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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놀래기의 사랑-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

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
사랑
    
열세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무지개놀래기(Stethojulis interrupta terina)입니다. 무지개놀래기는 최근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도 연안의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자주 볼 수 있게 된 물고기입니다.

놀래기류의 무리산란. 사진은 Yellow Flanked Fairy Wrasse(Cirrhilabrus lyukyuensis)의 무리산란 모습. 오후 늦은 다이빙의 수심 5~10m에서 볼 수 있었다. 무지개놀래기의 무리산란 사진이 없어서 이를 대신 소개한다. 사진/최성순

무지개놀래기는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북서태평양의 우리나라 제주도, 일본 중부이남, 대만, 아프리카, 홍해 등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저조선 아래에서 20 m 수심 사이에 모자반류의 해조가 밀생한 암초지대나 산호초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몸 크기는 10 cm 정도이며, 체색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집니다. 등쪽은 옅은 갈색이고, 배부분은 흰 색이며 가슴지느러미에서 몸 뒤로 검은 띠가 있는 것과 몸 전체가 올리브색을 띠고, 몸 옆으로 3줄의 청색 띠가 있는 것입니다.

앞의 것은 무지개놀래기의 암컷과 1차 수컷이고, 뒤의 것은 암컷이 성전환한 2차 수컷입니다. 또 2차 수컷은 가슴지느러미의 아래가 검은 색이라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까지 이 두 가지를 다른 종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성전환한 수컷을 ‘카미나리베라’(カミナリベラ)라 하고 암컷과 1차 수컷을 ‘니지베라’(ニジベラ)라고 하였습니다. 무지개놀래기는 체장 약 8 cm 정도에서 성전환을 합니다.
제주도에서 촬영한 무지개 놀래기의 암컷, 사진/고동범

일본에서의 보고에 의하면 무지개놀래기의 산란기는 6월 중순에서 9월에 걸쳐 있습니다. 무지개놀래기는 1차 수컷이 2차 수컷보다 훨씬 많습니다. 1차 수컷은 무리산란을 하고, 2차 수컷은 세력권을 형성하여 짝산란을 합니다. 무지개놀래기는 산란하지 않을 때에는 주로 수심 10 m 정도의 얕은 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산란할 때가 되면 20 m 정도의 깊은 수심으로 가서 무리를 이룹니다. 무리산란은 암컷과 1차 수컷이 직경 50 ~ 100 m 정도의 산란집단을 형성하면서 시작됩니다. 전체 산란집단에서 20 마리 정도의 작은 무리로 나누어 지면서 본격적인 산란이 시작됩니다. 산란은 암컷 1 마리를 5 ~ 20 마리의 수컷이 따라가며 이루어집니다.

제주도에서 촬영한 무지개 놀래기의 수컷, 사진/고동범

무지개놀래기의 무리산란은 수컷들이 암컷을 2 ~ 3 분 이상 따라가다가, 암컷이 위쪽으로 비스듬하게 갑자기 상승하면서 알을 낳고 수컷이 정액을 방출합니다(장시간추미형). 한편, 암초의 돌출부에서 외해 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5000 마리 정도의 대규모 산란집단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 산란집단에서도 1 마리의 암컷을 5 ~ 20 마리의 수컷이 따라가며 산란하는데, 이때는 암컷을 따라 유영하는 과정이 없이 산란집단에서 튀어나오듯이 위로 올라가며 산란하는 암컷에 뒤이어 수컷들이 정액을 방출합니다(단시간추미형).

산란집단의 개체수가 많으면 단시간추미형, 적으면 장시간추미형의 산란을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암컷은 알이 자신을 따라오는 수컷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의 정자와 수정되기를 원합니다. 개체수가 적을 때는 수컷을 신중하게 고르고, 개체수가 많을 때는 빨리 고르는 것 같습니다.

무지개놀래기의 짝산란은 수심 5 ~ 10 m의 얕은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선명한 색채의 2차 수컷 2 마리가 만나면, 직선으로 나란히 헤엄치면서 위협합니다(parallel swimming). 2차 수컷이 산란장소를 빠르게 회전하다가 암컷을 만나면, 암컷 주위를 뒤엉키듯이 짧은 시간 동안 따라다닙니다. 그 후 암, 수컷이 같이 위로 1 m 정도 돌진하여 산란, 방정을 합니다. 무지개놀래기의 수컷이 세력권을 형성하는 지의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무지개놀래기의 산란은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대조기(사리) 전 7 ~ 8일에 산란이 이루어지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무지개놀래기의 산란행동은 놀래기와 비슷하지만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는 개체수가 적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자주 관찰되고 있으니, 무지개놀래기의 사랑에 대한 관찰보고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임주백 / 해양 생물학 박사
어류행동 생태학전공
(주)제주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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