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 열두 번째놀래기의 사랑
열두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놀래기(Halichoeres tenuispinis)입니다. 놀래기는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도 연안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조선 아래에서 20 m 수심 사이에 모자반류의 해조가 밀생한 암초지대에 살고 있습니다. 몸 크기는 15cm 정도이며, 용치놀래기와 비슷하지만 몸의 무늬가 없습니다. 그러나 체색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집니다. 흰 복부를 제외하고 전체가 황갈색인 것과 검은 색과 붉은 색을 기조로 녹색의 점무늬가 있는 것입니다. 전자는 암컷과 1차수컷이고, 후자는 암컷에서 성전환한 2차수컷입니다. 놀래기는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북서태평양의 우리나라 남해안, 남일본, 대만, 홍콩, 중국 등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낮에 주로 활동하며 밤에는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가 잠을 잡니다. 수온이 13℃ 이하로 떨어지면 모래 속으로 들어가 동면을 합니다.
일본에서의 보고에 의하면 놀래기의 산란기는 6월 중순에서 8월하순 또는 9월 초순 사이의 긴 기간입니다. 1차수컷은 무리산란을 하고, 2차수컷은 세력권을 형성하여 짝산란을 합니다. 놀래기의 무리산란은 암컷과 1차수컷이 직경 50 ~ 100m 정도의 산란집단을 형성하여 이루어집니다. 산란집단에서 암컷 1마리를 5 ~ 20마리의 수컷이 따라가며 산란을 합니다. 놀래기의 무리산란은 수컷들이 암컷을 2 ~ 3분 이상을 따라가다가, 암컷이 위쪽으로 비스듬하게 갑자기 상승하면서 알을 낳고 수컷이 정액을 방출합니다(장시간 추미형). 한편, 암초의 돌출부에서 외해 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5000마리 정도의 대규모 산란집단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 산란집단에서도 1마리의 암컷을 5 ~ 20마리의 수컷이 따라가며 산란하는데, 이때는 암컷을 따라 유영하는 과정이 없이 산란집단에서 튀어나오듯이 위로 올라가며 산란하는 암컷에 뒤이어 수컷들이 정액을 방출합니다(단시간 추미형).
해초 숲 위에서 놀고 있는 놀래기들, 용치 놀래기도 섞여 있다
놀래기의 짝산란은 선명한 색채의 2차수컷이 직경 5 ~ 10m 정도의 세력권을 형성하여 이루어집니다. 2차수컷은 세력권 내에 있는 암컷이나 세력권을 지나가는 암컷과 짝을 이루어 차례차례 산란합니다. 산란을 위한 짝이 형성되면, 수컷은 암컷을 중심으로 30 ~ 50cm 정도의 원을 그리며 헤엄칩니다. 수컷의 측면을 암컷을 향하게 하고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를 넓게 펴서 구애행동을 합니다. 이 시간은 일정하지 않으나, 길 때는 30분이 넘기도 합니다. 수컷이 암컷의 후상방에 위치하게 된 직후, 또는 수컷이 암컷의 머리 뒤쪽을 문지르는 동작을 한 직후에 암컷과 수컷은 위로 1m 정도 돌진합니다. 정점에 이른 후 암컷과 수컷은 몸을 반전하며 알과 정액을 방출합니다. 산란이 끝나면 바닥으로 내려가 흩어지고, 수컷은 또 다른 암컷과 짝을 지어 산란을 계속합니다.
놀래기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흔히 관찰 된다
놀래기의 산란은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합니다. 무리산란의 경우, 오전 7시 반과 오후 1시 30분 경 산란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산란은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와 오후 3시에서 4시사이에 활발하게 관찰됩니다. 짝산란도 무리산란과 비슷한 시간에 관찰되었습니다. 한 마리가 하루에 두 번 산란하는 지를 알기 위해 수컷에 표식을 한 결과, 한 마리가 하루에 두 번 산란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암컷도 하루에 두 번 산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놀래기의 산란과 물때와의 관계를 보면, 대조기(사리) 전의 1주일 동안에 산란이 관찰되었습니다. 놀래기의 생식소(정소와 난소)를 조사한 결과, 사리 전 8일부터 사리까지 성숙하고 사리 직후부터 1주일간은 쇠퇴하는 리듬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조류가 빠른 시기에 알을 낳아, 멀리 퍼져나가게 하기 위한 적응으로 보여집니다.
피딩을 위해서 몰려든 놀래기
글,사진 / 임주백
해양 생물학 박사
어류행동생태학 전공
(주)제주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