간을 물속에 있어도 추운지 모른다.

가조도에서 만난 해마

가조도에서 만난 해마

이곳에서 처음 야간 다이빙을 같이 한 구자훈 강사도 이렇게 다양한 피사체가 있는지는 몰랐다고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야간 다이빙을 마치고 장비를 정리한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넘었다. 부산에서 온 전민석 씨는 얘기도 안하고 들어온 다른 다이버의 방해 때문에 많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 다음 기회에 다시 다이빙을 하자고 약속을 하고 먼저 부산으로 돌아 갔다. 나머지 일행들은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그날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서로 어떻게 찍었는지 얘기를 나누다 보니 늦은 밤까지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가조도에서 만난 해마

야간 다이빙의 매력은 낮에 보기 힘든 신비로운 해양 생물을 찾는 것 외에 다이빙을 마치고 나왔을 때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을 보는 것도 있다. 잔잔한 수면에서 바라본 하늘은 어린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일으키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멀리서 거제도의 조선소 불빛이 밤새 밤바다를 비추는 그 곳 바다에서는 오늘도 새로운 생명이 탄생을 앞두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해마의 출산 장면도 사진에 담아 보고 싶지만 그때가 언제 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해마를 보는 것 만으로 그리고 해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가조도에서 만난 해마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그리 오래 잠수를 하는 것도 아닌데 겨우 1시간의 다이빙 시간을 위해서 그 먼 거제도까지 간다고 하면 우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 나간 것이 아니냐 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다이빙의 열정이 식지 않았기에 거제도뿐 아니라 다른 어떤 곳이라도 가고 싶다. 그리고 한국 바다에도 동남아 못지 않게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재미있는 야간 다이빙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가조도에서 만난 해마

지리적인 이유로 서울에서 자주 갈 수는 없지만 나의 미친(?), 그리고 열정적인 야간 다이빙을 따라 가고 싶어하는 다이버들도 생각 보다 많이 있다. 밤새 야간 다이빙에 대한 애기를 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다음날 통영(남해) 홍도 다이빙을 위해서 야간 다이빙의 뒤풀이를 아쉽게 마무리 하고 인근 민박집으로 향하였다. 또 다른 내일의 안전하고 즐거운 다이빙을 위하여 말이다.



이상훈
스쿠버 다이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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