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사랑이야기 스물세번째혼자서 자식을 낳는 물고기 By Cardet co6cs c.c.
스물 세 번째 사랑구경은 혼자서 자식을 낳는 물고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영어로 mangrove killifish라 하는, 꼬리지느러미에 뱀 눈 모양의 검은 점이 있어서‘점박이송사리’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점박이송사리는 북아메리카의 플로리다와 쿠바, 바하마 등의 카리브해의 섬들의 하구역의 좁고 미로 같은 수로나 습지의 물웅덩이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 물고기는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혼자서 수정란(자식)을 만드는 자가수정 (self-fertilization)하는 물고기입니다. 점박이송사리는 자신의 몸 안에 정소와 난소가 같이 있습니다. 번식을 할 때는 정소는 정자를 만들고, 난소는 알을 만들어 몸 안에서 수정한 수정란을 낳습니다. 그런데, 이 물고기는 수컷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수컷이고 암컷일까요?
Kriptolebias marmoratus by Jean Palu c.c
암컷과 수컷은 어떻게 정의하는가? 생각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지만 생물의 세계에서는 예외 없는 법칙이 없어 딱 떨어지는 구별법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생물의 성을 유전자의 성(genetic sex), 생식소의 성(gonadal sex), 사회적 성(social sex)의 3가지로 구분합니다. 유전자의 성은 성염색체의 조합에 따른 구분으로 사람의 경우에는 XY 조합은 남자, XX 조합은 여자입니다. 물고기의 성염색체는 사람과 같은 XY 조합이 대부분이지만, ZW조합이나 성염색체가 1가지만 존재하는 등 다양합니다.
생물에서 알이나 정자를 만드는 기관을 생식소(gonad)라 하는데, 그 중 알은 만드는 기관은 난소, 정자를 만드는 기관은 정소라 합니다. 생식소의 성은 어떤 생식소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 정해집니다. 몸 속에 난소를 갖고 있으면 암컷, 정소를 갖고 있으면 수컷이라 합니다. 보통은 유전자의 성과 생식소의 성은 일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즉 XY 조합의 성염색체는 성호르몬을 조절하여 정소를 만들고, XX 조합은 난소를 만듭니다.
간혹 성호르몬의 조절이 잘못되어 조선시대의 ‘사방지’처럼 양성을 다 가지기도 하고, 성염색체 조합은 남자나 여자지만 생식소는 반대로 발달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이 생식기능이 없어 자손을 낳을 수는 없습니다. 사회적 성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사람이 환경에 영향을 받아 성염색체나 생식소와는 관계없이 남성적 혹은 여성적 경향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딸부자집의 외동아들은 성격이나 행동이 매우 여성적인 경우가 있으며, 아들부자집의 외동딸은 남성적인 경우가 있는데 이를 사회적 성이라 하지요.
생물의 대다수에 암, 수가 있어 짝을 찾아 나서야 하고 상대방을 유혹해야 하는 등 자손을 낳기 위해 복잡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왜일까요? 특히 사람의 경우 남녀간에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문제와 고민들은, 때때로 몸이 두 부분으로 갈라져 간단히 자손을 만드는 짚신벌레 같은 것을 부러워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각각이 가진 유전정보를 정자나 알을 통해 다음 세대에 섞어서 전해 주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알과 정자의 합체 즉 수정을 통해 유전정보가 섞여 다양한 자손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다양성이 풍부해지지요. 다양한 유전정보를 가진 자손 중 환경의 선택을 받아(자연도태), 살아남은 자손만이 다음 세대에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적자생존).
이와는 반대로 암, 수의 성이 없이 무성적으로 자손을 만드는 생물은 유전정보가 거의 같은 자손을 많이 만들게 됩니다. 이런 생물은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잘 살 수 있으나, 환경이 변하면 거의 멸종에 이르게 됩니다. 즉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서 오랫동안 종족보존을 하기 위해서는 똑 같은 자손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각기 다른 자손을 만드는 것이 유리한 것이지요. 한 번호의 로또 복권을 여러 장 사는 것보다는 각기 다른 번호의 복권을 여러 장 사는 것이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By D. Scott Taylor c.c.
점박이송사리는 하구역의 맹그로브 숲 등에 사는데, 분포지역은 넓지만, 개체수는 적습니다. 다시 말하면, 암컷과 수컷이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전적 다양성을 희생하고 자손을 낳는데 전력한 것이지요. 기생충이 많은 곳에 사는 점박이송사리는 수컷과 암컷이 만나 수정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려고 합니다. 혼자서 낳은 자식은 어미와 유전자 조성이 거의 같아서 기생충의 공격에 취약하게 됩니다. 기생충이나 환경의 변화가 심한 곳에 사는 점박이송사리는, 유전적 다양성이 적은 것은 많이 죽고 유전적으로 다양한 것은 많이 살아남게 되는 것이지요.
점박이송사리는 짝을 찾을 필요 없이 혼자서 수정란을 낳기 때문에 한 마리만 있어도 자손을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짝없는 솔로족의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물고기이지요.
임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생태학 전공
㈜제주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