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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애항 어느 바닷속으로 빠져 들던 날 . . . 2018/07

남애항 어느 바닷속으로 빠져 들던 날 . . .

해조류와 다이버 (모델-최향미)

회사에 출근하는 날은 이른 아침 눈을 뜨는 것이 귀찮다. 하지만 다이빙을 하러 가는 연휴에는 평소보다 요란스럽게 더 일찍 일어나며 일어나는 순간도 설레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곤 한다. 아마도 나는 전생에 물고기였는지 20년 동안 해 온 다이빙은 아직까지 실증 난다고 느낀 적이 한번도 없다. 그렇게 매 주말마다 시간이 나면 다이빙을 다녔고, 그 주말에는 양양의 어느 작은 항구에서 배를 타고 페이스북에서 만난 일행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왔다.

서울은 폭염주위보가 내렸던 날에 시원하게 함께 다이빙 했던 일행들 (이날 처음 만난 분들도 있고, 자주 봤던 분들도 있었다)


첫 다이빙을 준비하면서 먼 바다는 너울이 있다는 말에 조금은 가까운 지역을 선택했다. 최대 수심 12m, 시야는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아 4~5m 거리에 있는 버디를 희미하게 알아볼 정도였다. 수온은 18℃, 서울은 폭염주의보가 내렸다는 6월의 주말 끝자락에 우리들은 차가운 물속에서 더운 것도 잊은 채 다이빙을 마쳤다. 우리는 처음 만났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처럼 그 짧은 다이빙 시간보다 더 긴 다이빙 수다로 수면 휴식 시간을 가졌다.

잘피의 잎들이 얽혀 있는 모습

어느 가을 낙엽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 가지마냥 미역 줄기는 어느새 많이 녹아 없어졌다. 남은 것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손으로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한 모양새로 나풀거리고 있었다. 간간히 지쳐가는 생명의 연장을 지루하게 이어 가듯 키 작은 모자반 역시 조금은 남아있었다. 바위 틈에 숨어서 얼핏 보면 겉모습은 무언지도 모를 만큼 잔뜩 위장한 체 스물, 스물 기어 가는 전복의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들켜서일까?' 딱 붙어서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잠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얀 햇살이 물속으로 들어오면서 파란 물속에 진한 물감이라도 풀어 놓은 듯한 '잘피'의 순수한 녹색에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 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해양 생물들을 구경하면서 처음으로 잘피가 피운 '꽃'을 보고 신기해했다. 또 다른 잘피를 보니 누군가 인위적으로 리본처럼 얼기설기 엮은 모습이 있다. 누가 물속에서 이런 장난을 하였을까 생각하면서 혹시나 내가 모르는 무언가의 터전은 아닌가 또 다른 상상을 하게 된다.

바위틈에 숨어 있던 전복

두 번째 다이빙은 얕은 수심의 바위 주위에는 온통 모래뿐인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작은 짬을 돌아보았다. 한 바퀴를 도는데 10분도 채 안 걸려 한 바퀴를 돌아보고, 돌아본 자리를 다시 또 되돌아보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다이빙 사이트의 이름도 오아시스였다. 수심은 5m~ 6m, 햇살이 너무나 잘 비춰주고 시야도 마치 내가 남태평양의 깨끗한 바닷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사진을 찍는데 멀리 있는 다이버의 모습이 거추장스러울 만큼 카메라의 뷰 파인더에 들어온다.

함께 다이빙 했던 이호철씨

1시간이라는 다이빙 시간이 언제 갔는지도 모른 체, 그렇게 다이빙을 하였지만 아직도 100바의 공기가 여유 있게 남아 있었다. 모두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다이빙에 열중한다. 요 근래 보기 드물었던 맑은 시야였다. 파란 물속에서 녹색 해조류들은 자신들이 입은 옷의 색깔이 더 예쁘다며 뽐내는 듯했다. 다이버가 지나가면 그 자취에 따라 해조류들은 좌우로 때로는 상하로 하염없이 너울거린다.

페북에서 처음 만나 나랑 버디가 되어 함께 다이빙을 했던 안태건씨

군소 한 마리가 다이버들의 방문에도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이 자기 일에만 열중을 하고 있다. 망상어와 작은 볼락의 치어들이 해조 숲을 은신처 삼아 요리 저리 피해 다니지만 숨바꼭질의 술래는 역시나 다이버들이다. 일부는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고 일부는 그 사진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 서로들 찍어 달라고 한다. 수면 위에 눈부시게 밝고 맑은 햇살과 눈을 마주쳐 본다. 머리 위에서 빛나는 태양을 등지고 자세를 잡아 준다. 얼굴을 더 예쁘게 해 주고 싶지만 마스크에 가려진 모습들에 사진을 찍다가도 웃음이 절로 난다. 똑같은 지형을 몇 번을 돌아보았을까? 이제 슬슬 올라 갈 준비들을 한다. 멀리서 공기방울이 올라가면서 퍼지는 모양도, 상승하자고 수신호에 맞춰서 손가락을 치켜 드는 모습도, 그리고 다양한 녹조류들과의 아쉬운 작별도 그저 물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 같지만 머리에만 담기에 아름답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맑은 시야에서 유영하는 다이버 모습 (최향미씨)

세 번째 다이빙은 철 구조물이 있는 곳으로 입수를 했다. 수심 20m를 지나면서 추위가 느껴진다. 컴퓨터를 쳐다보니 8℃를 알려준다. 추운 만큼 드라이슈트에 공기를 계속 넣어 준다. 희미하게 바닥이 보이더니 28m 바닥에 가까워지면서 시야가 좋아진다. 약 10m에서 20m 사이는 시야가 안 좋은 반면 수면 근처와 수심이 깊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시야가 좋았다. 머리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수많은 볼락 무리가 떼를 지어 있다. 버디에게 쳐다보라고 랜턴으로 알려 주었다. 같이 들어간 버디가 한동안 넋을 놓고 본다. 함께한 버디는 다이빙 횟수가 약 40회를 넘겼다고 하면서 그렇게 많은 물고기 떼는 처음 봤다면서 이번 다이빙이 너무 즐거웠다고 한다. 깊은 수심에서 짧은 다이빙 시간과 점점 밀려오는 추위를 감당하면서 철 구조물의 주위를 2바퀴 정도 돌아본 후 상승을 시도했다. 5m 안전정지 때였다. 순간 멸치 떼가 내 앞에서 지나간다. 그리고 밑에 있던 다른 다이버들의 물방울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 간다. 점이 되듯 하얗게 퍼지는 물방울의 포말은 햇빛을 받으며 파란 물속에서 아주 순간적으로 멸치 떼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너무나 순간적인 모습이라서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어 정말 짧은 순간에 자연이 만든 경이로운 장면에 눈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철 구조물에 볼락 무리들

서울로 가는 내내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고 우리는 서로 바다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찍었는지에 대해 얘기를 하였다. 그리고 잠깐 만난 사이였지만 다이빙이라는 취미로 인해 서로가 좀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고 다음 다이빙도 시간이 맞으면 함께 하자는 약속들을 했다.

수면 위에 눈부시게 밝고 맑은 햇살의 모습

모르는 사이로 처음 만나 함께 다이빙을 했던 일행들이 무사히 다이빙을 마치고 서로 불편한 부분들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고 즐겁게 다이빙을 마친 것에 감사하며 나의 다이빙 여행은 앞으로도 쭉 이어 질 것이다. 오늘처럼 시야만 좋다면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결코 나쁘지 않은 그런 행복한 상상을 말이다.

이상훈
PADI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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