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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의 입장에서 보는 진도 세월호 침몰 참사


다이버의 입장에서 보는 진도 세월호 침몰 참사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영령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하며, 아직 실종 상태인 승객들과 학생들이 하루 빨리 가족들이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아울러 구조되어 생명은 건졌지만 재산상의 피해와 정신적인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도 보상과 치유를 통해 정상적인 사회 생활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과 책임의식 부재로 일어난 인재에 의해 희생된 단원고의 어린 학생들에게 사회의 어른으로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해야 하겠습니다.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나선 단원고 학생들 325명을 비롯해 승객과 선원 등 총 476명(추정)을 태운 인천-제주간 정기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4월 16일 아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다행히 174명의 승객들은 사고 당일 현장에서 구조되었지만 선내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302명의 실종자 중에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차가운 시신으로 인양되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수중에 남아있습니다.
바다에서 일어난 해난 사고이고, 선박이 바다 속으로 침몰되었기 때문에 수중에서 구조활동이 가능한 스쿠버 다이버들과 다이빙 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첫날 배 밖으로 탈출하여 구조된 사람들 이외에 배에 갇혀있던 사람들에 대한 구조가 왜 제때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들로 우리 다이버들은 일반인들보다 많은 질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해양환경과 다이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방송 및 언론 매체들에서는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섣부르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 다이버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계속되는 오보와 SNS를 통한 확산으로 다이버들 조차도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레크리에이션 다이버의 입장에서 세월호 구조와 관련되어 의문이 가는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침몰 초기에 대응이 늦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연락을 받는 곳은 119로 연결되는 재난방재청입니다. 그런데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재난방재청에서는 해경으로 연락을 하게 됩니다. 해양에서 발생한 재난사고의 경우 긴급구조기관은 해양경찰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해경에서는 구조헬기를 급파하였고, 구조정을 보내서 세월호 선체 밖으로 탈출한 174명의 승객은 성공적으로 구조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머지 302명의 실종자 대부분이 선내에 남아있는 채로 세월호가 전복되어 가라앉는 상황이라면 해경은 선내 진입이 가능한 구조 다이버들을 신속하게 투입하여 최대한의 인명을 구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구조를 책임진 해경은 사흘이 지나서야 겨우 선내에 진입했고(그것도 민간 잠수사들의 활약으로), 이후로도 희생자들의 시신만 인양했을 뿐 생존자는 1명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진도군 조도면 바다의 상태와 구조 가능한 다이버팀들
언론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진도군 조도면의 맹골수로가 국내에서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강한 곳이며, 최대 시속 6노트가 된다고 합니다. 시속 6노트를 달리 말하면 초속 3m의 빠른 유속입니다. 입수하여 바다에 뛰어들면 3m 정도 밀려가서 다이버가 떠오른다는 말이죠. TV 화면에 보이는 다이버들의 입수 장면에서 백롤로 입수하면서도 한 손은 고무보트의 가이드라인을 잡고 있는 것은 다이버들이 조류에 밀려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류가 항상 최대 속도를 내는 것도 아니고, 흐름이 약해지는 정조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외 수온은 12℃ 내외, 시야는 20cm~50cm, 최대 수심은 42m~48m 등의 조건은 이미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의 범주를 넘어서는 환경입니다. 12℃의 수온은 드라이슈트와 내피를 이용해서 보온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50cm 이하의 시야에서는 경험이 많고, 잘 훈련된 다이버가 아니라면 두려움을 떨치고 구조작업을 진행하기에 어렵습니다. 또한 40m가 넘는 수심이라면 감압절차 다이빙 이상의 테크니컬 다이빙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체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오버헤드(overhead) 환경의 다이빙으로 동굴이나 난파선 다이빙 훈련과 경험이 추가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수중에서 실제적인 구조나 인양의 경험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정말로 수중에서 시신을 만나거나, 생존자를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인양이나 구조를 할 수 있으려면 평소에 훈련을 거쳐서 담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전체적인 조건을 놓고 생각해볼 때 세월호 침몰 당일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구조 다이버들은 우리나라에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요?
알려진 바로는 소방방재청의 특수대응단원들과 공군의 항공구조대원들은 테크니컬 다이빙과 재호흡기 다이빙을 이용한 구조 등의 교육을 통해서 이미 이러한 환경에서의 구조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으며, 해경의 특수구조대, 해군의 SSU와 UDT 등에서도 천안함 사건 이후 심해 구조능력 강화를 위해 트윈셋트와 재호흡기 등의 장비를 갖추고, 훈련을 받았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활동하는 테크니컬 다이버들 중에도 캐이브 다이빙, 난파선 다이빙 그리고 트라이믹스 다이빙, 재호흡기 다이빙까지 모두 경험한 사람들이 20명~30명 정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컴머셜 다이빙에서는 헬멧 다이빙과 후카 다이빙 등으로 서해의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다이버들이 다수 있습니다.

구조에 적합한 장비는 무엇이었나?
사고발생 초기에 현장에서 입수하는 다이버들의 모습을 비춘 TV 화면을 보면 해경이든, 해군이든 모두 웻슈트에 싱글탱크로 다이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수심과 수온 그리고 선내에 침투하여 최소한 수색이라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드라이슈트와 더블탱크는 기본으로 착용하고 있어야 하며, 재호흡기와 헬멧 다이버들도 분명히 보였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를 하기 위해서는 생존자를 물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데 필요한 장비들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준비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TV 화면에서는 대서양에서 침몰한 선박의 에어포켓에서 구조된 선원의 자료화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를 데려 나오기 위해 사용된 장비는 구조자들이 착용한 것과 동일한 다이빙 헬멧이었습니다. 이런 준비 없이 투입된 다이버들이 시신이 아니라 생존자를 만났다면 어떻게 데리고 나오겠습니까? 아마 다시 물 밖으로 나와서 생존자가 있다고 외치는 것 밖에는 못했을 것입니다. 실제적인 구조에 대한 아무런 대비 없이 어떻게 생존자를 구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었습니다.
해외에서처럼 헬멧 다이버와 여분의 헬멧을 투입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독립된 스쿠바 시스템에 풀페이스 마스크라도 휴대하고 들어갔어야 한 명이라도 살리겠다는 구조대의 말이 신뢰를 받았을 것입니다. 감압병에 대한 논의는 차후에 해도 됩니다. 살아 있는 채로 수면으로 나오기만 했다면 챔버가 있었기에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많았을 것입니다.
방송매체에서 재호흡기보다도 다이빙벨에 대한 논란이 더욱 많은 것은 것은 의외의 현상이었습니다. 다이빙벨은 컴머셜 다이버들의 작업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상승과 하강을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고, 수중에서 생존자를 발견하면 벨에 태워서 안전하게 감압을 하면서 상승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자가 있다고 했을 때 벨까지 안전하게 데리고 오려면 역시 수중을 통과하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다이빙벨이 구조작업에서 전능한 위력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투입할 수 있는 장비 중의 하나인데 굳이 배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분명 그 이면에는 어떤 정치적인 판단들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논란이 되었을 것입니다.
수중에서 다이버들의 활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것은 재호흡기입니다. 세월호 현장에서 구조가능한 인력으로 손꼽았던 팀들 중에서 소방방재청 특수대응단, 공군 항공구조단, 해경 특수구조대 등은 분명 재호흡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재호흡기 다이빙을 이용한 구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레저 다이빙 계의 테크니컬 다이버들도 재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런 군, 관 구조 팀을 교육한 것도 레저 다이빙 교육단체의 대표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현장을 취재한 어느 매체에서도 이를 이용해 다이빙하는 구조 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군, 관, 민의 모든 다이빙 장비들 중에서 구조에 적합한 최선의 장비들을 동원하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최정예 요원들이 사고 발생 첫 날에 투입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오전 10시에 침몰했다면 적어도 밤 10시 전에 이들이 선체 내부로 들어갔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에는 그렇게 투입될 수 있는 장비들과 인력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민간 다이버, 민간 잠수부, 민간 잠수사에 대한 혼란?
사고 당일 한 민간단체의 본부장은 해양수산부의 도움요청을 받아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에 참가할 구조단을 모집한다며, 다이브마스터 이상만 신청하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 글은 SNS를 통해 공유, 리트윗 되었으며,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서도 안내되었습니다. 그리고 진도 팽목항에는 민간다이버구조팀 접수처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많은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이 방송매체를 통해서 이 소식을 듣고서 혼란에 빠졌을 것입니다. 경험 많은 다이버들이라면 웬만한 다이빙 강사들이라도 현장의 조건에서 구조에 투입되기에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다이브마스터 이상이면 모두 참가해달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은 열의가 넘치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까지 모두 진도로 달려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500명 이상의 민간 다이버들이 자원봉사를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물속으로 들어간 다이버들은 겨우 16명 정도라고 하며 이들도 일반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이 아니고 대부분 산업잠수 경력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와중에 민간 잠수부라는 홍모양의 “해경이 지원을 하지 않아서 구조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인터뷰가 한 종편 방송을 통해서 방영되면서 더 큰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해당 매체에서 사과 방송을 했지만 이는 해경이 민간 다이버들을 믿을 수 없어서 투입할 수 없다는 명분을 갖게 했고, 민간 다이버들은 해경이 해양구조협회와 ‘언딘’이라는 특정 업체에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반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장의 상황을 봤을 때 구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이버들은 해경, 군, 소방방재청, 산업잠수사 그리고 고급 테크니컬 다이버 등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초기부터 이런 전문성있는 구조 다이버들에게 요청했어야 될 일이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수심 40m 이상, 강한 조류와 흐린 시야에서 다이빙이 가능한 자원 봉사 다이버들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구조가 아닌 인양에 자원할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혼란이 발생하기 전에 해경도, 언론도 민간 다이버, 민간 잠수부, 민간 잠수사 등의 용어를 아무 구분 없이 사용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분명하게 레저 다이버들과 산업잠수사 그리고 군, 관 잠수사 등으로 명칭을 구분하여 사용했어야 혼란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레저 다이버들 중에도 군, 관 다이버들보다 훨씬 뛰어난 장비와 다이빙 경험을 가진 테크니컬 다이버들이 있음도 알았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레저 다이빙업계에서도 세월호 구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의 테크니컬 다이버 그룹들이 현장을 찾았지만 해경의 입수 허가를 받지 못해서 대기만 하다가 결국 사흘 만에 철수하고 말았다.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시간에 투입을 했다면 그들은 어떤 어려움도 마다 않고 선내 진입을 시도했겠지만 시간이 지나 수색과 인양으로 가닥이 잡히는 상황이라면 군, 관 잠수사들과 산업잠수사들이 있는데 자신들이 나서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해경은 투입이 가능한 고급 테크니컬 다이버들까지 현장에서 대기만 시키다가 스스로 돌아가게 만들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해경은 분명 책임있는 해명을 해야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며, 그 가족들과 생존자들에게 깊은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이번 사고로 인해 대한민국이 국민의 생명을 귀중하게 생각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먼저 구조의 손길부터 내밀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성순
스쿠버넷 매거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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