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바람소리를 듣다
한동안 제주에서의 다이빙을 멀리 했다. 다이빙 보트의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서귀포 지역의 섬 다이빙이나 보트 다이빙이 어려워진 탓이었다. 얼마간은 서귀포에서 가장 많이 들어간 포인트가 동방파제이기도 했고, 보트 다이빙이 원활한 성산포 지역으로 다이빙을 가기도 했다. 아니면 아예 필리핀으로 가든지.
어려웠던 제주 다이빙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 동안 다이버의 발목을 잡았던 낚시어선법 등의 규제가 조만간 풀리게 되었다. 이제 제주 전역에서 낚시선박을 이용한 다이빙이 자유롭게 된다.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제주바다를 황금시즌인 9월에 새로 오픈한 바람소리 리조트를 이용하여 다녀왔다.
가을의 제주 바다우리나라 바다가 다 그렇지만 특히 제주 바다는 9월~10월이 최고의 수중세계를 보여준다. 1년중 수온이 가장 따뜻하며, 시야가 청명해지는 계절이다. 푸르른 가을하늘처럼 바닷속도 맑고 푸르다. 따뜻한 환경 속에서 수중생물은 산란철을 맞이하여 번식을 위하여 제 나름의 방법으로 바다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풍요로운 감태들 사이에서 화려한 연산호들이 꽃을 피우고, 수많은 자리돔이 군무를 추고, 주걱치와 호박돔이 산호 사이를 헤엄치며, 솔배감펭이 멋진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아름다운 제주의 수중세계. 이 아름다운 제주바다 속에서 마음에 맞는 벗들과 함께 부대낄 것 없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마음껏 수중촬영을 하였다.
서귀포 지역의 다이빙서귀포의 바다는 태평양에서 올라오는 난류의 영향을 제주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이다. 연중 따뜻한 수온은 연산호를 비롯한 아열대 수중생물의 보고가 된다. 서귀포 항을 중심으로 문섬, 섶섬, 범섬, 새섬은 가까운 접근성과 다이버의 상륙이 용이한 한개창의 편리성으로 많은 다이버들이 즐겨 찾는 다이빙 포인트가 되었다. 특히 문섬은 연산호 군락이 잘 형성되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다. 새끼섬이나 한개창에 상륙하여 편리하고 여유롭게 비치다이빙을 즐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서귀포 지역의 보트 다이빙 포인트는 더욱 화려하고 다양한 수중환경을 자랑한다. 문섬 동남포인트, 범섬 기차바위 포인트, 섶섬 꽃동산, 외돌개 등등 수많은 포인트가 자리잡고 있다. 보트다이빙으로만 가능한 포인트에서 크고 화려한 가시수지맨드라미와 힘이 넘치는 해송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문섬에서의 야간 보트다이빙은 활짝 핀 연산호의 화려한 색감으로, 세계 어느 곳의 야간다이빙 보다 훌륭하다. 그러나 보트를 전세내야 하는 경비의 부담으로 인원이 많지 않은 팀은 보트다이빙을 진행하기 힘들었다.
문섬 새끼섬과 한개창, 섶섬 한개창, 범섬 새끼섬과 한개창은 섬에 상륙하여 비치다이빙 형태로 최고의 수중환경을 경험할 수 있어, 교육 및 펀다이빙 뿐 아니라 체험다이빙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수많은 다이버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서귀포 항 증설의 영향으로 조류가 강해지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지면서 문섬의 다이빙은 초보자가 이겨내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 되었다. 게다가 다이버를 끊임없이 섬으로 나르던 낚시어선의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문섬은 다이버들에게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대안으로 서귀포항의 동방파제에 비치다이빙을 진행하였지만, 화려하지 못한 수중환경과 계속되는 공사로 인하여 만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규제가 풀리게 되면서 서귀포 지역의 다이빙은 다시 활기를 띠게 되었다. 관할 어촌계가 다르기 때문에 문섬은 서귀포 항에서, 범섬은 법환 항에서, 그리고 섶섬은 보목 항에서 보트를 이용하여 접근할 수 있다.
범섬 다이빙범섬은 서귀포시 법환동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로 호랑이가 웅크린 모양을 닮아서 호도라고 불렸다. 주상절리대가 발달된 직벽 형태가 수중으로 이어져 있으며, 본섬과 새끼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차바위 포인트범섬에서 법환항 방향으로 있는 수중여로 수심 18~30여m에 걸쳐 이어진 포인트다. 마치 한 줄로 연결된 기차처럼 바위가 줄지어 서있다 하여 기차바위 포인트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보트 다이빙으로 진행되며, 조류를 따라 서둘러 하강하여야 한다. 이어지는 큼직큼직한 바위에는 연산호가 군락을 이루어 덮고 있으며, 커다란 가시수지맨드라미와 해송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다양한 진총산호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봉우리마다 자리돔 무리가 군무를 추고 있으며, 호박돔과 솔베감팽을 수월하게 볼 수 있다.
범섬 한개창 포인트범섬 본섬의 한개창은 새끼섬과 가까워 다양한 입수지점을 선택할 수 있다. 한개창 쪽에서 입수하여 서쪽으로 유영하는 월다이빙 스타일과 새끼섬 쪽에서 입수하여 주걱치의 군무를 보고 한 개창 쪽으로 나오는 슬로프 다이빙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제주 바다에 무성한 감태밭과 연산호 군락지에 가시수지맨드라미, 해송, 진총산호 등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자리돔, 호박돔, 아홉동가리돔, 청줄돔, 범돔, 파랑돔 등을 볼 수 있다.
섶섬 다이빙서귀포 동쪽 보목항에서 약 4Km 떨어진 다양한 난대식물과 상록수림으로 뒤덮인 무인도이다. 두 개의 한개창과 섬 주변에 다수의 보트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동모 포인트섶섬의 북동쪽에 위치한 보트다이빙 포인트로 15~25m 정도 수심에 바위지형이 이어져 있다. 모래지형 위에 불끈 서있는 커다란 바위마다 무성한 감태밭 사이에 연산호 군락지가 잘 형성되어 있다. 절벽마다 다양한 색상의 해송이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화려한 진총산호류도 많이 보인다. 자리돔, 호박돔, 솔베감팽, 세동가리돔, 놀래기 등 다양한 어종이 산호 사이에서 노닐고 있다.
캐년 포인트섶섬의 동쪽에 있는 보트다이빙 포인트로, 15~25m 정도 수심의 둥근 바위지형이 이어져 그 사이에 협곡이 형성되어 있다. 둥근 바위는 연산호로 뒤덮여 있으며, 그 사이에 다양한 색상의 해송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협곡 사이에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는 연산호 사이로 유영하는 자리돔의 군무가 아름답다. 자리돔, 호박돔, 아홉동가리돔, 솔베감팽, 놀래기 등 다양한 어종이 관찰된다.
작은 한개창 포인트섶섬의 북동쪽에 있는 포인트로, 5~15m 정도 수심의 슬로프 지형이다. 섶섬 작은 한개창에서 비치다이빙으로 진행할 수 있는 포인트이지만, 아직 상륙이 허가되지 않아 보트다이빙으로 진행하였다. 완만히 깊어지는 지형으로 초보자의 교육포인트로 적당하며, 말미잘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아네모네피시라 불리는 흰동가리돔 한 쌍이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다.
자리돔, 청황문절, 어랭놀래기, 아홉동가리돔, 세동가리돔, 청줄돔, 파랑돔, 베도라치, 망둑, 거북복, 가시복 등 다양한 어종이 관찰된다. 특히 바위 틈 사이에 산란하고 알을 지키고 있는 문어와 말미잘 아래 바위에 산란한 흰동가리돔, 소라 껍질 속에 산란한 베도라치, 입안 가득히 알을 물고 있는 줄도화돔의 포란을 관찰할 수 있었다.
섶섬 산부인과
자리돔, 청황문절, 어랭놀래기, 아홉동가리돔, 세동가리돔,청줄돔, 파랑돔, 베도라치, 망둑, 거북복, 가시복 등 다양한어종이 관찰된다.
특히 바위 틈 사이에 산란하고 알을 지키고있는 문어와 말미잘 아래 바위에 산란한 흰동가리돔, 소라껍질 속에 산란한 베도라치, 입안 득히 알을 물고 있는줄도화돔의 포란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바람소리 펜션 & 스쿠버다이빙리조트지난 9월에 오픈한 바람소리 펜션 & 스쿠버다이빙리조트(이하 바람소리)는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중문 쪽으로 가다가 한라산 방향으로 올라간 한적한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서귀포 시내에서는 십여분 떨어져 있지만, 복잡한 도시를 떠나 제주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환경이다. 리조트 주변에 다른 건물이나 시설이 전혀 없는 독립된 공간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 잔디가 깔려있는 넓은 대지 위에 자리잡고 있는 바람소리는 4층 건물로 객실 7개와 식당, 사무실과 넓은 샤워장을 구비하고 있다. 객실은 VIP실과 일반실 등 전망이 시원한 콘도형 스타일로 최고급 마감재로 리노베이션을 하여 고급스럽다. 방음과 방열이 잘 되는 창호는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아 안락한 침구와 함께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준다. 항상 향긋한 커피가 준비되어 있는 식당은 정갈한 가정식 백반으로 푸짐하게 준비되어있다.
샤워장과 식당
ROOM
사무실에는 렌탈용 스쿠터 여러 대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며, 사무공간과 분리되어 다이버들이 활용하기 좋다. 독립된 샤워장은 락커가 있는 탈의실과 샤워장이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샤워용품과 드라이어 등 비품이 잘 구비되어 있어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푸른 잔디가 깔려있는 넓은 정원은 하루의 다이빙을 마치고 난 다이버를 위한 바베큐 파티를 하기에 좋다. 잔디를 밟고, 제주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저녁시간은 그날의 피로를 풀기에 적당하다.
다이빙은 아침식사 후 차량으로 이동하여 진행된다. 전날 건조대에 걸어둔 장비를 바구니에 챙겨 트럭에 실고, 승합차를 이용하여 포구로 이동한다. 리조트의 트럭과 승합차가 새차라 기분이 산뜻하다. 다이빙을 마치고 젖은 몸으로 타기에 미안하다. 범섬으로 갈 때는 법환항으로, 문섬으로 갈 때는 서귀포항으로, 섶섬으로 갈 때는 보목항으로 가면 된다. 각 지역마다 이용하는 보트가 다르다. 보트 다이빙은 하루 2회, 섬 다이빙은 하루 3회가 패키지로 되어 있으며, 원하면 추가할 수 있다. 패키지에는 숙박과 BBQ 등 전 일정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세척장
다이빙은 바람소리의 책임강사인 박찬용강사의 가이딩으로 진행되었으며, 바람소리 대표인 양승철 원장과 이운철 작가와 함께 김현범, 김종훈, 박인수, 최형준님이 일정을 같이 하였으며, 제주에서 김건래, 김기영님이 함께 하였다. 수중사진가로 이루어진 그룹이었기 때문에 다이빙 진행 속도가 느려 포인트의 전체를 돌아보지는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피사체를 공유하고 서로 모델을 서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한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3일의 일정 동안 범섬에서 보트 1회, 섬비치 2회, 섶섬에서 보트 6회 등 총 9회의 다이빙을 하였다. 아직 낚시 어선을 활용을 못하기 때문에 소수의 보트를 이용하느라 서둘러 진행하여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전에 비해 마음은 편하다. 바람소리의 예정대로 전용 보트를 구비하면 더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다이빙을 할 수 있으리라.
제주의 섬 다이빙은 힘들다. 탱크와 장비를 여러 번 나르는 부담은, 누구나 힘들지만 이제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필자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제 제주에서도 체력적 부담이 적은 보트 다이빙이 더 좋다. 범섬에서 만난 김유웅 회장님의 미소처럼 제주의 다이빙이 더욱 편해지기를 기대한다.
매년 9~10월 중에는 꼭 제주를 찾아온 필자는 지난 몇 년간 마음이 편하지 못하였다. 다이버로 북적이던 서귀포 항이 주말에도 한산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포인트도 다이버의 뜻대로 결정하지 못하였고,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갈 수 있는 곳에서 다이빙을 하여야 했다. 그나마 동방파제를 벗어날 수 있으면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보트를 이용할 수 있어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문섬은 다가갈 수가 없었다. 이런 다이빙 여건이 다이버의 발길을 제주에서 멀어지게 하였다. 이제 더 이상의 상처는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비가 저렴한 필리핀에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주의 다이빙이 회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모가 필요하다.
제주를 찾는 다이버들이 편하게 원하는 곳에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제주의 다이빙을 활성화시키고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제 조만간 제주를 찾는 소그룹의 다이버들도 산뜻한 리조트에 머물면서 제주의 멋진 다이빙 포인트에서 경비의 추가 부담 없이 편하게 보트 다이빙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제주의 멋진 바람소리와 함께…
바람소리 펜션& 스쿠바 다이빙 리조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하원동 748
책임강사: 박찬용 010-9265-4505 정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