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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의 봉포 다이빙 2018/07

강원도 고성의 봉포 다이빙

산란을 하고 있는 갯민숭 달팽이 모습

바다가 그리운 날에는 봉포를 찾아간다. 유난히 푸르렀던 그 하늘과 유난히도 파랬던 그 바다가 있는 봉포를 가는 날에는 이 세상의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그날도 너무나 파랗고 파래서 미세먼지 하나 없는 하늘은 바다와 하늘의 색을 구분한다는 자체를 무의미 하게 만들었다. 봉포에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서 2대째 리조트를 운영하는 김석호 강사가 있다. 올해 들어 다이빙 전용선도 새롭고, 크게 다시 만들었고, 강의실 뒤편에는 다이버들이 아무 때나 잠을 잘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만들어 두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서 불편한 샤워 시설도 새로 리모델링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이빙 나가는 모습(새로 만든 배는 많은 인원이 타도 여유가 있을 만큼 크고 편했다)

새롭게 만든 봉포의 다이빙 전용선

6명의 다이버가 잠을 잘 수 있게 꾸민 게스트하우스

언제나 반겨주는 김석호 강사의 미소를 잊지 못해 다이빙을 하고 돌아오면 늘 아쉬움에 옛 친구를 만나듯 발길을 다시 옮기게 된다. 이날은 주말인데도 붐비지 않았는데 다이버들이 많이 없어서가 아니라 새로 건조한 배가 크다 보니 여러 팀이 한배에 타서 다이빙을 진행하는 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예전에는 다이빙 한번 나가려면 대기 시간이 길었지만 배를 새롭게 만들고 나서 그런 불편은 해소되었다.

하늘과 바다가 모두 파랬고 파도 한점 없이 유난히 좋았던 날씨

첫 다이빙은 28m 수심의 자연암반 사이에 인공어초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새로 찾은 포인트라고 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주위에 어민들이 작업을 하고 있어서 입수가 안된다. 새로운 포인트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와 호기심으로 갔는데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근처에 새로 발견을 했다는 다른 포인트로 이동했다. 역시 아직 포인트의 이름은 없다. 수심 약 22m에서 자연 암반이 이어져 수심 28m까지 이어지는 포인트였다. 봉포 하면 역시 K2 포인트가 제일 화려하지만 나는 K2를 여러 번 들어가 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포인트에 흥미가 있었다. 수면에서 TG4 카메라를 받고 들고 입수를 시작했다. 같이 간 일행들도 따라서 부지런히 입수를 시작한다. 하강 줄이 없다 보니 입수 시간이 지체가 된다. 바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시야가 좋지를 않았다. 가르쳐 준 데로 남쪽을 향해서 계속 진행을 하다 보니 수심이 점점 깊어 진다. 수심 28~30m 정도가 되니 시야가 그나마 괜찮다. 이날 수면에서 20m 사이의 시야는 바로 옆의 사람도 알아보기 힘들 만큼 형편없는 시야였다. 그러나 깊은 수심의 조금 괜찮은 시야도 잠시뿐 추위에 다들 지쳐서 올라 가자고 한다.

바다와 하늘이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었던 날

그렇게 첫 다이빙을 마치고 두 번째 포인트는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첫 번째 못 들어간 곳을 다시 들어 가자고 했다. 원래 계획이라면 방어대 포인트를 갈 예정이었지만 너무 안 좋은 시야에 오히려 깊은 수심이 괜찮지 않을까 해서 결정한 것이다. 양쪽으로 큰 봉우리가 있고 그 사이에 인공어초가 투하되어 군데군데 인공어초가 있는 곳이라 했다.

암반에 말미잘들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 모습과 다이버 박용진씨 (그만큼 수온도 매우 낮았다)

하강 줄을 따라 바닥에 도착하니 브리핑에서 들은 대로 인공어초가 있었고 아직은 새로운 곳이라 그런지 주먹 두 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멍게들이 붙어 있었다. 부채뿔산호도 아직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모습을 나타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이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인공어초를 가운데 두고 암반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수심이 28m나 되는 깊은 곳인데도 첫 다이빙 보다 시야가 더 안 좋았다.

함께 다이빙 했던 최향미씨 - 물속 시야는 사진처럼 녹색으로 많이 안좋았다

시야가 너무 안좋았지만 즐겁게 다이빙을 했었다

바다가 왜~! 심술이 났는지? 왜 우리를 반겨 주지 않는지 얄밉기만 하다. 시야만 좋으면 금상첨화일텐데 말이다. 수면에서의 물 색깔은 태양에 반사되어 해외 바다에서 보는 마린 코발트 빛 색으로 번져 있었지만 물속의 상황은 영 아니었다. 기대가 커서 그랬을까 실망도 컸던 바다였다.

서로 교미 중인 갯민숭달팽이

바다는 언제나 우리를 떠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우리의 욕심이 과 해서였나, 어쩌면 그 욕심에 대해서 반성하라는 의미였을까? 비록 시야는 좋지 않았지만 모두들 무사히 즐겁게 다이빙을 마친 것으로 감사하고, 다음에는 오늘 다 보여주지 못한 봉포의 숨겨진 모습을 다시 보여주길 바란다.

함께 다이빙 했던 일행들

전날 양양에서 다이빙 사고 소식이 있었다. 몇몇 지인들이 걱정되는 말투로 안부를 물어 왔는데 어쩌면 이날 이렇게 안 좋았던 시야는 바다를 좀더 겸손하게 생각하라고 하는 자연의 작은 메시지가 아니었나 모르겠다. 요 근래 몇 번의 사고 소식에 누군지는 모르지만 같은 다이버의 입장에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우리 모두 좀더 안전하게 스쿠버 다이빙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상훈
PADI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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