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만나는 5℃의 수중 정원: 해원다이브리조트
3월 16일, 강릉시 사천항의 해원다이브리조트를 찾았다. 거의 한 달 만에 찾는 동해바다였다. 그 한 달간 육지의 날씨는 많이 누그러졌는데 바닷속 날씨는 어떨지 궁금했다. 흔히 바다의 수온은 육상의 기온보다 2개월 정도 변화가 늦다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날씨가 이렇게 따뜻해졌는데 정말 여전히 수온이 그렇게 낮을까? 수온이 낮더라도 출수 후에는 추위가 덜 할 테니 한겨울보다는 아무래도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사천항을 향했다.
한 달만의 동해 바다 나들이를 맞아주기라도 하듯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따뜻한 날씨 속에 다이빙을 준비하는 손길은 더욱 가볍고 경쾌했다. 바다는 잔잔하고 고요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시원한 기분에 컴퓨터를 보니 수온은 5℃였다. 바다의 온도는 육지보다 2개월쯤 늦는 게 맞다는 걸 몸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날의 바다는 그 동안의 겨울바다처럼 맑은 시야가 아니었다. 동해 바다는 겨울철에 시야가 가장 좋다는데 벌써 시야가 좋은 시기가 지나간 것일까? 바닷물이 초록빛으로 찍히는 바다에서 이리 저리 사진촬영을 시도해 보았지만 부유물과 어두운 물색에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할지 난감했다. 지난 달 남항진에서 보고 싶었던 피사체인 뚝지와 문어를 만났던 것과 달리 이번 다이빙은 특별한 피사체도 보이지 않았다. 와이드 촬영을 위해 넓게 벌려두었던 스트로브를 얌전히 모으고 카메라를 양 팔에 얹은 채 이 나름의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맑은 바다에서와는 다른 느낌의 두근두근한 설렘이 있는 초록바다, 그 안을 뷰 파인더가 아닌 두 눈으로 보며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키 작은 빨간 섬유세닐 말미잘이 무성하게 활짝 핀 커다란 바위를 둘러보고 있으려니 마치 빨간 꽃이 가득한 정원을 거니는 기분이 들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흐린 날의 정원처럼 조금 어둡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풍경이었다. 하얀 섬유세닐 말미잘과 뿔산호, 비단멍게가 잔뜩 붙어 있는 커다란 바위 두 개 사이를 지날 때는 예쁜 계곡 사이를 산책하는 것 같았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신비의 정원을 사뿐 사뿐 걷는 듯 가벼운 발걸음이었지만 20분, 25분.. 시간이 지나면서 5℃의 물은 서서히 냉기를 느끼게 했다. 걸을수록 몸이 따뜻해지는 뭍이 아니라 여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체온이 뺏겨 추워지는 물속이니까, 이제 그만 올라가야할 시간이었다. 자, 오늘 다이빙은 여기까지! 이만 상승합시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보다 예쁜 풍경을 눈에 담은 뿌듯함이 더 큰 다이빙이었다.
이제 주변에서 슬슬 개해제 소식이 들려온다. 모든 다이빙이 안전하고 즐겁기를 기원하지만 모든 다이빙에서 시야가 좋거나 원하는 피사체를 만나지는 못할 것이다. 때로는 흐린 시야에 특별한 피사체가 없는 다이빙을 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때 그 때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기려 노력한다면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은 다이빙은 없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올 한 해도 다이빙을 신나게 즐겨보자.
해원다이브리조트에서는 올 해로 3회째 "해원 콤팩트 디카 수중촬영대회"를 연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5월부터 10월말까지 해원다이브리조트에서 다이빙을 하고 수중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방식으로 촬영대회가 진행되었다. 올 해도 진행방식은 같지만 대회 기간에 변동이 있다. 촬영대회 기간이 열흘로 줄었는데 짧은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자 함이다. 제3회 해원 콤팩트 디카 수중촬영대회는 2013년 10월 3일부터 13일까지 열리고, 13 오전에 심사를 하고,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기상 상황에 따라 촬영대회 날짜는 변경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스쿠버넷 매거진을 통해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올해는 수중사진을 통해 추억과 사진을 남기는, 더 즐거운 다이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3회 해원 콤팩트 디카 수중촬영대회대회 기간: 2013년 10월 3일~13일 (시상식: 10월 13일)
주최 및 장소: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86-39 해원다이브리조트
문의: 해원다이브리조트 (033-644-6270, 010-5144-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