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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문암리의 낙산대기를 다녀와서

강원도 고성군 문암리의 낙산대기를 다녀와서


비가 갠 하늘은 누군가 얼룩을 다 지워낸 때가 묻지 않은 영롱한 그런 모습이었다. 지난 밤에 내린 비 때문이었을까? 주말인데도 리조트에는 우리 말고는 다른 한 팀만 있었다. 덕분에 주말이지만 평일 같은 여유로움을 느끼며 다이빙을 준비 할 수 있었다.
문암리 하면 '수중금강산'이라는 포인트가 유명하지만 나의 생각에는 그보다 더 멋진 '낙산대기'라는 포인트가 그곳은 최고가 아닐까 한다.


밤새 궂은 날씨로 걱정했던 근심은 이른 아침 맑게 갠 하늘로 사라졌다. 다이빙의 기대를 하염없이 갖고 낙산대기로 향하는데 멀리 설악산의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 왔다. 바다 역시 파도 한 점 없는 호수 같은 모습에 다이빙의 기대감은 두 배가 되었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하강라인이 없다. 하강라인 없이 입수를 시도 하고 20m 정도 내려 갔을 때 낙산대기의 계곡이 서서히 그 모습을 나타낸다. 하늘의 맑은 모습과 같이 물속도 덩달아 시야가 잘 나온다. 역시 낙산대기가 고성에서 손가락 안에 들만큼 최고가 아닐까 생각하며,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면서 수중 랜턴을 이용해서 산호들을 구경했다. 파란 바닷속에서 랜턴을 비추니 나타나는 새빨간 산호의 모습에 점점 매료되어간다. 더군다나 시야가 좋아서 멀리 있는 다이버도 무엇을 하는지 잘 보인다.


하지만, 바깥의 기온에 비해 수온은 6℃나 나왔다. 드라이슈트를 입은 나는 걱정이 없지만 웻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수심(보통 30m 정도)이 깊다 보니 오랜 시간 다이빙을 할 수 없어서 20분 정도 머물고 나와야 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 아니었을까. 상승하면서 수온이 11℃까지 올라 간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춥던 물속이 수면에 가까워 지면서 따뜻하게 느껴진다. 맨 아래 바닥은 시야가 좋았고 20m에서 10m 사이는 시야가 흐렸다. 그렇게 깨끗했던 물속이 3m에 거리에 있는 다이버의 형태만 보여준다. 다이빙을 마치고 모두들 동해에서 이런 좋은 시야를 만나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나 그러하듯 마음에 남는 다이빙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포인트는 마이산 포인트를 향하였다.


마이산 포인트에는 말미잘들이 하얀 국화꽃을 핀 것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두 개의 큰 암반이 마치 마이산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야만 좋았다면 더 멋진 광경이 연출될 것을 아쉽게도 두 번째 다이빙은 첫 다이빙만큼 시야가 나오지 않았다. 첫 다이빙의 청량한 시야와 달리 부유물이 있는 것처럼 물속이 뿌옇게 흐려졌다. 맑은 하늘을 시샘하는 바닷물의 장난 또는 심술이었을까? 그래도 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했다.


두 번의 다이빙을 마치고 첫 다이빙을 했던 낙산대기가 너무나 아쉬워 수면 휴식시간을 좀 길게 잡고 세 번째 다이빙도 낙산대기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일행 중 한 명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포기하고 또 다른 한 명은 드라이슈트의 밸브에 문제가 생겨서 다이빙을 포기 했다. 결국은 나와 같이 온 일행 2명만이 세 번째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다이빙을 못 하는 일행 2명은 비다이버로 배를 타기로 하고 우리가 탄 고무보트는 느지막이 시원스런 봄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거침없이 달려간다. 햇살이 강하게 내려 쬐는 만큼 잔잔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지가 않고 달콤하듯 시원스럽다. 멀리서 불어오는 철 지나가는 늦은 바람 속에 상쾌한 기분을 가득 담은 보트는 약 10분을 달려 낙산대기에 다시 도착을 했다.
첫 다이빙과 같은 기대를 같고 입수를 시작했다. 서서히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첫 다이빙만큼 시야가 안 나온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커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암반에 붙어 있는 산호들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게만 보인다.


오랜만에 고요한 바다와 푸르른 하늘이 온통 짙푸른 물감을 부어 놓은 듯한 하루였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오늘 같기만 바라면서 아쉬운 하루가 저물어 갔다. 그렇게 우리들은 문암리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면서 낙산대기의 아름다움을 기억에서 잠시 묻어 두기로 했다. 조만간 다시 낙산대기를 찾아 오기를 꼭 약속한다.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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