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아닐라오 다이빙-ANILAO DIVING 비교적 한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따뜻한 바다 필리핀. 그곳에서도 가장 가깝고 저렴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닐라오이다. 하지만, 꼭 지리적,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아닐라오 바다가 가진 그 무궁무진한 마크로 생물들이 해마다 자석으로 끌듯 나를 부른다.중성부력이 익숙해질 즈음 찾아오는 마음의 여유에서 비로소 보게 되는 바다 속의 여러 생물들과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만나 다이버들은 무중력의 바다 속 세상에 한번, 수중사진이라는 세상에 또 한 번 빠져들게 된다.
삼일절 연휴를 맞아 다녀온 이번 투어는 지금껏 다녔던 아닐라오 투어 중 가장 날씨가 좋았다. 강렬한 태양과 매일 저녁 붉게 물드는 노을, 밤마다 빛나던 별들까지…….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최고의 힐링 타임이었다.
시기적으로 필리핀도 겨울이라 바다수온이 평균 26℃라는 점이 복병이지만, 동해다이빙으로 추위에 면역력이 생긴 건지, 살이 쪄서인지 다들 5m 슈트를 입었지만, 나 혼자 1.5m 투피스로 다이빙을 했다.^^;; 다이빙 후반부에는 좀 한기가 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시원했던 기억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닐라오의 포인트는 마이닛(씨그릿베이)이다. 씨스프링으로도 유명한 먹다이빙 분위기의 슬로프인데, 피그미 프로그피쉬, 고스트파이프 피쉬, 해마 등 갖가지 마크로 생물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피어의 야간다이빙은 5m의 모래바닥에 뭐가 있을까 하지만, 초등학교 보물찾기 하듯 곳곳에 진귀한 보물 같은 피사체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그 외 피그미 해마와 핑크 스쿼트 랍스터를 볼 수 있는 코알라 포인트, 광각이 아름다운 베들레헴, 베아트리체, 커비스락…… 그리고 잭피쉬들의 군무가 항상 펼쳐지는 트윈락 등에서 멋진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아닐라오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류도감을 펼쳐놓은 듯 갖가지 진귀한 생명체들을 만날 수 있고, 그만큼 많은 공부가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막 수중사진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경쟁과 집착으로 수중생물을 함부로 대하는 사진작가들과 현지가이드들의 이야기는 나를 슬프게 한다.
나 또한 수중생물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며 아끼려고 노력하지만, 예쁘게 잘 찍고 싶은 욕심이 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가 사진 찍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겐 스트레스일 테지만 항상 반성하고,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담으려 노력하는 그린다이버가 되리라 다짐해본다.
다시 그때 사진들을 보고 도감을 뒤적여 가며 해양생물들의 이름과 습성을 찾고 공부하며, 그들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달력을 뒤적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
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