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영 강사의 보라카이 & 수중생물 이야기 Instructor JK's Story of Boracay Undewater Creature1st Sea Squirt and Sunset 멍게 속 새우(1)
"2015년 2월호부터 인사드리는 보라카이 아쿠아 스페이스 스토리, 장기영 강사(INSTRUCTOR JK)입니다. 1년에 한번 정도 운 좋게 보라카이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었는데 이번 호부터 보라카이와 마크로 생물, 마크로 수중사진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8년간의 보라카이 경험을 바탕으로 알찬 내용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네요. 많은 격려 부탁 드립니다.^^"
INSTRUCTOR JK의 첫 번째 이야기는 멍게로 시작해봅니다.
우리가 아는 멍게의 색다른 모습에 관한 이야기이며,
멍게와 아름다운보라카이 석양을 품은 "멍게"의탄생 이야기입니다.^^ 필리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멍게 1. 멍게 멍게는 방언이었고 표준어는 우렁쉥이였으나 지금은 우렁쉥이와 멍게가 함께 표준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멍게는 전 세계적으로 1,5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70여 종이 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에도 멍게가 널려있습니다.
이곳 필리핀에서 자라는 멍게는 한국 바다에서 흔히 보는 멍게랑은 생김새부터가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인지 다이빙 후에 담소를 나누다 보면 "그게 멍게였어요?",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대부분의 다이버들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되묻곤 합니다.
필리핀에서 다이빙을 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게 멍게입니다. 그렇지만 이목을 끌만큼 화려하지 않아서 초보 다이버들은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죠. 이 초록색 멍게는 필리핀 바다 전역에 분포하고 있어 보라카이든 아닐라오든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흔하디 흔한 멍게 사진으로 일약 스타 덤에 오른 콤팩트 수중사진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LAWRENCE ALEX WU입니다. 저 역시 김은종 강사님이 LAWRENCE ALEX WU의 멍게 사진을 보여주시기 전까진 "멍게가 멍게지, 무슨 특별한 점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로렌스의 멍게 사진을 본 순간, 저는 만화의 한 장면처럼 세상에서 제일 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멍게 사진이야?" 예상치도 못하게 흔한 멍게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마크로 피사체를 가지고 주의 깊은 관찰과 노력으로 정말 색다르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로렌스의 멍게 사진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알렉스 우의 사진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lawrencealexwu.com/ 로렌스의 멍게 사진은 그 누가 봐도 숲 속을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사진입니다. 멍게 사진을 처음 본 2014년 스쿠버넷 아닐라오 수중사진 세미나 기간 동안 로렌스의 멍게 사진을 모방해봤습니다. 로렌스의 사진과 흡사하게 찍은 사진을 어린아이에게 보여줬더니 "어, 숲이다"라고 하더군요. 비록 짧은 기간 동안 흉내 낸 사진이었음에도 어린아이의 눈에 제 사진이 숲 속으로 비춰진다니, 멍게의 매력이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멍게를 가지고 누구도 단번에 알 수 있는 훌륭한 숲 속 사진으로 변신시킬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랄 따름입니다.
로렌스의 멍게 사진을 본 이후로 거의 8개월 동안 머릿속에는 온통 멍게 생각뿐이었습니다. 이 나이에 멍게에게 푹 빠져서 짝사랑을 시작했나 봅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8개월 동안 찍은 멍게 사진만 몇 천 장이 넘는다는 건 저 혼자만 아는 비밀로 간직하겠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멍게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그 사진들을 다 살펴봐도 로렌스의 사진을 흉내 냈다는 생각 이외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멍게 사진을 재창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또 몇 개월을 보냈습니다.
숲 속을 표현한 멍게사진
2. 보라카이 석양 그리고 멍게 + 보라카이 석양
보라카이의 해변은곱디 고운 산호 가루로 이루어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입니다.
그런 해변에서 보는보라카이의 석양은 누구나황홀함에 빠지게 만들며 잠시나마 세상 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게 합니다. 해질녘에 선셋 세일링 보트들이 해변을 꽉 채운 풍경과 푸른 하늘을 붉게 적신 석양은 보라카이에서만 볼 수 있는 전매특허 풍경입니다.
보라카이석양 저는이런 석양 사진을 찍는 걸수중사진보다 더 좋아한 강사였습니다. 지금도 석양이 있을 때면 매일 같이 나가서 석양을 찍고, 찍은 후에는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열심히 올려서 보라카이 석양이 가진매력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때론 아무것도 연관이 없는 것이 연결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멍게와 보라카이 석양입니다.
아무 연관을 없을 듯한이 멍게와 보라카이 석양은어떻게 연결이 되었을까요?
평상시와 같이 석양을 찍고 있는 제머릿속에는로렌스가 표현한 사진이대낮의 숲 속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선 숲 속으로 표현된 멍게 속에보라카이 석양을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몇 개월 동안 나만의방식으로 멍게를 표현하고 싶었던 멍게에 대한 짝사랑이 결국 멍게와 보라카이 석양이 만나게 만들었네요.
개인적 욕심으로는사실 이런 생각이 빨리 좀 떠올랐으면 좋았겠지만 하필이면제일바쁜 8월에갑자기 떠올라서 저를 많이 초조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8월은 한국 관광객들이 보라카이를 제일 많이 찾는 시기라 1년 중 가장 개인 시간이 없는 때입니다. 이 여유 없는 시간 속에서도멍게 속에 보라카이 석양을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보라카이 흔한 석양사진 3. 뜻하지 않은 발견, 멍게 속에 살고 있는 새우8개월 동안 멍게 사진만 열심히 찍다 보니 신기한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멍게 속을 들여다보니 멍게 속을 돌아다니는 알 수 없는 조그만 생명체가 눈에 띕니다. 그 첫 번째 만남에서 이 생명체는 한참이나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멍게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첫 만남 이후 멍게 안에 사는 신기한 생명체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저는 이 존재가 무엇인지 인터넷을 검색해봤습니다. 그 검색 결과, 멍게 안의 생물은 놀랍게도 새우였습니다. 멍게 안에 사는 새우는 오십여 개의 멍게 중에 하나 꼴로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바다에서 찾아보니 오십 개 중 하나의 확률은 아닌 듯 하고 이, 삼십여 개의 멍게를 뒤져보면 하나 정도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멍게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우의 모습
이 조그만 멍게 안에서 살고 있는 새우를 보니 참 신기합니다. 흡사 영화 <맨 인 블랙>에 나오는 아주 조그만 외계인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실제로 새우의 크기는 쌀 한 톨 정도가 될까 말까 합니다.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치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크기인데요, 세계 각국에 이런 새우를 찾아 사진을 찍어 올리는 친구들이 저 뿐만이 아니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랍니다.
4. 멍게+보라카이 석양, 다시 도전~
몇 달 동안 짝사랑해왔지만 아직도 멍게를 보라카이 석양과 결합된 숲 속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사진은 참 어렵구나' 느끼게 됩니다. 조금만 더 하면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쉽게 되지 않습니다.
기술적 설명을 잠시 하자면, 일반 랜턴으로 멍게를 비추어도 로렌스의 의도처럼 숲 속 사진을 연출할 수 있지만 석양이 깃든 멍게 사진을 표현하려면 붉은 색 필터를 끼운 랜턴을 사용해야 합니다. 문제는 자칫하면 잘못 사용하면 붉은 색이 너무 강해서 석양의 느낌보다는 붉은 색의 멍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빛을 너무 적게 사용하면 색상이 제대로 살지 않아서 랜턴 불빛의 강약 조절이 중요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설명이 가능하지만 실전에서는 이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수많은 연습을 했지만 아직 연습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기술력에 비해 욕심이 큰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한동안 계속 들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4년 초부터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던 <제2회 아닐라오 마크로 촬영대회>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멍게에 빠진 이후부터 보라카이 석양이 녹아든 멋진 멍게 사진을 찍어서 꼭 대회에 제출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던 터라 대회 참가 전부터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의지만 앞서고 있어서인지 제2회 아닐라오 마크로 촬영 대회에 과연 보라카이 석양이 들어가 있는 멍게 사진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 정말 열심히 찍었지만 그 중에 쓸 만한 사진은 겨우 스무 장 남짓, 제출할만한 사진은 두어 장 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 부딪혔네요. 사실 그 두어 장도 제출을 포기했다가 8개월의 노력과 주변의 응원 덕분에 제출하게 된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사실 8개월의 시간을 투자한 사진이라고 보기에는 사진의 질이나사진의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멍게를 짝사랑하고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가상했는지 운 좋게 이 대회에서입상을 하고 머릿속에 그렸던 <석양을 품은 멍게 사진>이라는 목표도 절반 정도는 달성했습니다.
어쨌든 멍게+보라카이 석양을표현한 이사진을 보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멍게 속에서 석양의 모습이 떠오르나요?
보라카이 석양이 깃든 멍게의 모습
5. 보라카이 + 멍게
멍게 속에 보라카이 석양을 담아내고자 했던 제 욕심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많이 받은 2014년도였습니다. 그렇지만 로렌스의 멍게 사진을 보면서 그사진을 재해석 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한동안 멍게에 빠져 있던 그 순간 만큼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마크로 수중사진을 찍는 저에게 로렌스의 멍게 사진은 도전과제를 주었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흔한 생물들이 이토록 멋진 피사체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늘상 이쁘고 신기한 피사체만을 찾아 다녔는데, 이렇게 평범한 생물이 멋진 피사체로 변신할 수 있다니. 이를 계기로 생물을 보는 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준 고마운 멍게입니다.
수중사진가들에게 자신만이 찍을 수 있는사진을 만들어낸다는 것과 자신의 사진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Lawrence Alex Wu가 너무 부러울 뿐입니다.
비록 스스로 만족하기엔 아직 완성된 사진도 아니고 부족한 사진이지만 저만의 보라카이 석양이깃든 숲 속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일부 만족합니다.
이 글을 읽은 후 보라카이 석양을 품은 멍게 사진에 빠져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INSTRUCTOR JK와 함께보라카이 석양이 녹아든 멍게 사진에 도전해 보며 멍게 속 새우를 찾으러 떠나볼까요?
환상의 해변과 아름다운 석양이 있는 이 곳, 보라카이에서…
이 멋진 멍게사진을 알게 해주신 김은종 강사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멍게를 이렇게 멋지게 사진으로 표현한 알렉스 우에게 찬사를 보내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 멍게 촬영 TIP콤팩트 카메라의 경우 멍게 촬영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스토로브보다는 랜턴으로 멍게 표면을 비추어 빛이 안으로 들어가 멍게 속을 환하게 비추게 하고 초점 잘 잡아 촬영합니다. 랜턴을 비출 때 멍게를 건드리면 움츠려들기 때문에 최대한 멍게를 건드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석양이 깃든 멍게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붉은 색 필터를 끼운 랜턴을 사용해야 하고 강약조절을 잘 해야 붉은 빛이 은은하게 들어가서 석양의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멋진 멍게 사진을 찍으러 가볼까요? 멋진 멍게 사진으로 제2의 로렌스 알렉스 우가 되어보세요~ ^^ |
장기영
PADI Master Instructor
PADI Digital Underwater Photography Instructor
보라카이 아쿠아 스페이스 스토리 책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