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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 – 귀상어의 식별과 귀상어 다이빙 2019/05

해양생물 – 귀상어의 식별과 귀상어 다이빙

다이버들이 열대 바다를 찾아 다이빙을 떠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상어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다이버들이 좋아하고, 보고 싶어하는 상어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다이버들이 특히나 열광하는 상어는 귀상어일 것이다. 양 옆으로 튀어나온 머리 끝에 눈이 달려 있어 생긴 것도 특이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나게 많은 무리가 한꺼번에 나타나 장관을 이루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예민하여 다이버의 버블소리나 핀킥 동작 또는 비디오 라이트나 스트로브의 번쩍임에도 반응하여 도망가기 일쑤이다. 종종 한두 마리가 마치 정찰병처럼 나타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특이하게 생긴 눈으로 다이버들을 관찰하는 모습은 우습기도 하다. 이번 호에는 이 귀상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리프 옆으로 무리 지어 지나가는 홍살귀상어들. 장소/갈라파고스

귀상어의 형태적 특징과 명칭
귀상어는 머리가 망치 모양으로 양 옆으로 길쭉하게 확장되어 있는데 아래 위로는 납작하며, 앞으로 돌출된 타원형에서 뒤로 돌아가다가 눈이 있는 곳에서 다시 약간 앞으로 돌출되어 있다. 이런 특이한 머리의 형태가 망치를 닮았다고 하여 영어로 망치상어 hammerhead shark라고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상어의 머리가 목선에서 멍에가 배의 양쪽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인 귀안(歸安)을 닮았다고 하여 귀안상어라고 불렀다. 이 귀안상어가 나중에 귀상어가 되었다고 유래를 추정하기도 한다.

홍살귀상어. 머리 앞 쪽에 가리비 모양의 홈이 파여 있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장소/홍해

귀상어의 분류
귀상어는 흉상어목 귀상어과 Sphyrnidae에 속한다. 대부분은 귀상어 속 Sphyrna이지만 날개귀상어만 날개귀상어 속 Eusphyra에 속한다. 날개귀상어 winghead shark는 특이하게 머리의 폭이 무척 길어서 몸통 길이의 1/2에 달한다. 나머지 귀상어 속한 8종 중에서 우리 다이버들에게 가장 익숙한 것으로는 홍살귀상어 Sphyrna lewini와 귀상어 Sphyrna zygaena로 이들은 우리나라 근해에서도 발견되며 크기도 3m~4m까지 자란다. 그리고 가장 큰 종으로는 최대 6m까지 자라는 큰귀상어 Sphyrna mokarran가 있다.
귀상어와 홍살귀상어의 차이는 머리 전면 가장자리의 중앙에 오목한 홈이 귀상어에게는 없고, 홍살귀상어에는 있다는 것이다. 이 모양이 마치 가리비 패각의 홈처럼 생겼다고 하여 홍살귀상어는 영어로 scalloped hammerhead shark이라고 한다. 다이버들이 다이빙 중에 만나는 상어들은 거의 대부분 홍살귀상어이다.

얕은 수심의 모래 지역을 지나가는 홍살귀상어 무리. 장소/코코스


귀상어의 분포

귀상어와 홍살귀상어 모두 전세계의 열대, 아열대, 온대 바다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의 전해역에서 분포한다. 하지만 필자의 기억으로 국내에서 다이버가 귀상어를 촬영한 것은 20년도 훨씬 전에 울릉도에서 한번 있었을 뿐 그 이후로는 없다. 그리고 해외 다이빙에서 필자가 만난 귀상어는 모두 홍살귀상어였다.
다이버들이 귀상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장 확률이 높은 곳은 태평양 동쪽의 갈라파고스와 코코스 섬이다. 갈라파고스는 최근 귀상어들의 산란지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코코스의 경우 무리 지어 지나가는 귀상어들뿐만 아니라 클리닝스테이션을 찾아와 청소놀래기들의 서비스를 받는 귀상어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최근까지의 경험에서 귀상어를 가장 가까이서 만나서 촬영할 수 있었던 곳이 코코스 섬이었다.

홍살귀상어. 머리 앞 쪽에 가리비 모양의 홈이 파여 있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장소/홍해

그 외 다이버들이 귀상어를 보러 가는 곳으로는 일본 요나구니 섬, 필리핀 슬루씨, 말레이시아 시파단과 라양라양, 인도네시아 반다씨, 몰디브, 멕시코의 라파즈와 소코로, 홍해 등이 있다. 필자는 홍해와 반다씨, 소코로 등에서 십여 마리의 귀상어 무리를 만난 적은 있지만 갈라파고스와 코코스 섬만큼 무리가 크지도 않았고,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복불복 수준이었다. 아마도 갈라파고스와 코코스 섬을 제외하면 그 어디든 귀상어의 큰 무리를 확실히 만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귀상어 무리를 꼭 보고 싶은 다이버라면 확률이 낮은 곳들을 여기저기 찾는 것보다는 코코스나 갈라파고스 섬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비고기들의 청소 서비스를 받고 있는 홍살귀상어. 장소/코코스

귀상어 다이빙의 주의할 점
상어들의 짝짓기는 수컷이 암컷의 가슴지느러미 기저부를 물고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짝짓기를 마친 암컷들은 필연적으로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암컷 귀상어들은 짝짓기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리프의 클리닝 스테이션을 찾는다. 이때 다이버들이 귀상어들을 리프에서 만날 수 있다.

리프의 월을 따라 지나가는 홍살귀상어들. 장소/홍해

하지만 귀상어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매우 예민하다. 다이버가 내는 소리, 불빛 등에 민감하며, 버블소리나 급작스러운 움직임에도 반응하여 달아나 버린다. 그래서 귀상어 다이빙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항상 랜턴을 켜지 말고, 쉐이커나 딸랑이를 울리지 말고, 쫓아가지 말라고 사전에 브리핑을 한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았다가 귀상어를 보지 못하거나, 귀상어가 오다가 돌아가 버린다면 함께 다이빙한 다이버들에게 욕을 먹을 수가 있다.

플래토를 따라 유영하는 홍살귀상어와 이를 구경하는 다이버들. 장소/몰디브 푸바물라

귀상어 다이빙은 보통 2가지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클리닝 스테이션으로 찾아오는 귀상어를 구경하는 갈라파고스나 코코스 같은 경우라면 클리닝 스테이션 근처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게 된다. 그러다가 귀상어가 나타나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그냥 구경하면 된다. 적어도 10분 이상 기다렸는데도 귀상어가 나타나지 않으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다른 장소로 이동하거나, 귀상어 무리가 이동하는 것과 만나기 위해 블루워터로 나가기도 한다.

홍상귀상어와 바버피쉬. 장소/코코스

또 하나의 방식은 처음부터 블루워터 다이빙을 하는 것이다. 이는 보통 이동하는 귀상어 무리를 만나기 위한 방법으로 운이 좋으면 대박이지만 운이 나쁘면 허탕을 칠 수도 있다. 블루워터에서 입수하여 수심 20m 정도에서 대형을 유지하며 조류에 흘러가다가 가이드가 신호를 하면 30m 수심 정도로 하강하면 된다. 귀상어들이 이른 아침에 먹이 활동을 위해 얕은 수심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보통 오전 첫 다이빙을 블루워터 다이빙으로 진행한다. 20분~30분 정도 흘러가다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리프로 돌아와서 다이빙을 마무리하거나 블루워터에서 안전정지를 하고 상승하기도 한다.

리프 근처로 왔다가 돌아가는 홍살귀상어. 장소/코코스

블루워터 다이빙에서는 너무 깊은 수심까지 하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무감압 한계시간과 잔압 및 수심을 수시로 체크하여 안전하게 다이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 가이드가 조류를 거슬러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쫓아가는 것이 힘들면 버디와 함께 리프로 돌아가거나 SMB를 이용하여 드리프트 다이빙을 하면서 안전하게 상승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무리 지어 이동하는 홍살귀상어. 장소/인도네시아 반다씨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귀상어가 나타났을 때 혼자서 먼저 쫓아 가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거나, 라이트를 켜는 것은 귀상어를 쫓는 행동이 되므로 조용히 기다리고 있거나, 이동하더라도 천천히 이동하여야 한다. 다이빙의 목적이 오직 귀상어를 보는 것이라면 함께 입수한 다른 다이버들도 귀상어를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최성순
스쿠버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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